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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027화] '황우석 유죄판결'이 일깨우는 것
한때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확립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 선풍을 불러일으킨 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어제 선고공판에서 논문 조작과 연구비 횡령 및 난자 불법 매매 혐의를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 박사의 <사이언스> 게재 논문과 관련, 2004년 논문 중 DNA와 테레토마 사진이 조작됐으며, 2005년 논문에서도 줄기세포 도표가 조작된 사실을 인정했다. 또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이용해 후원금과 연구비 등을 사기ㆍ횡령한 혐의와 난자를 불법으로 사들인 혐의도 인정했다. 다만 의도적으로 연구 성과와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냈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언했다.
이로써 2006년 5월에 불구속 기소된 이래 3년 6개월을 끌어오며 두 번이나 재판부가 바뀌고, 증인만 60여명에 이르렀던 '황우석 사건'이 일단락됐다. 2심과 최종 법률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재판부가 오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1심 판결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번 재판은 황 박사 연구팀의 과학적 성과 자체에 대한 판단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찰이 황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을 사기죄와 횡령죄, 생명윤리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한 평가가 불가피했다. 수많은 전문가가 동원된 재판은 현재의 과학지식 수준에서 내려진 결론과 다름없다.
결국 황 박사는 2005년 발표처럼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커녕 2004년 발표한 체세포 복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는 아무런 근거를 밝히지 못했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체세포 배아줄기세포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기대와 난치병 치유 등 구체적 희망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함을 일깨우는 재판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027화] 헌재, 오로지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하길
한나라당이 지난 7월 강행처리한 언론관련법의 법적 효력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오는 29일 내려진다고 한다. 개정 방송법과 신문법 등이 11월1일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헌재의 결정은 때늦은 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까지 선언한 뒤 곧바로 재투표에 들어가 통과시킨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와, 미디어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 때 대리투표 여부와 표결의 효력 문제다. 이들 쟁점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의 공개변론과 각종 동영상 자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실체적 내용이 확인됐다고 본다. 특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와 관련해서는 국회 쪽 소송대리인도 국회부의장이 극도의 혼란 속에서 ‘착오’로 투표 종료를 선언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착오로 이뤄진 투표종료 선언이라고 해도 법적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또 국회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방송사 촬영 동영상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리에서 단말기를 조작하는 증거도 드러났다.
그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도 언론관련법 강행통과는 ‘무효’라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법학자 1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70.9%가 ‘대리투표·재투표 등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고, 60.8%는 헌재가 언론관련법에 대해 ‘무효 취지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언론법 개정안이 안고 있는 내용상의 숱한 문제점을 떠나 법안 처리의 형식적 절차와 과정부터가 하자투성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상식적인 판단인 셈이다.
헌재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헌재가 정치적 고려 없이 자유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언론관련법 무효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믿는다. 헌재가 결코 ‘정치적 고려’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법과 상식에 따라 소신 있는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의회의 파행적 운영에 경종을 울리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길 바란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언론계나 정치권은 물론 헌재의 위상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역사적 결정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1027화] 아프간 파병, 국익과 국제공헌에 부합해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에 투입되는 민간 전문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 병력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민간인 파견규모를 13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독자적으로 경비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준동하는 아프간에 100여 명의 민간인을 보내려면 반드시 경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최소한 수백 명 수준의 병력 파견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아프간 지원 확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주 “한국이 아프간에 언제 어떤 수준으로 지원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아프간은 경찰과 군대 육성, 재건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둘러 한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미동맹도 강화될 수 있다. 동맹국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면 6월 한미정상이 합의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도 공허해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출범 이후 아프간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프간에 6만5000명의 미군이 있지만 3만4000명을 더 보낼 계획이다. 미국이 아프간 병력을 늘리면 불가피하게 해외주둔 미군이 영향을 받는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한미군 병력의 일부를 이라크와 아프간으로 이동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아프간으로 차출돼 한반도에 안보 공백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아프간 평화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우리는 베트남전쟁 당시 주한 미군의 감축을 막기 위해 베트남에 파병한 경험도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이 아프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프간 국민은 8년째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6·25전쟁 때 유엔의 도움으로 북한의 침략을 저지한 우리에게 아프간 지원은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경찰과 군대 육성 지원은 아프간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프간에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를 파병한 경험을 살려 국익과 국제공헌에 부합하는 파병을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1027화] 더 많은 외고 만들어 가난한 아이들 더 많은 기회 누리게
서울 중곡동 대원외고 정문은 최고를 뜻하는 'A', 또는 '대원'의 '大'자를 상징한다는 철 구조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대원외고의 외형(外形)은 반드시 A급이라고 보기 힘들다. 학교법인 대원학원 산하 대원외고 대원고교 대원여고 대원국제중의 네 학교 합쳐 8개 동(棟) 건물이 8만5800㎡(2만6000평)의 부지에 들어 있다. 대원외고는 그중 5층짜리 2개 건물을 쓰고 있고, 가로·세로 100m정도의 운동장은 대원국제중과 함께 쓰고 있다. 도서관도 교실 두 개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학년별로 12개 반씩 전교생이 1310명인데 교사 수는 80명이다.
이 평범한 학교에 관한 기사가 월스트리트저널(2007년 11월), 뉴욕타임스(2008년 4월), 뉴스위크(2008년 8월)에 잇따라 실렸다. 대원외고 유학반의 미국 8개 명문대 진학률이 미국 사립학교를 빼고는 세계 최고인 14.1%이고, 미국 학력고사(SAT) 평균성적은 미국 명문사립 필립스엑스터고(高)의 2085점보다 높은 2203점이라는 것이다. 대원외고는 올해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38명이 진학하는 등 유학반 94명 전원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했다. 최근 5년간의 수능에서 전국 2363개교 가운데 1357개교가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 모두 1등급인 학생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대원외고는 34.4%인 887명이 '3개 영역 모두 1등급'이었다.
대원외고 학생들은 3년 동안의 수업 가운데 40%를 영어·전공어·제2외국어에 할애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영어와 전공 언어에는 매우 익숙해지고 제2외국어도 웬만큼 낯설지 않게 된다. 대원외고의 교육 성과는 뛰어난 아이들이 모여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데서 나온다. 시험 때면 교무실로 찾아와 질문하는 아이들이 줄을 서고 저녁 자율학습 시간엔 복도를 지나는 것이 미안할 만큼 소음 하나 없다.
외고생이 공부 기계로만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반 3학년 정재철군은 치어리더, 농구, 영자신문, 드림&액트(봉사활동)의 4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반 3학년 류승호군, 박지민양은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 동아리에 참여한다. 어느 동아리는 여름방학 때 2주간 거제 지세포중학교로 가 하루 4시간씩 2개 학급 30명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지금 중국에선 일부 공립 소학교도 1학년부터 원어민 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 상하이에선 1998년부터 이중언어(bilingual) 수업을 해왔다. 경제력과 인구를 생각하면 우리 외교관이나 상사 직원은 중국의 10배, 일본의 3~4배 경쟁력을 갖춰야 버텨낼 수 있다. 지금 추세면 머지않아 영어에 원어민(原語民)만큼 능통한 중국인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아니면 그보다 더 많아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 다음 세대가 무슨 힘으로 그 경쟁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외고 신설은 선거의 단골 공약이다. 지방 외고들은 지자체가 나서서 설립한 공립이 많다. 그만큼 외고에 진학하겠다는 수요가 많다. 외고를 없애면 외고 입시경쟁은 자사고, 비평준화 지방명문고로 옮겨갈 것이다. 상류층은 연간 4만~5만달러를 부담하면서 자녀를 미국 기숙사립학교로 보내고 있다. 중산층은 이걸 쫓아 하다 다리가 찢어질 판이다. 초·중·고의 조기(早期)유학생이 3만명을 헤아린다. 국내에서 더 싸게 더 잘 가르치는 학교가 더 많아진다면 이런 고통과 낭비도 크게 덜어질 것이다.
외고의 첫째 문제는 지역 편중이다. 대원외고만 해도 신입생의 49.8%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고, 강남3구를 뺀 서울지역이 30.4%, 지방은 19.8%이다. 두번째 문제는 학생선발 방식이다. 대원외고 국제반 99명 3학년생 가운데 유학·연수 경험이 없는 '토종'은 15명밖에 안 된다. 입학시험의 영어듣기평가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미국엘 갔다와야만 합격할 수 있다는 말도 듣는다. 이것이 외고의 존폐(存廢)까지 거론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과감하게 뜯어고쳐, 외고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는 학교에서 영어를 보통 정도 하는 학생을 받아 영어에 탁월한 학생으로 키우는 학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신입생의 상당수를 저소득층에서 충원하는 '사회적 배려' 입시도 도입해야 한다. 입시에 합격한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지자체가 그 학비의 일부를 부담하거나 기업들에서 장학금을 유치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 외고 입학생이 없거나 극소수인 서울의 각구(各區), 또는 지방에도 지역균형선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입시전형 방법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외고가 가난한 집 아이가 국가 재목으로 성장하고, 교육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2007년 졸업생인 김은지양은 인천 강화에서 농사짓는 평범한 농부의 딸로 과외 한번 받아본 일이 없었다. 하버드에 진학한 김양은 로스쿨을 나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외고는 학생선발 방식을 바꿔 김양처럼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이 더 많이 외고의 교정을 내달아 창공에 미래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게 하는 활주로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외고 존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고 더 수업료가 싼 외고를 더 많이 더 골고루 만들어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의 헤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다. 지금보다 10배 많은 외고를 만들어 그 신입생의 절반이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면, 그만큼 이 나라는 기회의 평등에 다가가는 셈이다. 자원(資源) 하나 없이 선진국 문턱을 밟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교육이 더 훌륭한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의 대들보로 어엿하게 성장한 이들이 외교의 현장에서 국익(國益)을 지켜내고,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8000만 국민의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국제적 학문 토론의 자리에서 더 유창하게 자기의 견해를 발표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외고 논의는 이제 발상(發想)의 차원을 바꿔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1027화] 신종플루 국가재난 차원서 다뤄라
전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신종플루 2차 대확산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집단생활을 하는 각급 학교에서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학교에서만 하루 사이 1000명씩 확진 및 의심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지난주까지 전체 확진 환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교육당국은 어제까지 전국의 감염 학생 수가 5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능을 앞둔 고 3교실은 초비상이다. 사망자도 급증세다. 어제 치료를 받던 초중생 세 명이 사망함에 따라 이달에만 20일 만에 12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 확산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정부가 중증·사망환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유행’ 선언을 미루고, 안이하게 대처하면서 불감증을 키운 탓이다. 한시라도 빨리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할 것을 촉구한다. 신종플루는 이제 국가재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부처 중심의 대응으로는 감염확산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미국은 신종플루가 절정기의 독감처럼 퍼지자 지난주 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별도의 절차 없이도 필요한 경우 임시치료소를 차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라고 한다. 신종플루는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필요하다. 신속한 진단과 처방 체계를 갖추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국 각급학교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연성 있게 휴교나 조기방학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을 지키도록 예방수칙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일사불란하고 기민한 대응을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027화] 황우석 파문딛고 줄기세포 연구 속도 높여야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연구비 횡령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고 논문조작도 사실로 인정했다. 이로써 지난 몇년을 끌어온 논문조작과 관련된 논란은 형사처벌로 일단 결론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판결 내용과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그의 논문조작으로 비롯된 사태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대한 국내외의 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줄기세포 연구에 찬물을 끼얹는 등 막심한 피해를 준 사실을 우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5년 말 황우석 사태가 불거진 후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거의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연구성과라고 할수 있는 2006년 이후 국제학술지 논문발표 누적건수와 특허건수가 세계 10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줄기세포 기술 선점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배아줄기세포연구 규제 폐지와 함께 매년 6억7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고,유럽연합 또한 오는 2013년까지 이 분야 연구에 65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혔을 정도다. 반면 올해 우리의 줄기세포 연구비 지원 규모는 겨우 410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의 경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황우석 사태에 따른 시행착오를 딛고 그동안 쌓아온 연구기반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선진국들을 따라 잡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연구규제의 완화,연구팀 육성,산업화 기반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연구시스템을 조속히 재정비해 경쟁력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急先務)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017화] 기업가 정신이 경제위기 극복의 열쇠
26일부터 2주일간 제2회'기업가 정신 주간'을 맞아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하고 참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첫날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는 기업의 장기생존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모색함으로써 많은 기업인과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롯한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올바른 기업가 정신의 발현 및 제고는 기업의 생존은 물론 경제위기 극복의 필수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장수기업이 별로 없다. 독일ㆍ일본은 200~300년 이상 이어져온 기업이 많은데 우리는 한일합방과 한국전쟁 등의 영향으로 100년이 넘은 기업조차 찾기 힘든다. 이처럼 기업 역사가 일천한데도 우리 경제가 고도 성장을 이룬 것은 바로 뛰어난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ㆍ혁신 및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현재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불확실성이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기업가의 창의 및 도전정신을 발휘하면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잠재력 회복의 근원적 해법이 기업가 정신에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에 모든 것을 의지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다시 한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려면 기업인이 일어서야 한다. 녹색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의 먹을 거리를 창출하고 투명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해소 및 철폐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이를 지원해야 한다.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세제지원 등 필요한 조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민도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우리 기업과 기업인의 업적과 능력을 평가하고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인은 도전정신으로 투명경영을 하고 국민은 사랑으로 감싸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때 위기도 극복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낼 수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027화] 파벨라
소년에겐 거리가 학교였다. 부두 일꾼 아버지를 둔 8남매 중 일곱째. 배곯기 싫으면 밥벌이를 해야 했다. 예닐곱 살부터 땅콩을 팔고 구두를 닦다 공장 노동자가 됐다. 스물넷에 가정을 꾸렸지만 신혼은 얼마 안 갔다. 병든 만삭의 아내가 변변히 치료도 못 받고 숨졌다. 6개월간 문밖 출입을 끊었던 그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가난해도 인간 대접 받는 세상을 꿈꿨다. 노조 활동에 매달리다 노동자당을 만들고 네 번 도전 끝에 대권까지 잡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얘기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 일원으로 잘나가는 나라가 됐어도 룰라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파벨라(favela)가 그 증거다. ‘브라질판 달동네’라 할 파벨라는 포르투갈 말로 들꽃이란 뜻이다. 대도시 언덕배기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빈민촌이 마치 천지사방 피어나는 들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리우데자네이루만 해도 900개를 훌쩍 넘는 파벨라가 해변가의 호텔과 부촌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리우 사람 셋 중 한 명은 그곳에 산다. 화려한 삼바 카니발에 가려진 이 도시의 슬픈 그림자다.
마약을 파는 거대 범죄 조직들이 이들 파벨라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중화기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수시로 총격전을 벌여 경찰도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 열서너 살만 되면 으레 조직에 들어가 기관총을 잡는 게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이곳 아이들의 유일한 미래다. 리우에서 지난 한 해 살인사건이 4631건이나 벌어진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리우를 고르며 국제 사회가 내준 숙제가 바로 범죄 소탕이다. 룰라는 “더러운 먼지를 일소하겠다”며 ‘파벨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얼마 전 첫 소탕전에선 경찰 헬기가 피격되고 20여 명이 죽는 참상이 빚어져 우려만 키웠을 뿐이다.
“(범죄를 없애려면) 파벨라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민들은 외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치부를 감추려 들 게 아니라 빈곤과 범죄의 악순환을 끊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준비 과정에선 150만 명 이상이 삶의 터전인 빈민촌에서 쫓겨나 더욱 곤궁해졌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올림픽이 빈곤층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된 셈이다. 가난을 아는 룰라의 해법은 어떻게 다를지 자못 궁금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027화] 불면증(不眠症)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은 한국인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평을 들은 밀리언셀러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달동네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출간 2년여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고, TV에도 소개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일화는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작가는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동심을 주제로 글꽃을 피웠지만 스스로는 극심한 불면증, 이명 등에 시달리며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연탄길>을 쓰면서 내 양쪽 귀에서는 전기톱으로 쇠 깎는 소리가 들렸다. 1999년부터 8년간 일초도 멈추지 않고 들렸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이쯤 되면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듯싶다. 그는 자살충동을 이기기 위해 한동안 약과 술로 범벅이 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불면증은 잠 못자는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현대의학은 약물·알코올중독, 스트레스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우울증을 수반한 불면증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불면 자체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는 ‘불면공포증’도 환자를 몹시 괴롭힌다는 설명이다. ‘눈은 말똥한데 온 몸은 천근’인 불면환자에게 수면제는 ‘필요악’(必要惡)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면제 과다복용의 함정도 여기에 있다.
불면증 치료제 ‘할시온’의 장기 처방이 남발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만 9만2006건이 원외처방됐다는 국감 보고다. 할시온은 환각등 부작용으로 해외에서는 금지된 약품이다. 사용이 허가된 국가에서도 10일 미만의 단기 처방만 허락한다.
할시온의 장기 복용은 ‘수면 운전’을 부른다고 한다. 운전 중 졸면서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공격성과 피해망상증 등도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잠 못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 한방에서는 골똘히 생각하나 해결점을 찾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세를 ‘사결불수’(思結不睡)라 부른다. 불면증 원인의 첫 머리에 기록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묘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괴로워도 몸과 마음을 망치는 약물 과용, 이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열린마당/손창현(경찰종합학교 교수)-20091017화] 성범죄 예방위한 환경 설계해야
지난 주말의 일이다. 가족과 산책 삼아 걷던 중 아내는 조그만 물건을 딸아이의 목에 걸어주고 설명서를 읽어간다. 하트 모양의 그저 앙증맞은 장난감이려니 했던 그것은 다름 아닌 경보기였다.
딸아이 친구들도 모두 하나씩 장만한 모양이다. 남자아이들은 축구공 모양을 좋아한단다. 하지만 아직 손놀림이 능숙지 못한 아이를 보면서 130㏈(데시벨)나 하는 경보음은 과연 안전한지…, 이 또한 내게는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몰의 경보기 판매가 이례적으로 200% 이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하니 대한민국 부모들의 마음이 다 타들어가고 있나 보다.
저녁 뉴스에는 9세 남자아이가 맞벌이 부모의 출근 후 강아지와 함께 뺑소니차에 치어 숨진 사건이 나왔다. 다세대 주택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곳에서 생긴 이 사건은 출근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에서 어떤 차에 의해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참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나영이 역시 등교시간에 학교 근처 골목길 옆 사각지대에서 변을 당했다. 두 장소 모두 그 흔한 CCTV 한 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5년간 서울지역의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사건은 605건에 달하지만, 2004년 경찰과 구청의 노력으로 거리에 CCTV가 설치된 강남구는 그중 6건에 불과하다.
폭발적인 강남의 치안 수요와 서울의 31개 경찰서 숫자를 고려하자면 꽤나 의미 있는 수치다. 비단 CCTV가 아니라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 하나만 설치해도 범죄율은 확 떨어진다. 아동 성폭력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리적 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낙후지역일수록 자치단체와 경찰이 협력해서 범죄예방설계를 도입하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가령 아파트 단지의 구석이 아닌 중앙에 놀이터를 배치하거나, 지하주차장의 통로보다 실제 운전자가 타고 내리는 구역에 환히 조명을 비추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도 이런 범죄예방설계를 서울 신정뉴타운과 판교신도시에 도입했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도심정비사업에 범죄예방설계를 반영하자는 여론이 있어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도 한다.
죽을 때까지 배변주머니를 차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 부모, 아이가 언제 주검으로 변했는지도 모른 채 아침 출근길에 나섰던 부모. 나 역시 한 아이의 부모로서 그들의 비통한 심정을 생각한다면 어떤 위로도 감히 건네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나서서 우리의 환경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제복 입은 경찰관만이 경찰이 아닌 세상, 이 세상 어른들의 책무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