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다심원의 가을 초입을 장식한 보름달 족자가 바뀌었어요.
깨끗한 백지에 멋드러진 글씨의 서예 족자인데요.
백운자거래, 흰 구름이 스스로 흘러가듯-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우리 문화와 너무도 어울리는 멋진 뜻이 담긴 글이었어요.
다심원을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향내음.
원장님과 함께 시간을 가지는 향도 수업 두 번째 시간입니다.
향도 수업임에도 차가 빠지지 않아 행복해요.
녹차꽃이 한창이라 올해 수업 모두가 즐긴 녹차, 차의 마음에 띄워 마셨는데요.
녹차꽃 향이 그윽하니 차향도 미묘하게 달라졌어요.
품향 기구들입니다.
처음 봤을 땐 예쁘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다시 보니 서예 도구 같기도 하고,
수술 전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수술 기구들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어요.
향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위의 사진은 뿔향이예요.
돌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연기가 폭포수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해요.
개구리밥을 띄운 원장님의 센스도 돋보입니다.
원장님이 먼저 시연을 보여주시고 향을 맡아보았어요.
향 또한 초향, 본향, 미향으로 나뉘는데 차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향이 가장 농후합니다.
인원에 따라 피우는 향의 양도 달라지는데, 이렇게 소량으로도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어요.
남은 향분을 향로에 담아 공기 중 흩어진 향도 맡아 보고 퍼지는 연기도 감상해 보아요.
품향을 하며 맛있는 차와 다식도 즐겨봅니다.
향탄이 타는 동안 원장님이 들려주시는 좋은 글귀도 마음에 새겨봅니다.
서투르지만 저도 원장님을 따라 향재를 고르며 향분을 피워봅니다.
제가 피운 향은 말레이시아의 가리만단 향이었어요.
차 한 잔과 그윽한 향으로 매일 조금씩 저의 몸과 마음가짐에도 향을 깃들입니다.
첫댓글 선운사
낙엽 지는 냇가에서
물에 비쳐 어룽이는 그녀
가슴 태우며...사모하다
죽어 핀 상사화
솟은
대롱에서 꽃만 피어 지고
잎 따로 나중 피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서러움...
토해내며 많이도 피었네
하늘의 별이 냇가에 뜨면
따로 피지 말고
별과 함께 피어라
ㅡ류종민 ‘상사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