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저는 한국에 와서, 지방으로 자전거 여행가기를 좋아하는 몇몇 분들을 만났습니다. 최근 어느 주말에 서울에서 남서쪽으로 2~3시간 떨어진 전라북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습니다. 주말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전북 진안군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으로 내려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대단히 신선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미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신선한 순두부찌개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안에서는 그곳의 최고 명소,두 개의 암봉을 가진 “말의 귀”라고 불리는 마이산(馬耳山)을 지나갔습니다. 멀리서 암봉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얼마후 이틀간의 자전거 여행의 기지가 될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한국을 들린 아들 제임스도 같이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좋아했습니다. 예전부터 미국에서나 해외에서나, 여행을 간 곳이거나 사는 곳이거나, 제임스와 저는 산악자전거를 함께 탔습니다. 시골을 둘러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산악자전거”하면 어떤 분들은 젊고 건장한 남자들이 경사지고 돌로 가득찬 산길을 내려가는 모습을 연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골 뒷길을 다니기에도 튼튼한 타이어를 사용하며 농촌지역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저는 한국이 여전히 이런 여행을 하기 좋은 장소로 남아 있어서 기쁘고, 동시에 이런 곳을 여행하기 좋아하는 분들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제임스와 함께
한국의 시골 풍경이 많이 바뀌였습니다만 진안군에 가보니, 포장도로이건 비포장도로이건, 아니면 조용한 샛길을 따라 산에 둘러 쌓여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진안의 논밭과 마을을 지나다 보니, 제가 알던 한국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벼는 유난히 파랬고 높은 암벽과 짙은 숲으로 덮힌 산은 매우 멋졌습니다. 또한, 인삼 재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농촌 경제에 점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폐가나 주름진 얼굴들을 보면서 고령화되면서 감소하고 있는 시골인구 문제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채소밭은 여전히 가지런히 가꿔져 있었습니다.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초반을 보면 어린이들이 논길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장면이였습니다. 지금도 그런 곳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안군의 전원 풍경
자전거 여행 첫날,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영모정에 들렸습니다. 영모정은 어느 아들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1869년에 냇가변에 세워진 아름다운 정자입니다. 지역의 몇몇 여성분들이 야채식단으로만 이뤄진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주셨습니다. 냇가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도 식히고 식사도 했습니다. 한 남성분은 몇 가지 전통악기 연주와 더불어, 역사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영모정에서
자전거를 한참 탄 뒤 먹었던 신선한 점심식사
중국으로부터 전해졌고, 나중에 서방 하모니카의 전신이 된 전통악기
훌륭한 점심, 음악, 호의를 베풀어 주신 분들과 함께
여행 둘째날, 시골의 풍경을 더 넓게 보기 위해 숲속길을 올랐기 때문에 자전거타기가 더 도전적이였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러한 코스에서는 늘 그렇듯이, 타이어 몇 개가 펑크가 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여름에도 선선한 환상적인 동굴 방문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주말내내,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지내는 자연의 “녹색” 냉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 둘째날 진안에서
우리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국의 전통생활 양식을 보존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오래된 방앗간을 방문했었는데, 이는 어떤 여성분이 자비로 매입하여 방문객들에게 개방한 곳이였습니다. 얼마전까지 한국의 도시와 시골마을에서 방앗간이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함께 기억하면서 방앗간이 얼마나 창의적인 공간인지 감탄했습니다.
전라북도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한국에는 가볼 곳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 전역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진다니 기대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운동하면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한국의 전통도 보길 원한다면, 자전거에 올라타 시골 뒷길을 여행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첫댓글 세상 사람들이 대사님같으면 오죽 좋겠소이까 ㅎㅎ...
사진들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녹색성장을 하는 것이 요즘 한국의 화두입니다. 대사님은 자전거 매니아 시네요. 저는 2년전에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자전거 도로에 도보하는 사람들이 많아 짜증이 났습니다. 그들 덕분에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가 없었구요. 점심식사를 보니 대사님 식성이 한국 사람인데요. 저랑 바뀐 것 같네요. 저는 양식을 좋아하고 김치를 못 먹습니다. Heal The World를 들으며 글을 마칩니다. ㅋㅋㅋㅋ
운동한 뒤의 식사는 꿀맛이죠! 지역 주민들 덕분에 정성어린 음식을 드신 것 같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곳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실 지 기대가 되는데요?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대사님 사진들을 보니 자전거 여행에 대한 욕구가 막 생깁니다. 여유를 갖고 한국을 돌아보기가 쉽지가 않은데, 바쁘신 와중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니시네요. '진안'은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창피하네요. 대사님 너무 보기 좋습니다.
대사님의 이런 행보 너무 신선합니다! 이것이 선진국의 공공외교인가? 싶구요.. ^^
스티븐스 대사님, 체력이 요구되는 진안까지의 먼길의 자전거 여행을 잘 마치고 오셨군요. 보통의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시는 마음이 대사님의 글과 사진을 통해 따뜻하게 전해져 오는군요. 여러해 전에 가까운 분들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계획해 놓고 시도하려다가 장례식 참석 때문에 급히 돌아와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드님과 함께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드님은 posco 팬이시네요..저는 포항에 살거던요.!!!
생각보다 자전거 라이딩을 잘 하시더군요.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의정부쪽에서 라이딩할수잇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재웅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전북에 오셨는데 내가 못뵙다니..... 햐 ~~~ 좀 억울한데요 전주에 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