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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감을 타고 오르는 백두대간
내사랑 '나의 그림' 論
김종
그림에 임하는 알마간의 생각
“백치의 머리와 색맹의 눈으로” 밝히건대 나는 소위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서 내 사랑 나의 그림에 대하여 싸움에 임하는 장수처럼 이 말을 출사표로 던졌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관련하여 앞으로 내가 어찌 변할 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내 그림이 이 지상에 존재하는 한 그것들은 백치와 색맹의 심미적 소산이라는 사실을 고백처럼 밝히고 싶다.
매우 엉뚱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그림 그리기에서 “백치의 머리와 색맹의 눈”을 좌우명으로 내세운 연유부터 말하자. 그림은 아무래도 새롭고 특이해야 한다. 그러나 새롭고 특이하다는 것이 어디 생각처럼 되는가. 어느 의미에서 화가에게 배설하듯이 계속해야 하는 일상적 작업이 그림 그리기이다. 새롭고 특이한 그림은 그래서 더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우선 그림 그리기에 앞서 세상 사물을 새롭게 보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새롭고 특이하게 사물을 보고 그것을 회화적 형상으로 드러내자면 아무래도 내 자신부터 거듭나지 않고서는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유는 우리가 여러 십년에 걸쳐 보고 듣고 어울리고 피돌기하거나 판박이한 사물들을 어떤 재주로 하루아침에 새롭고 특이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단 말인가. 뒤집은 땅이라야 곡식을 기름지게 가꾸듯 거듭난 눈이 아니고서는 세상을 새롭게 보고 그릴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특별한 생각이나 장치 없이 내가 그림 그린다는 것은 뻔할 뻔자의 헛일이 아닌가. 있는 형태나 곧이 곧대로 그려내고 형상화되지 못한 추상작업이나 배설행위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그림그리기라면 나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작정한 것이다.
나는 신음하듯이 여러 날 여러 달을 머리 싸매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 형태에 그 색깔이라면 그 누군들 새롭다 하겠는가. 이 세상에 쌔고 쌘 것이 화가들이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의 화가 숫자를 약 2백만명 쯤으로 추산했다.) 이런 터에 내 한몸 그림판에 자빠진다고 뭐가 그리 대수로울 것인가.
만명 쯤으로 추산했다.) 이런 터에 내 한몸 그림판에 자빠진다고 뭐가 그리 대수로울 것인가.
새롭게 보자! 거듭난 사물을 내 자신만의 미감으로 드러내자! 그래,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이 새로와지기 위해서는 천하없어도 내 자신부터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찾아내고 다듬은 좌우명이 “백치의 머리와 색맹의 눈” 이었다. 이 말이 내 심중에 젖어들 듯이 감잡히자 나는 원효대사가 화엄세상을 찾아 무애도를 깨우쳤듯 내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결심앞에 서게 되었다.
무엇에다 그릴까를 고민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제 많은 분이 아시게 되었지만 나는 2000년까지 한지에 수채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 일을 평론가 윤범모 교수는 종전의 화화적 방법에서는 처음 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수채화가 어디 물먹는 하마같은 한지위의 작업이던가. 그러나 어떻게든 내 자신의 고유성과 나만의 표정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항시 진리는 가까운데 있다 했다. 생각 끝에 내 주변부터 활용할 것을 궁리했다. 평소 아내 정경희가 대학에서부터 한국화를 전공한 터로 한지가 집에 쌓여있다. 그리고 미술대 회화과에 다니는 딸아이의 수채화 물감이 여기저기 잠자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묶어서 “한지에 수채화”라는 절묘한 궁합을 생각해 내곤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재료적 접합이라 기분이 좋았고 그것들을 다룰 수 있는 내 자신이 행운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2001년부터는 그림 재료를 작품적 주제에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무 작업을 시작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작품의 주제로 아우르며 회화적 물줄기를 생명미감으로 표출하는 일은 아무래도 나무(합판목)가 제격일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 재료도 낯설기만 하여 내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나무위의 작업은 생각보다 나를 들뜨게 했고 이 재료에 맞는 수채, 아크릴, 오일 등을 혼합재료로 하여 재질의 성격에 따라 맞추어 사용하였다. 나는 나무에 혼합물감으로 작업하여 이번 주제를 생명미감이라는 하나의 정신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어떻게 그릴 것인가.
나는 내 그림의 방법적인 문제로 다시금 고민에 들어갔다. 지금까지의 회화사에는 수 없이 많은 방법들이 물버큼처럼 일어났다가 명멸해 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세기 이후부터 우리들의 회화적 안목을 새롭게 열어준 고호나 세잔느, 피카소같은 명장들이 영화속의 스타들처럼 불빛을 타고 내 뇌리를 지나갔다. 그들은 많은 고민 끝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고 그림세상의 혹한을 거쳐서 저마다 크나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또한 이들처럼 그림세상의 혹환을 이겨낼 방법은 무엇일까. 어디 가서 이 세상의 갈증을 녹여낼 한 바가지의 물같은 내 자신만의 방법을 퍼담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 회화에 대한 방법적인 문제로 몇번이고 고민했다. 그때 뚫어진 문구멍으로 한줄기 햇빛이 찾아왔다. 바로 사물마다 생명을 담아내는 ‘생명미감’ 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실 것이다. 설명은 간단하다. 나는 평소 그림을 생물로 보아왔다. 생물은 생명이 담긴 물체이다. 그래 물체에다 생명을 담기 위해서는 생명을 담는 원리를 가져오자. 그림이 살아 숨쉬게 하는 회화적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생각에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그림은 평면에 색을 바르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세포의 형상으로 엮어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최초의 세포의 형상을 엮어서 그린 그림이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바르는 방법에서 엮어가는 방법으로’ 바로 이것이 내 그림에 대한 파천황적인 개념의 이동이고 이렇게 해서 태어난 ‘생명미감’이 내 회화를 만들어가는 원리가 된 것이다.
내 회화표현의 원리에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햇빛 통과의 원리’가 그것이다. 햇빛이 공중을 통과할 때 그것들은 갖가지 색채 알갱이로 지나간다.
육안으로 감지하지 못했기에 그렇지 그것들을 우리가 실제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들의 시선을 그야말로 황홀경에 휩싸일 것이다. 그 하나의 좋은 예가 무지개 등 프리즘의 현상이 아닌가. 나는 햇빛이 공중을 지나갈 때의 그 색채적 상태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끌어내어 내 기질과 개성의 차원에서 미감화시키기로 했다. 그것들은 세포 구성의 원리 못지않는 나름의 독특하면서도 행복한 환상을 내가 연출 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표출시켰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무엇을 그릴 것인가의 자리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여 내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고유의 형태도 없고 고유의 색채도 없다. 모든 것이 美感의 리듬과 개연성 위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기질과 눈빛과 표정으로 춤추고 노래하면 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바, 내 그림이 제작된 바탕과 재료, 그리고 방법까지를 나는 이 ‘무엇’ 이라는 항목에 수렴하고자 한다. 나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몇번이고 거울에 비춰 보았다.
내 얼굴의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새삼스럽게도 짜증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생겼으면 좋았을텐데, 키가 조금만 컸어도, 여기가 조금만 더 높았어도, 아니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날씬해야 돼, 귀도 눈도 입도 코도 이대로는 안돼…. 화가는 조물주 능력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해서 사물 하나 하나를 전체적 조화위에 그려내는 사람이다. 당초 조물주가 손놓친 형상을 화가의 절묘한 미감으로 재현해 놓은 사물이 그림이라는 말이다.
그림속의 사물들도 사람처럼 저마다 생각이 있고 표정이 있다
내 얼굴의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새삼스럽게도 짜증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생겼으면 좋았을텐데, 키가 조금만 컸어도, 여기가 조금만 더 높았어도, 아니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날씬해야 돼, 귀도 눈도 입도 코도 이대로는 안돼…. 화가는 조물주 능력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해서 사물 하나 하나를 전체적 조화위에 그려내는 사람이다. 당초 조물주가 손놓친 형상을 화가의 절묘한 미감으로 재현해 놓은 사물이 그림이라는 말이다.
그림속의 사물들도 사람처럼 저마다 생각이 있고 표정이 있다.
그래 사물들도 사람이 거울을 쳐다봤을 때처럼 조물주가 손놓친 부분에 대한 불만과 짜증이 있고 그것들을 넘어서서 새롭고 특이하게 변화하려는 욕망이 있다. 바로 이 사물들의 욕망을 그려내는 일이 화가의 몫이다. 나는 단언코 사물들의 그 욕망의 부분들을 그려내기 위해 참으로 많은 반역을 꿈꾼다.
내 그림의 소재 내지는 주제를 말할 차례이다. 나는 2000년 12월(광주)과 2001년 1월(서울), 그리고 5월(광주 초대전) 등 3차례의 작품전을 가졌다. 이 전시회의 작품들은 두 개의 산-금강산. 백두산-과 소나무, 장승, 불상 등 여러 형상을 그린 것들이다. 이들은 여행 뒤의 소산이고 내적으로는 주제화 되어 있지만 여러 제재를 자유롭게 펼쳐놓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확인해 둘것은 <금강산엔 지금도 선녀가 산다>와 <천지엔 가끔씩 달이 빠진다>에서는 ‘선녀’의 이미지를 우리 시대의 미감으로 형상화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정서속에 가장 친근한 사물로 피돌기하고 있는 <소나무>를 68가지 연작의 형태로 변용시켰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말하고픈 성과이다. 내 회화행위에 대해 지금도 까놓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다.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특별히 스승 밑에서 배운 일도 없으면서 더군다나 나이 쉰을 넘기고서야 붓을 잡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물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이 내 회화인생에 가장 다행스런 부분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고 앞으로 계속해서 낡아버리거나 굳어지지 않은 유연한 머리와 눈과 손을 감각적으로 소유하는 것만이 나를 계속 좋은 그림으로 꽃피게 하는 일이라 믿는다.
이번에 계획한 작품전의 주제를 밝히려 한다. 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한마디로 좧한라에서 백두까지좩 이며 그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좧子宮에서 王冠까지좩 이다. 한라산 백록담은 그 형상이 우리 민족의 생명력의 원천인 ‘자궁’의 모양을 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국토미학에서 머리나 얼굴쯤 되는 곳이 백두산이라면, 天地는 그 위에 씌워진 한없이 아름다운 왕관의 형상이다. 그리고 이들 산맥의 한 부분 한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산은 배꼽, 금강·설악산은 가슴, 묘향산은 어깨나 목쯤에 해당되어 가히 白頭大幹은 인체에서 완전한 척추이며 그 자체로도 생체적 유기성을 너무도 잘 구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백두대간 위에 올라가 꿈도 꾸고 노래도 부르고 달리기도 하였다. 白頭大幹이라는 사무치고 간절한 국토미학을 풋풋하고 아름다운 생명미감으로 드러내기 위해 아예 白頭大幹을 보듬고 입맞추며 한몸이 되고 싶었다.
나는 지금 화가로서의 창작적 신념앞에 서 있다. 그리고 이같은 신념을 위해 이미 이전에 밝혀놓은 말이 있다. “무릇 모든 창작행위는 강물 하나쯤 만들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 강물은 무심히 바다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굽이를 만들면서 흘러가는데 나는 그 굽이마다 변화도 만들고 감동도 만들고 아름다움도 만들면서 흘러갈 것이다. 분명 어제의 강물은 오늘의 강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강물 또한 내일의 강물이 될 수 없다. 정말이지 작품전을 펼칠 때마다 또다른 눈빛과 표정을 가진 기질있는 그림들로 오래오래 여러 애호가 앞에 서고 싶다.”
그것을 위해 틈만 나면 우리 민족의 척추로 서 있는 백두대간의 여러 산들을 흡사 탐닉하듯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에도 실크로드를 포함한 두 차례의 중국여행을 단행했고 금년에도 서너 차례는 바깥 나라를 나들이 할 것같다.세상이 시끄럽고 사람들이 사악할수록 그림에 다가가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이미 <山이 된 사람들>, <天地가 王冠이다>, <완전한 자궁, 백록담>, <천지의 하늘, 色層으로 내려온다>, <山은 물을 안고 물은 산을 기르고>, <키 자라는 山들>, <바다에 빠진 설악산>, <지리산의 푸른 허리>, <바다에서 자라난 금강산>, <묘향산의 금빛 가을> 등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기도하듯 간절하고 간절하고 또 간절한 정신과 미감으로 뽑아내고 있다. 백치 만세, 색맹 만세! 오오 쿠어바디스!
1. 예민하고 정제된 감정의 표현
김종의 작품세계는 지극히 예민하고 정제된 감정의 표현에 근거한다. 그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을 타고 올라 백두산 천지에 빠진 달의 희열을 읽어내며 작품제작에서 어떤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고자 한다. 자신의 직관을 독특한 미감과 상징화된 언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으로 여과해 가는 언어의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서정적이며 감성적이며 환상적이다.
스스로 내건 슬로건이 “백치의 머리와 색맹의 눈으로” 이다. “백치의 머리”란 이성의 배제, 고정관념의 탈피를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생맹의 눈”이란 사물이 가진 고유색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시지각적 미감으로 파악한 색채의 세계를 말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이 상징화된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새로운 미감을 일구며 외롭게 정진하여 네번째의 개인전을 맞이하고 있다. 문학가로서 그는 문자라는 기호에 넘치는 시대적 진실을 담았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기호적 한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형상에 대한 기질적 집착과 화려하고 판타스틱한 색채들로 50대에 들어서서 새롭게 화가에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어차피 예술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발견하는 또다른 모색이라 할만하다.
김종은 이미 문학을 통해 표출해 온 작가적 내면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상징적, 표현적, 시각적 언어로 발산하고자 또다른 자아의 일면을 미감적으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2. 평면위에 세운 환상들의 새로움
그는 이번 전시 작품들을 제작 하면서 매끈하고 단단한 나무의 재질 위에 혼색과 채색이 자유로운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물감이 나무의 표면에 번지고 그것들의 얼룩과 흔적을 사용하여 작가의 의도 이상의 세계를 작품화하고 있는 듯 하다.
인상주의 화가 마네(Edouard Manet)는 “회화는 물감의 반점과 얼룩으로 이루어진 평면회화(falt painting)로서 순수회화(pure painting)를 지향한다”고 하였다.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적 환영(illusion)과 환상을 야기하는 명암, 입체감, 사실적 묘사 따위가 실물다움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더라도 2차원의 평면은 평면일 뿐이며 바로 그 평면성이 순수 회화의 본질이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의 작품세계는 물감이 창출한 얼룩과 반점을 이용한 형상이나 상징적 기호로 하여 그 자체로 회화적 조형성을 창출한다. 우리는 은연중에 실물다움이나 혹은 3차원적 환영의 끌림을 받지만 마음의 눈으로 여과한 심상이 내면의 세계를 걸르는 필터 역할을 하여 정제된 흔적보다 더 아름다운 형상에 나아간다
그것들이 연출한 환상을 직관과 감각에 의존하여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엮어낸 반점들의 심포니가 바로 김종의 회화이다. 요컨대 물감의 흔적과 반점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김종의 회화는 20세기 중반부터 야기된 형식주의 미학의 접근으로도 볼 수 있다.
3. 유리알 같은 자연주의의 위안과 기쁨
“내 그림 속의 여러 형태들은 백치의 바다 위를 날으는 날개치는 갈매기이거나 색맹의 그 신비한 하늘을 한밤이 기울 때까지 떠다니는 보름달의 지칠 줄 모르는 운행이었으면 좋겠다. 산이면 산, 강이면 강, 나무면 나무, 바위면 바위, 이 모든 것들이 욕망의 피륙을 짜늘이고 가슴 설레이게 찾아든 안온한 거처로서의 백치와 색맹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는 순수 자연주의자로서 섬세한 감성으로 여과한 자연속의 동경과 꿈을 표현한다. 꽃이 피고 새가 날고, 하늘에 두둥실 구름이 떠가는 자리에서 산은 물을 안고 물은 산을 기르는 상생의 정신을 찾아내고 나무꾼과 선녀의 아름다운 전설까지도 둥지튼 몽환적 자연으로 형상한다.그같은 것들의 성과가 “키 자라는 산들”, “천지의 하늘 색층으로 내려온다”, “넝쿨로 뻗어간 백두대간”, “三色 소나무”, “백두대간의 초록 심지” 등등으로 표출되며 그래서 그의 작품은 한결 해독하기가 수월하다. 그리하여 마치 유리알처럼 맑고 밝고, 투명한 환상적인 색상의 오로라가 도시 문명에 찌든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순수한 위안과 기쁨을 준다. 확실이 그는 보다 환상적인 심미주의를 구사하는 서정적, 자연주의적인 주제와 명제들로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연주의를 넘어서서, 제한적 형상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더 큰 자유와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4. 드러나게 디오니소스적인 회화세계
문학가로서 시인 김종의 작품세계는 이지적, 지적, 민족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회화세계는 그렇지가 않다. 니이체(Friedrich W. Nietzsche)가 예술의 유형을 아폴론적 유형과 디오니소스적 유형으로 분류하였을때 아폴론(Apollon)의 유형은 이지적, 지적, 합리적 성향을 의미하며, 디오니소스(Dionysos) 유형은 감정적, 서정적, 본능적, 도취적 성향을 의미한다.
신고전주의, 입체주의, 기하학적 추상 등이 아폴론적이라면 낭만주의, 야수주의, 서정적 추상 등은 디오니소스적이 된다. 아마도 시인 김종의 문학세계가 아폴론적에 가깝다면 그의 회화세계는 드러나게 디오니소스적이다.
누군가가 인간의 존재는 이성과 감성의 양면적 존재라고 하였다. 누구든 인간에게는 내재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와 격돌, 그것들의 갈등을 다른 예술언어의 방식을 통해 자유롭게 발산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를 개성적인 형상들로 성취해가는 김종 예술가에게 부러움을 보낸다.
5. 충만한 생명성, 그 환상을 넘어
베르그송(H·Bergson)은 예술작품은 끓어오르는 생명력, 생명의도약(elan vital)이 표현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조각가 헨리 무어(H·Moor)는 작품을 통해서 생명의 힘이 표현되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김종의 화면에 덮혀진 색채들은 공간감을 통한 밝고 화려한 반점들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이 되고 은하수가 되어 빛과 생기를 내뿜는다. 생동감, 생명력이 충만한 그의 회화의 근원은 감정의 힘에 의한 생명의 약동,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흥에 의하여 내면적 정서로 용해된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생명감을 얻고 맑고 밝고 환상적인 그만의 회화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김종이 자연으로부터 받아서 표현해 온 그간의 회화적 감흥을 어떻게 지속하고 또 어떻게 변모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갈 지 참으로 궁금하다.
주요약력
■ 전남 나주시 출생 ■ 문학시대 추천 ■ 제8회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문학 추천 ■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당선 ■ 조선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 1974년이후 조선대학교 교수(휴직중) ■ 조선대학교 공보실장, 조대 신문사 주간교수 ■ 경희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 논제「한국현대문학사의 전환기적 특성 연구」 ■ 일본 동지사 대학 외국인 교수 ■ 제8회 현산문화상 문학 본상 수상 ■ 월간「사람사는이야기」편집위원 ■ 제3회 민족시가 대상 수상 ■『예술광주』 편집주간, 편집인 ■ 광주직할시장 체육문화진흥표창 ■ 제2회 백제문학상 수상 ■ '94 광주문학상 수상 ■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 광산 김씨 문숙공파 승선회 이사 ■ 제10회 표현문학상 수상 ■ 제2회광주예술문화상 수상 ■ 광주MBC 제1,2기 칼럼니스트 ■ 광주문화예술특구추진위원회 상임부회장 ■ 한국방송위원회 광주·전남·북 위원 ■ 광주광역시 문인협회장 ■ 광주광역시 예총 수석부회장 ■ 제2회 광주비엔날레 기획위원 ■ 2002년 월드컵 광주 유치 추진위원 ■ 광주MBC문화방송 제1∼2기 칼럼니스트 ■ 동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 교수 ■ 미당 서정주 시문학관 건립 추진 위원 ■ 광주시민대상 예술분과 심사위원 ■ 광주광역시 시민헌장 개정위원회 위원 ■ 광주지역 방송자문위원 ■ 사)고향사랑회『고향사랑』편집주간 ■ 광주광역시 서구 발전 자문위원회 예술분과위원장 ■ 살레시안전 출품(1,2,3,4회 출품) ■ KBC광주방송 시청자 위원 ■ 광주광역시 제2건국 제1,2기 추진위원 ■ 광주광역시 제2건국 추진위원회 위원 ■ 조선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 누드드로잉회 「토요일에 만나는 사람들」전 출품 ■ 한국시조시문학상 ■ 광주시 동구민의 노래 선정위원 ■ 광주광역시 청소년 상담 전문직 봉사자 ■ 살레시오 총동문회 발간위원장 ■ 광주문화예술상 문학상 운영위원 ■ 광주인재아트센터(개인전) ■ 애국지사 목정 최한영 선생 추모사업 추진위원 ■ 서울 인사갤러리(개인전) ■ 광주학생교육문화 회관 운영 자문위원회 위원 ■ 광주국제영상축제 조직위원회 영상섭외(위)부회장 ■ 신동아미술제 대상 수상 ■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펜문학」편집위원 ■ 국제PEN클럽 광주광역시회장 ■ 광주광역시 서구청 김종 한지수채화 초대전 ■ 제1회 새천년 한국문학상 대상 ■ 제15회 황산고두동문학상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장 ■ 21C Water Color Festival 출품 ■ 아름다운 서구 작가 초대전 ■ 월드컵기념 예술 축제 출품 ■ 새천년민주당 국정자문위원 ■ 계간 종합문예지 「문학예술」초빙 편집위원 ■ 계간 「시조세계」 편집위원 ■ 광주광역시 서구 빛고을 국악전수관 운영위원 ■ (사)한국바다문학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