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요지>
<춘향전>의 핵심, 함양여인 홍월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나손인문학연구실 대표)
지금까지 학계에서는「춘향전」을 염정소설, 통속소설, 판소리계 소설로 보아왔다. 강연자는「춘향전」은 성리소설이며, 원작가는 정암 조광조의 후예인 산서 조경남임을 밝혔다.
성리소설의 특징인 이중서사 구조는 표면서사에 연계된 이면서사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내장시킨 본질적인 주제가 진정한 주제라는 점이다.「춘향전」의 이면서사는 조경남이 경험한 내우외환의 문제를 비롯하여,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역사적 사실이나 야담들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도출하게 된 데에는 스승인 나손 김동욱박사를 이어 50여 년간, 2세대에 걸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의 결과이며, 한국적 연구 방법인 광통학의 결실이다. 이 광통학의 연구방법은 작품 상호간의 특질, 시대 상호간의 특질을 통시적 측면과 공시적인 분석을 전제로 하여, 작가 조경남의 생각 지도를 먼저 논리적으로 구축한 다음, 작가에 대한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고, 역사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방법을 통해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법이다. 특히, 인간의 심성 중에서 성리학에서의 순수심성이 주인공의 활동이나 성격에 투사된 것을 분석의 중심으로 삼는다.
선학들은「춘향전」의 발생이나 성립에는 근원설화가 주요한 소재가 되며, 이들 소재가 적층문학으로, 서민문학으로 발전하여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고 보았다. 강연자는 스승의 학설을 발전적으로 극복하여,「춘향전」의 전반부를 주도하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의 주제는 그동안 알려진 신원설화, 열녀설화보다는 ‘함양여인 홍월(紅月)’이 핵심에 있다고 보았다. 즉, 그동안 많이 거론되었던 신원 설화의 한 예는 “남원에 춘향이라는 못생긴 처녀가 있어서 사또 자제를 짝사랑했으며, 자기 딸이 비록 못생겼지만, 사또 자제를 사랑하여 상사병으로 죽을 지경이 되자, 늙은 어미가 낮에 몸종을 내세워 책방 도령을 꾀어내어 집으로 유인하고, 책방도령과 그 여종이 하룻밤을 지내도록 한다. 그런데, 책방도령이 자고 일어나 보니, 자기와 하룻밤을 지낸 그 처녀가 너무나 못생긴 것을 보고 놀랐다. 왜냐하면 늙은 어미가 도령이 잠든 밤에 몰래 여종과 자기의 못생긴 딸을 바꿔치기 했기 때문이다. ”등등 몇 가지가 있다.
산서 조경남은 제자 계서 성이성이 남원의 책방도령에서 인조가 특별히 아끼는 호남암행어사가 된 역사적 사실과, 함양여인 홍월과 남원의 연인 유점의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실화 등을 융합시켜서, 영남과 호남의 소통을 이면서사에 내장시켰다. 그리고 표면서사는 춘향의 수절과 열녀 정신, 암행어사의 변치 않는 사랑과 약속의 실천을 서사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