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부안 농민 조춘호 씨
지난해 내도록 핵폐기장 건설 반대투쟁을 벌였던 전북 부안땅. 변산면 운산리로 들어가는 신작로 옆에는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노란 깃발이 여기저기 펄럭인다.
우뉴월 땡볕을 혼자 다 받은 양 새까만 조춘호 씨(32세).
논 다섯 마지기와 밭 일곱 마지기를 얻어 농사를 짓고 있다. 가을에 추수해서 논 한 마지기에 쌀 한 가마를 도지로 지주한테 주고, 밀을 심어 놓은 밭 네 마지기는 벌초해 주는 걸로 붙여 먹는다. 집 둘레에 세 마지기 밭에는 콩, 들깨, 고추, 감자, 땅콩, 고구마, 가지, 토마토 같은 걸 심고 창고 옆에 닭 여나믄 마리 기르고 비닐하우스도 만들어 놓았다.
조춘호 씨는 열세 살까지 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 가서 줄곧 학교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다 5년 전에 변산으로 왔다. 고등학교 나와 자동차 공업사, 정비공장에서도 일하고 용달, 화물차 운전기사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농사에 대한 고민을 했다.
"운전이라는 직업을 갖기는 했지만 그 일을 계속 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자연 친화적인 농업에 대해 서로 얘기 나누고 연대할 사람들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법정 스님 글을 읽는데, 그분이 유일하게 정기구독하는 잡지가 녹색평론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 책을 보는데, 거기에 윤구병 선생님 글이 종종 올라 왔던 것 같애요. 공동체 이야기며, 실험학교 이야기 같은 걸 읽다가 변산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부인 김은정 씨(30세)는 도시에서 태어나 대학교 다닐 때부터 환경운동 단체에서 일하다 4년 전에 이곳으로 왔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시골에서 기르고 싶었단다.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만나 사귀고 혼인한 얘기를 은정 씨한테 슬쩍 물어 보니 춘호 씨가 끼어든다. "각시가 먼저 관심을 보였죠, 하하."
사실 춘호 씨는 은정 씨가 변산에 처음 내려 왔을 때부터 "찜"했단다. 그래서 다른 총각들이 넘보지 못하게 은경 씨를 좋아한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갖은 공을 들이고, 함께 살아갈 집도 짓고 해서 지난 해 초 공동체에서 독립해 가정을 이루었고, 지금은 6개월 된 딸 이랑이와 세 식구가 되었다.
"사실 농사 짓는 일, 음식, 주거, 아이 교육, 건강, 문화생활 같은 문제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아요. 도시 생활에서는 진짜 뭔가 대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여기선 그냥 살면 되거든요. 농촌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많긴 하지만요. 희한하게도 이랑이가 태어나 여태 병원 간 일이 없어요. 감기나 한두 번 걸렸을까 그랬어요."
얘기를 끝내고 가족사진 찍으려는데 은경 씨가 한 마디 더 해야겠단다.
"작은책 독자들께 할 말 있어요. 음, 도시에 사는 노동자들 바쁘고 고단하겠지만 밖에서 사 먹지 말고 밥하고 반찬해서 챙겨 드셨으면 해요. 건강도 지키고 우리 땅에 나는 먹을 거리가 사라지지 않게요. 몸 건강하세요."
지금 우리 농촌은 마냥 동경할 수 이을 만큼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이들 가족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느낌이 든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새까만 얼굴에 흰 이 드러내며 논둑길을 걸어오는 춘호 씨 모습을 그려 본다.
글·사진 송병섭/작은책 발행인
첫댓글 사진도 올려BoA요!!!
아직 7월호 안샀.....어서 정기구독 신청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