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아동심리 치료 의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말콤이다. 그는 성실하고 진지한 치료로 의사로서의 명성을 쌓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어느 날 단란한 그의 가정에 과거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중 한 사람이 실성한 듯한 모습으로 찾아와 그에게 총을 겨눈다. 그리고 당신의 잘못된 치료로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며 그를 원망하고 질책한다. 말콤 박사는 회한에 잠겨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를 하지만 청년은 그를 살해한뒤 자신도 자살한다.
8살짜리 꼬마가 있다. (우연히 내 큰 아이와 동갑이다.) 이 아이에게는 무슨 영문인지, 억울한 사연을 품고 죽은 사람들이 죽을때의 끔찍한 모습 그대로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죽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여기저기 자신들의 하소연을 들어 줄 사람들을 찾아서 방황하고 다닐 뿐이다.
처음에 소년은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기자 엄마에게(그 아이의 부모는 이혼했다) 친구에게 학교 선생님에게 자신의 무서운 경험을 말하고 보호를 요청하지만 딱하게도 그들은 소년을 신경쇠약증 환자로 단정하고 아동심리 치료 병원에 보내는 것으로 그만이다. 소년은 엄마까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 모두를 불신하며 친구들과도 학교와도 그 누구와도 화합하지 못한다. 소년은 그저 하루 하루를 무서운 공포와 고독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깊은 회한의 상태에서 자신의 환자였던 청년에게 살해당한 말콤 박사는 그 환자에 대한 자책감으로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여기며 여기 저기를 방황한다. 자신이 죽었기 때문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인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낙심한다. 그는 자신에게 총을 쏜 청년에 대한 죄책감으로 번민을 거듭하다 자신의 환자들 중 자신에게 총을 쏜 청년과 비슷한 병력을 가진 환자를 찾아 치료해 주기 위해 환자 기록을 뒤적이다가 콜이라는 소년을 발견하고 그를 치료해주기 위해 찾아간다. 그러나 꼬마는 의사를 믿지 못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 말콤박사는 과거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소년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교감이 깊어지자 차츰 소년도 말콤 박사를 믿기 시작하고 마침내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왔던 자신의 무섭고 비밀스런 얘기를 해준다. 죽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서 억울함을 하소연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죽은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말콤 박사도 역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다만 그는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소년을 믿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계속 소년을 치료하던 박사는 꼬마와 함께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사연을 알게 되고 꼬마와 함께 그 소녀의 억울함을 풀어준다. 그리고 소년과 친밀감이 깊어진 박사는 소년에게 부인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고민을 털어놓고 소년은 그에게 부인이 잠이 들면 대화를 나눠 보라는 이상한 도움말을 준다. 그리고 소년은 박사와의 이별을 암시하듯이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눈다.
말콤 박사는 자신의 부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부인에게 말을 걸어 꿈을 꾸는 부인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곧 그는 격렬한 번뇌에 휩싸이지만 소년을 치료했다는 좋은 기억을 위안삼아 중음신으로서의 방황을 끝내고 귀천하기로 결심한다.
식스센스는 처음 영화가 나왔을때 극적인 반전이 주 화제가 되어 영화의 내용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줄거리를 말하게 되면 말콤 박사가 죽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말콤 박사의 죽음을 미리 말하면 반전 효과가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묘한 궁금증을 증폭시켜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그렇게 잘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 반전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영화인데 반전으로 영화의 가치를 극대화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극 중 영매 역을 연기한 아이는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공포와 고독 그리고 세상에 대한 어린아이의 슬픈 냉소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치고 박고 때려 부시고 세계의 질서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박살내면서 미국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것이 주 내용인 헐리우드 영화에서 식스센스는 다소 생경스런 주제였다. 오늘 영화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인도 출신의 젊은 감독이 만든 영화다. 이제 때려 부시고 미국의 위대함을 억지로 강변해대다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헐리우드도 이런 식의 새롭고 신선한 주제를 찾아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첫댓글 상섭 님.....영화 한 달에 몇 편이나 보세요?(비디오 포함해서) 저는 한 편 보더라도 후딱 지나치면 끝인데~ 이렇게 글로 차분히 남겨 놓을 수 있다는 건 '감성이 풍부한 건가? ^ ^*' 하여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