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4월 10일에 황학동을 둘러 봤습니다. 최근 제가 찾고 있는 영화들이 있어 좀 무리가 되더라도(물론 금전적으로...) 구해야 겠다 싶어 일찌감치 사무실을 나와 종종거리며 충무로에서 일을 보고 다시 느긋한 마음으로 도깨비 시장을 뒤졌습니다.
구하는 목록 : 1순위 : 차이밍량의 구멍,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사랑,
2순위 : 조지루카스의 청춘낙서, 프란시드 코폴라의 아웃사이더...
사실 도로변 비디오 상점은 갈 필요가 없고 - 워낙 비싸게 불러서- 상가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찾고 있는 것이 있어서 밑바닥부터 뒤졌지요. 그러나 어느 곳에도 구멍과 히로시마 내사랑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dvd에 밀려 비디오는 막장 분위기였죠... 이미 비디오 씨디나 디브이디가 그 자리에 주인이고 비디오는 한켠에 짐처럼 쌓아 있어 예전처럼 자리잡고 뒤질 수도 없었죠... 그저 주인에게 그때마다 묻곤 했는데 구멍과 히로시마-는 워낙 적은 수가 출시되어 선금을 줘도 못 구한다고 합니다... 좀 엄살이 섞인 것도 같지만...
한 군데서 청춘낙서를 보긴 했는데 처음엔 6만원... 놀라서 그냥 아무말 안 하고 서있으니 5만원... 뒤돌아서 나오니...4만원이랍니다. 흥정을 할까 했지만 젊은 녀석(?) 둘이 실실 웃으며 부르던 값이라 입술 깨물고 나왔습니다...
청춘낙서나 아웃사이더는 좀 이견이 있는데... 청춘낙서는 루카스 초기 작품이고 소위 미남 미녀들의 청춘물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인정을 받지만 다분히 그 시대적 향수의 바람을 등에 업은 덕분이었죠. 그저 해리슨 포드나 리처드 드레퓌스 등의 무명시절을 발견하는 즐거움 그리고 주옥같은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보너스가 제겐 더 커 보입니다.
더욱이 코폴라의 아웃사이더는 그런 바람도 얻질 못하고 코폴라의 명성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작품이지만 여전히 여기서도 랄프 마치오나 탐 크루즈, 멧 딜런 등의 엣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흔하다고 하던데 웬일인지 제 눈에는 별로 띄질 않았고 갑자기 예전의 극장에서 봤던 기억과 주제곡으로 쓰인 재즈곡이 듣고 싶어 찾던 것입니다.
결국 컴컴한 2층 계단을 올라갔지만(형제비디오... 아마도 황학동에서 이곳이 제일 싸고 물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곳에도 구멍과 히로시마는 없었습니다. 청춘낙서는 보이질 않고 아웃사이더는 만원의 3장 코너에서 보여 뽑아놨는데... 그 뒤에 있는 만원에 8장 코너에 비닐이 개봉도 안 된 채로 있어 나머지 7장을 채우느라 애 좀 먹었지요. - 펄프픽션, 비포더 레인, 킹 오브 뉴욕(자켓에는 킹뉴욕, 아벨 페레라), 드라큘라(코폴라), 비밀의 화원, 나쁜 피, 괴물(존 커펜터),-
그런 저를 입맛을 다시며 지켜보고 있던 주인께서 귀한게 나왔다며 내미신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눈이 눈에 띄었지만 며칠 전에 아는 분께 구입한 터라 가격만 물어봤지요.
8만원... 초판 자켓이라 더 비싸지만 싸게 해주는 거랍니다. 물론 감상이 목적인 제겐 초판이든 재판이든 그 상태만 양호하면 상관이 없지만... 제가 1만 5천원에 구한 것과 똑같던데... 그냥 손이 미안해서 코엔형제의 바톤핑크를 칠천원에 구입했습니다...
형제비디오에는 앞 부분에 신작과 소위 비싼 명작들이 있는데 그저 주인 마음데로 부르는 게 값입니다. 보통 1만원에서 시작하지요... 제가 고르는 동안 어떤 분이 핑크풀로이드의 벽을 2만원에서 깍아 1만 5천원에 사시더군요... 물론 흥정을 하면 좀 깍아 주기도 하지만 비디오 소장 초보자들께서는 그 앞에 있는 것들도 뒤에 있는 만원의 서너장 짜리나 여덟장, 열장 짜리에도 섞여 있으니 먼저 싼 곳에서 뒤져보는 것이 순서 입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간 황학동에서 건진 것은 아웃사이더, 킹 오브 뉴욕, 바톤핑크...나머지는 가지고 있던 것으로 오버 랩... 그리고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고 있는 비디오의 현실...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 카페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