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느 것이 맞을까요? 접두사 '햇-'은 '그 해에 새로 난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올해에 새로 추수한 쌀을 부를 때 햇쌀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쌀에 '햇-'을 붙일 때는 예외입니다. 쌀이라는 낱말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죠.
쌀은 중세 국어에서 '쌍시옷+ㅏ+ㄹ'로 표기되지 않고 'ㅄ+아래아+ㄹ'의 형태로 표기되었습니다. 쌀에 'ㅂ'음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보통 '올해에 추수한 쌀'을 '햅쌀'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표기도 '햅쌀'이 맞습니다. '햇-'이 '햅-'으로 변하는 것은 순전히 접두사와 결합하는 낱말의 특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낱말은 따로 외워두어야 합니다.
낱말의 첫머리에 'ㅂ'음을 가지고 있던 낱말은 '쌀, 싸리(빗자루 만드는...), 씨(종자의 뜻이지요), 때(시간을 나타내는 뜻)' 등입니다.
위에 나열한 '쌀, 싸리, 씨, 때' 등의 낱말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ㅂ'을 첨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런 이유가 없지만, 사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몇 가지 낱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볍씨(벼+ㅂ씨) 댑싸리(대+ㅂ싸리) 입때(이+ㅂ때) 접때(저+ㅂ때)
요즘 '아침햇살'이라는 음료수가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음료수의 광고를 보면, 아침의 태양에서 나오는 햇살이라는 말과 햅쌀을 교묘히 이용하여 어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 마치 햅쌀이 아니라 햇쌀이 맞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올해에 거둬들인 쌀은 햅쌀이고, 해에서 비추는 것은 햇살입니다.분명히 다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