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두가지가 비벼먹는 문화와 쌈싸먹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른나라에는 잘 없는 독특한 두가지인데다 이렇게 먹으면 어지간하면 다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럼 비빔밥.. 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닭갈비하면 춘천이 연상되듯 비빔밥하면 전주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대부분일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 각지에는 각양각색의 비빔밥이 있지만, 전주비빔밥이 가장 명성을 얻고있는게 사실입니다.
(흔히 전라북도 전주와 경상남도 진주, 그리고 황해도 해주의 비빔밥을 조선 3대비빔밥이라고 했다는군요, 믿거나 말거나..)
가정에서도 그렇지만 남는 반찬 넣어 재활용 개념에서 시작한 음식이 이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웰빙음식으로 그 지위가 격상되었다고 생각하니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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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유로 비빔밥이 땡긴지라 어딜가서 먹을까 고민을 하다 전주비빔밥을 먹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서울서는 전주비빔밥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명동에 ㄱ 식당(전주 ㄱ식당 분점)이나 ㅈ 식당 혹은 롯데에 있는 ㅎ식당 (전주 ㅎ식당 분점) 등이 있긴한데 이 모두가 일본인 혹은 중국인 관광객 상대식당으로 변해서 내국인 손님을 뭐 보듯 한다는 이야기가 하도 많더군요...
인터넷 상에만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지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말리니, 어쩔 수 없죠,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먹는 수 밖에....
전주에도 당연히 비빔밥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는 곳만해도 10여년전에 가본 한국집, 고궁, 한국관, 갑기회관, 가족회관 등등..
그러나 오늘 방문한 곳은 성미당.. 주위 지인분들이 가장 많이 추천했던 곳이기도 하죠...
고궁이나 한국집 같은 곳은 서울에 분점이 있기도 하고요....
성미당은 홈페이지도 있네요..
http://www.sungmi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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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중앙로 안쪽 골목에 위치했는데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 골목이지만 복잡한 골목은 아니었고, 바로 앞에 주차장은 없지만 인근 주차장들이 여럿 있고 거기에 대고나면 주차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에 불편함은 별로 없었습니다.
전주 다른 곳에 분점이 또 하나 있는데 그 쪽은 신축건물이라 주차시설도 잘 되어있다고 하네요..
(뭐 역시 안가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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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봐도 포스가 느껴지긴 합니다..
워낙에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해서 일부러 식사시간을 조금 피해서 들어가봤는데 그래도 사람이 많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테이블이 꽉 차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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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럼 1-1 호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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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고풍스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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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들은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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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하나하나 맛없어서 손이 안가는 건 없었다죠?
비빔밥이 대충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지만, 정말 맛있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게 아닙니다. 고명으로 들어가는 적게는 몇가지에서 많게는 수십가지 재료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그걸 적당하고 맛깔스런 장으로 맛을 담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죠.. 거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밥까지 제대로 지어야하니..
성미당의 육회비빔밥은 직접 담근 찹쌀고추장과 참기름, 콩나물, 밥을 넣고 초벌볶음을 한 후 그 위에 황포묵과 육회, 표고버섯과 갖은 야채를 얹어냅니다. 주방에서 한번, 손님이 상에서 또 한번 볶게 되는 셈이죠.. 여기서 중요한건 사골국물로 앉힌 밥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깊고 고소한 맛이 남과 동시에 꼬들꼬들한 비빔밥용 밥이 나오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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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저 야채 하나하나를 다듬고 양념했다고 생각하니 손이 무척 많이 가는게 사실입니다. 그냥봐도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놋그릇이 뜨겁길래.. 물어봤더니 뜨거운 물에 뎁혀서 나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중에는 바닥에 살짝 눌은 밥을 먹는게 또 재미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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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색찬란하다고 표현해야할까요?
너무나 아름답지만 꾹 참고 마구 비벼낸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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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도 적당히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있어 잘 어울리네요...
잘 지은 밥과 장맛 그리고 20여가지 재료가 어우러진 전주 비빔밥,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아도 손색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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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음식을 먹으며 술한잔 빼놓을 수 없겠죠?
전주에 왔으면 모주를 먹어봐야한다는....
따끈한 모주도 좋지만, 차갑게 내놓는 모주가 여름엔 제격입니다. 도수가 높지않고 달달하니 점심때 반주로 한잔하기에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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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비기 전 모습인데, 이렇게 고추장과 양념이 밥에 비벼져 나오는게 성미당의 특징입니다.
혹자는 양념을 조절할 수 없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제 입맛엔 딱 맞더군요.. 조금은 칼칼하고 매콤한 듯한 맛이 일품이던걸요~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비빔밥을 먹었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재료 하나하나, 밥 한알한알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을 먹고나니 저도 모르게 흥이 절로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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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말이네요.. ㅎㅎ
어느 신문에선가 본 귀절이 생각나네요...
비빔밥의 핵심은 정성이다. 완전식품을 지향하는 만큼 재료 하나하나 다듬고 조리하는데, 하나라도 소홀히 할 경우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빔밥 한 그릇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 안에 혼과 문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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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2층엔 방도 있더군요.. 올라가는 계단도 포스가 넘치더라는.. ㅎㅎ
단순한 비빔밥 한그릇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게 얼마만이던지.. 더운 날씨에도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4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의 식당이지만 청결했고 종업원은 친절했으며 음식은 맛있었으니 정말 다시 가고픈 곳입니다.
뭐 마무리로 각 지역 대표 비빔밥에 대한 일간스포츠의 기사를 인용해보겠습니다. 참고삼아 보시면 도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