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여행(43) - 2월 1일: 동백섬 누리마루에서 창대교회로
처남과 함께 동양에서 제일 큰 온천이라는 동래 온천장에 있는 허심청을 갔습니다. 새벽부터 목욕을 하러 온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허심청에 있는 모든 탕들을 섭렵하기로 했습니다. 탕종류가 참 많았습니다. 소설가인 처남은 상상력이 늘 풍부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분입니다. 어떤 탕은 대청마루에서 마당을 보는 것같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했습니다. 탕들을 지날 때에 그냥 여러 탕들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 지나치기 쉬운데 설명을 들으니까 목욕탕 하나 하나가 의미있게 세워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천탕을 찾아 나섰습니다. 원래 노천탕은 뜨거운 물속에서 찬 공기를 맞는 일이라서 귀찮은 일인데 처음에 찬공기를 듬뿍 마시고 곧 뜨거운 노천탕에 들어가니 기분이 너무 상쾌했습니다.
처남댁에 와서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여행 중에 가졌던 은혜를 로마서 12장 말씀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에는 마지막 사진 올리는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이 번 방문을 통해서 귀한 기술을 하나 배우게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혼자 떠나고 싶은데 처남은 혼자 길을 가는 매제를 조금 더 배웅하고 싶어서 동백섬누리마루까지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동백섬누리마루였습니다. 이곳에서 부산 수영만에 세워진 높은 건물들인 마천루가 잘 보였습니다. 미국 뉴욕에만 마천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수영만에도 마천루가 세워졌는데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누리마루는 노무현대통령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APEC정상 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각국 정상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에 엄청난 데모대들이 반대를 했던 것을 매스컴 보도를 통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APEC회담이 가진 자들 중심의 모임이고 후진국이나 가난한 나라들을 착취하는 모임이며 환경을 파괴하는 모임이라는 주장을 가지고 열심히 데모를 했습니다. 다양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외국 정상들을 초청해놓고 지나치게 극렬한 데모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보였습니다. 조용하게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들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권력의 정상에 있던 사람들 몇몇은 이미 떠나갔습니다. 어떤 분은 대통령을 그만 둔 뒤에 자결을 했고요. 어떤 분들은 권력의 권좌에서 물러났습니다. 세상의 권력이라는 것은 한 순간의 꿈처럼 지나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권력이 전부인양 권력 자체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 중에 삼성전자 부사장이 자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장에서 이사가 되어 보겠다고 무진장 애를 쓰지만 소수만 성공하는데 이 사람은 이사를 넘어 부사장까지 되었으면 직장인으로 크게 성공했는데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 속에서 자결을 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힘들고 어려움 가운데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인생들이 삶의 현장에서 감사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들의 삶은 의미있는 삶은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감사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뒤에 처남과 헤어졌습니다. 처남은 어떤 출판사에 원고를 급하게 보내야 하는데 방문해온 매제를 위해서 시간을 내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달맞이 고갯길을 올랐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가까이 보입니다. 어떤 해 여름철에는 백만 명 이상이 모인다는 것이 해운대 해수욕장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참 아름다운 역동적인 해변입니다. 이번 여행 중에 얻은 깨달음은 이 한반도 땅이 매우 아름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달맞이길은 걷기에 참 좋은 길입니다. 오른쪽에는 바다이고 왼쪽에는 다양한 레스토랑, 화랑, 문학관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동역자 목사님의 누님이 열었던 그림전시회를 관람한 적도 있었고 해운대 소정교회에서 열린 총회훈련원 주최의 세미나에 특강강사로 참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에 참여했던 목사님으로부터 스페인의 순례자길을 다녀온 경험담을 들은 후에 국토순례여행을 계획했는데 이번 겨울도보여행이 그 계획의 실천입니다.
달맞이길가에 있는 커피숍에서 생곡교회를 섬겼던 이윤택목사님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담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커피가 맛이 있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현재 일본선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준비하는 사역에 대해서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그 동안 가정과 사역 안에서 힘든 시간도 많이 겪었지만 예수전도단 DTS를 참여하면서 새로운 힘을 많이 공급받았습니다.
이목사님과 헤어져서 송정해안을 향해서 걸었습니다. 송정바닷가도 참 멋진 곳인데 이곳에서 남해바다가 끝이 나고 동해바다가 시작됩니다. 송정으로 가는 길은 호젓한 도보길이지만 차들이 많이 다녀서 한가로운 길은 못되었습니다. 지나가는 길가에 위치한 전망대가 있어서 그곳에서 올라 먼 바다를 보았습니다. 이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을 때는 일본의 대마도가 보인다고 합니다. 한가로운 겨울 송정바다가 보이는데 넉넉한 모래사장도 무척이나 포근해 보입니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해수욕을 하면서 여름 낭만을 즐겼는데 지금은 아무 사람도 보이지 않는 쓸쓸한 바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의 모습입니다. 바닷가에서 열심히 모래성을 쌓지만 바다물결이 지나가면 없어지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모습도 이와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우리들 인생은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맛보았을 때에 주님을 모시고 살아갈 때에 진정한 기쁨과 만족이 있습니다.
송정해안가를 지나서 기장군 방향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있는 창대교회입니다. 아무래도 길이 멀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버스가 오지를 않았습니다. 어떤 아주머니도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버스가 올텐데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도록 권면했습니다. 이 아주머니의 말씀이 진리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될텐데> 하는 말은 곱씹어 볼만한 말이었습니다. 이 아주머니의 예언대로 버스가 왔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믿음이 신실한 열심히 기도하는 신자였습니다. 내가 목사의 신분을 밝혀서 그랬는지 본인이 내 버스비를 대납해주어 감사했습니다. 이 번 여행 중에 얻었던 작은 긍휼이었습니다.
기장에서 정관면으로 가는 1006번 버스를 탔습니다. 정관면은 아내의 동생인 막내처남이 처음 결혼해서 살던 아파트가 있던 곳입니다. 정관면사무소 근처로 창대교회 서정웅전도사님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서전도사님은 오늘의 목적지인 창대교회를 섬기는 전도사님인데 알고 보니 내가 부산장신대 신대원에서 가르쳤던 신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신학수업을 마치고 이곳에서 전임전도사로 사역하는데 내년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이번 순례여행길을 뒤돌아보니 내가 신학교와 상담대학원에서 가르쳤던 여러 제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거처에서 머문 적이 많았어요. 한 분 한 분이 참으로 반갑고 고마울 뿐입니다. 주님께서 이들에게 은총을 더하셔서 그들의 섬기는 교회와 가정에 주님의 돌보심이 임하도록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창대교회는 부산 용호동에 있었던 상애교회가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용호동지역에 대단위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그곳에서 집단으로 살고 있던 한센씨병을 겪었던 분들이 보상금을 받아서 집단으로 이곳 기장군 정관면으로 이사하고 이곳에 낙원실버타운과 창대교회를 세웠습니다. 이곳 담임목사님인 이상붕목사님은 필리핀 선교여행을 떠나고 안계셨습니다.
서정웅전도사님은 장로출신입니다. 삼십대에 일찍 장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사모님과 네 명의 자녀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복한 가정입니다. 자녀들이 많은 가정이 참 좋아 보입니다. 저녁을 먹고 창대교회의 정경욱장로님이 집필한 행복한 배달부라는 책을 읽으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한 한센인에게 다가온 역경과 고난을 믿음으로 이겨낸 승리의 이야기>입니다. 정장로님은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센병을 극복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가! 그러나 이를 통하여 나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누구보다 보람된 삶을 살게 되었다. 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인 까닭에 나는 늘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살고 있다. 나는 한센병을 통하여 전해받은 복음을, 예수님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배달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아름다운 꿈을 꾸는 하나님의 신실한 배달부가 되고 싶다."
"주님, 창대교회와 실버타운을 축복해주시고 이곳에 주님의 긍휼을 베푸소서!
주님, 이상붕목사님과 서정웅전도사님의 목양사역에 주님의 은총을 더하소서!
주님, 기장군에 있는 모든 가정들에게 치유와 회복을 허락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