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생선구이와 짭조름 게장, 대하장
맛집삼남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어느새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그런데 왠걸 내가 살이 찌고 있다.
그만큼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결실을 맺어 수확을 기대하기 썩 좋은 절기이다. 특히 갈치나 고등어 같은 생선과 새우, 꽃게들이 살이 탱탱하게 오르는 게 지금쯤이다. 이 재료로 만든 음식이 바로 밥도둑이 된다.
밥도둑을 만나러 도착한 곳은 ‘삼남매’. 풍암동 먹자골목 상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점심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음식을 먹고 나면 칭잔일색이다.
문대통령도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던 푸짐하고 정갈한 전라도식 한상이 이집의 자랑거리이다.
매장가득 생선 특유의 냄새와 그것들이 구워지는 꼬순내가 흘러넘친다. 킁킁! 콧구멍을 벌렁이니 금세 허기가 돈다.
이 집을 꽤나 다녀본 듯 예약을 하고 온 손님들, 여유롭게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 우리처럼 저음와서 주변을 살피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메뉴는 이렇다. 고등어, 굴비, 갈치등의 생선을 이용한 구이와 조림, 그리고 게장류들뿐이다. 그러나 외골수처럼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그런 식당이 더 맛이 좋은건 분명하다.
이중에서 제철을 맞아 맛이 좋은 오색생선구이, 게장, 대하장 이렇게 밥도둑들로만 엄선해서 주문했다.
먼저 기본찬이 깔리는데 기본 찬도 잘 차려진다. 딱 보니 맛깔스런 남도식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어머니의 옹고집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내면서도 마구마구 당기는 감칠맛이 있다.
된장으로 부쳐낸 깻잎나물, 방풍나물과 김치 반찬 어느하나 흠잡을 것이 없다. 이 중에서 어리굴젓은 기본 한 번 이상은 더달라고 하는 찬이다. 따로 판매하기도 하는 어리굴젓만으로도 밥을 먹어도 될 법하다.
정갈한 반찬, 5가지의 생선구이와, 돌게장, 대하장을 다 먹어 보겠다는 우리의 굳은 의지때문일까. 반찬과 음식이 맛있으니까 밥을 많이 먹으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일반 밥그릇에 산처럼 쌓은 것이 아니라 냉면그릇을 가득채워 준다.
그러나, 반찬 부터 심상치 않은 맛을 보니 금새 뚝딱 할 것만 같다.
함께 청국장도 나오는데 정말이지 구~~~~~~~수하다. 그만큼 맛도 깊다. 단 번에 시판중인 청국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로 직접 된장을 만든다는 뜻인데, 이 청국장의 초석이 되는 된장을 만들면서 나오는 간장으로 재운 돌게장과 대하장이 더욱 기대된다.
이윽고, 노릇노릇 구운 오색구이가 차려진다. 오색구이는 철에 따라 종류가 살짝 바뀌긴하는데 요즘은 고등어, 갈치, 전어, 조기, 가자미 이렇게 다섯종류다.
이렇게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를 맛보기 위해 제법 오랜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코 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와 한눈에 봐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생선들, 앞으로 맛 볼 입 안의 쾌락에 벌써 흥겹다.
5가지나 되나 보니 어느 것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이 살짝 된다. 간자미, 갈치, 조기, 전어, 고등어 순으로 맛이나 간이 강하지 않은 것부터 강한 순으로 먹는 것으면 딱 좋다.
은은한 가자미, 부드러운 갈치, 짭쪼름한 조기, 집나간 사람도 돌아온다는 전어, 기름기 있고 탱탱한 고등어. 누구하나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각기 각색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생선살 한 조각 큼직하게 발라서 고추냉이 간장에 콕, 입안이 소박한 행복으로 충족되는 순간이다.쌀밥에 한 숟가락 얹어 먹으면 그 맛은 육고기도 부럽지 않다.
생선구이를 맛봣으니 밥도둑 게장에 집중해볼 차례. 지금은 알배기 꽃게가 딱 맛이 좋을 때인데, 마침 방문당일 꽃게장을 담아 오늘은 먹을 수 없었기에 아쉬운대로 돌게장을 공략해보자.
게장을 제대로 먹으려면 가장 먼저 등딱지부터 공략하는게 순서다. 젓가락으로 등딱지 양옆 귀퉁이까지 쓱쓱 긁어낸다. 그 안에 밥 한 숟가락 넣고 살살비벼 입안에 넣는다. 첫 맛은 고소한데, 뒷 맛이 달짝지근하다.
하나씩 비벼먹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 등딱지 두어개의 살과 내장을 싹싹 긁어서 밥에 비빈다. 그렇게 완성된 게장비빔밥을 만들어 목적지에 당도하니 음~~~ 두 눈이 절로 감긴다.
또, 몸통과 다리도 빼놓을 수 없다. 간장이 코팅 된 새하얀 속살을 빼내 한 입 무는 그맛.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구수한 게살 맛은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할 감흥을 남긴다.
체면 불고하고 두손 모두 걷어붙인다. 손가락을 ‘쪽쪽’ 빠는 소리가 옆사람에게 들리든 말든 게살 빼먹기에 열을 올린다. 장국 자체가 무겁지 않고, 맑고 경쾌하며 감칠맛이 돌아 마냥 당긴다.
돌게장까지 클리어 했다면 마지막은 ‘신흥 밥도둑’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하장(간장새우)다. 살이 단단하고 달달한 맛을 내는 싱싱한 제철 대하를 짭쪼름한 간장에 절인 음식이다.
간장에 재워 숙성시켰다는 점에서 간장게장과 닮았지만, 그 맛과 식감은 엄연히 다르다. 간장게장보다 속살이 쫀득쫀득해 씹히는 식감이 좋고, 게장에 비해 먹기 비교적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고소하면서 달큰한 대하 속살이 짭조름 간장이 맛나니 밥반찬으로서 매력이 있다. 혹자는 간장게장에 비해 더 밥도둑이라 느낄만 하겠다. 밥도둑이라하지만 누군가에겐 술도둑이 되어버릴수도 있다.
그 많던 공깃밥은 누가 옮겼을까. 밥을 부르는 삼대장에 깨끗하게 다 비웠다.
뜨끈한 쌀밥에 생선살 얹고, 게살 발라먹고, 웅숭깊은 반찬들까지 곁들어 먹으니 그 어떤 밥상이 부럽지 않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언제든 생각날... 삼남매는 매일 그런 밥상을 차려낸다.
첫댓글 맛있것다 꼭가바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