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들어서면서 현금거래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세법개정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제도가 적용되어 증여세가 바로 과세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변경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의 인하와 지하경제 양성화 흐름과도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맺게 되므로 기본적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이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자. .
종전의 차명계좌에 대한 세법 적용
실제는 부모의 돈이나 자녀 명의로 예금 1억원을 예치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세법 적용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고려해볼 것은 바로 증여세 과세이다. 즉, 부모가 성년인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신고해야 알 수 있으므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 이 경우 대략적인 증여세는 대략 700여 만원. 증여세는 증여재산가액에서 증여공제를 차감한 잔액에 대해 10~50%의 세율을 곱해 계산하므로 1억 원에서 3,000만원을 공제하면 7,000만원이 되고 이에 10%를 곱하면 700만원이 나온다. 그런데 만일 신고를 제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여사실이 발각되었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앞에서 본 세금 외에 가산세를 추가한 금액을 내야 한다. 만일 증여금액이 커지면 본세와 가산세를 더한 금액이 상상 외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 때문에 증여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증여자와 수증자(증여를 받은 사람)는 해당 계좌를 ‘차명계좌’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과세당국은 과세를 함에 있어서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해진다. 예금이 들어 있는 계좌는 자녀명의로 되어 있고 이를 인출하여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이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세당국은 이러한 유형에 대해 과세판단을 할 때에는 “자녀명의 예금에 대한 증여성 여부는 예금에 가입할 때 예금신청서를 누가 작성하였는지, 당해 예금에 대한 지배관리자가 누구인지, 예금이자를 누구 수령하여 사용하였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을 관할세무서장이 확인한다(서면4팀-1521, 2006.5.30.)”라고만 하고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래당사자가 이를 차명계좌라고 주장을 해도 금융실명법 등 관련 법에 의해 제재를 받지 않으니 다른 법률로도 처벌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 연출되었다.
올해부터는 차명계좌에 증여추정제도가 적용된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는 차명계좌를 개설하여 현금을 입금하여도 계좌명의자가 당해 금전을 인출하여 실제 사용하지 않는 한, 계좌명의자가 차명재산임을 주장하는 경우 송금사실만으로는 증여세를 과세하기가 곤란하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제도를 적용하게 된다. 이는 차명계좌에 대한 취득추정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과세관청이 제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명의자가 차명재산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과세에서 제외한다.
이렇게 과세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대법원 판례(대법원96누3272, 1997.2.11.)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판례에서는 “증여자(甲)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수증자(乙) 명의의 정기예금으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그(정기) 예금은 수증자(乙)에 증여된 것으로 추정차명계좌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과세방법은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까?
앞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면 일단 과세당국은 차명계좌라고 밝혀진 이상 ‘증여로 추정’하게 된다. 종전에는 차명계좌라고 밝혀진 경우라도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과세당국이 증여사실을 입증해야 했는데, 이렇게 증여추정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증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증자가 해야 한다. 즉, 납세자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법을 적용할 때 입증을 누가 해야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납세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계좌관리를 해야 할까?
먼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세금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차명계좌에 해당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그리고 현재 상태에서는 세금 외의 법률문제도 별로 없다. 이를 제재할 만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과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명의를 빌려준 사람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금융실명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범위를 뛰어 넘으면 미리 증여세신고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신고를 해두면 수증자가 해당 증여재산을 통해 추가로 획득한 수익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합법적인 자금출처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 개인이나 법인사업자들은 사업자금을 더욱 더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영사업자는 무자료 거래를 통한 자금거래가 밝혀지면 강력한 세무조사가 기다리고 있고, 개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 자금거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에도 세금추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수증자의 명의로 되어 있는 증여자의 금융자산(50억원 초과)을 수증자가 사용ㆍ수익한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증여를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증여세 부과 제척기간을 신설하였다. 통상의ㆍ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일반) 또는 15년(무신고, 부정행위 등)이 된다.
자금의 대여에 대한 세법의 적용은
앞에서 살펴본 내용들은 주로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세 과세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금을 부모가 자녀에게 대여했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 과세방식이 변경될까?
일단 이 경우에도 앞에서 본 증여추정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거래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자금대여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될 수 있다. 참고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직계존비속간의 소비대차계약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상 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부모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사용하고 추후 이를 변제한 사실이 이자 및 원급변제에 관한 증빙 및 담보설정, 채권자확인서 등에 의하여 확인되면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자금의 대여거래가 인정된 경우에는 이자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 등에 따라 세법이 달리 적용된다. 세법에서는 주로 특수관계에 있는 개인간에 1억원 이상의 자금거래를 할 때에는 세법에서 정하는 이자(이자율 8.5%)를 주고받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자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미달한 이자를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고 세법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로부터 2억원의 자금을 무이자로 빌린 경우 1,700만원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성년자가 직계존비속으로 증여를 받더라도 10년간 3,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증여세 문제는 없다. 참고로 만일 무상대여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 1년 단위로 위의 금액을 계산한다. 또한 수회에 걸쳐 무상대부를 받은 경우 전체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1억원 여부를 판단한다.
개인간에 이자를 주고받는 유상거래 시에는 원천징수와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에 주의해야 한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개인간에 지급된 이자에 대해서는 25%(지방소득세 포함 시 27.5%)를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만일 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한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한다. 그런데 만일 지급자가 원천징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자의 크기에 관계없이 무조건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를 적용함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