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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에 가면 대우릉(大禹陵)이 있습니다. 소흥은 바로 옛날에 회계(會稽)라고 부르던 곳인데 이곳은 유명한 「난정기」를 지은 왕희지의 난정도 유명하지만, 그것보다 우임금이 치수를 끝내고 중국을 구주(九州)로 구획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때 우임금은 구주에서 공물로 바친 쇠를 가지고 아홉 개의 큰 솥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 대우릉에 들어가면 이렇게 9개의 솥을 만들어 전시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은 종묘에서 제사지낼 때 희생 제물을 담는 기물, 곧 종묘의 제기로 쓰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한 나라의 정권, 사직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보통 입은 하나고 발은 셋입니다. 세 세력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힘의 균형을 이루면 우리는 정립(鼎立)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에 위·촉·오 세 나라가 솥발처럼 버티어 선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정은 사각형으로 된 것도 있고 해서 모양이 일정치 않았습니다. 반면에 밥을 해먹는 솥은 과(鍋)라고 합니다. 샤브샤브를 중국에서는 훠꿔(火鍋)라고 하죠. 위의 정은 역시 대우릉에 있는 것인데 돌로 만들었습니다. 표면에 우정(禹鼎)이란 글씨를 써서 새기어 색을 넣었습니다. 모양은 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청동으로 만든 출토품은 아래의 사진과 같습니다. 모양만 사각형일 뿐 정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에 코 같은 것이 있고 양 옆으로 눈 모양의 문양이 있는데 이것을 도철(饕餮)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안쪽 표면으로 글자를 새긴 것도 보입니다. 정은 제기이니까 글의 내용은 당연히 제사를 지내게 된 경위 같은 것을 밝인 것이겠지요. 이렇게 청동 기물에 새긴 글씨를 금문(金文)이라 하고, 이곳에서는 금문과 금문대전이 모두 이런 자형에 속합니다. 날카로운 칼 같은 것으로 새긴 갑골문에 비해 글자가 많이 도톰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양각으로 새긴 것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추후(제사를 지낸 후)에 제작한 것이고 문자가 정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세발 솥인 정(鼎)입니다. 다리 위쪽에도 도철 문양이 있지만 다리에도 도철 문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쪽에 있는 손잡이는 솥귀라고 하는데 한자로 현(鉉)이라고 합니다. 맹약을 할 때 맹주가 솥귀를 쥐게 됩니다. 아래쪽에 있는 세 발은 당연히 솥발이라고 합니다. 위에 예를 든 경우 외에도 정은 이렇게 종류가 많습니다. 나라마다, 제사의 성격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정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정(鼎)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한자 정(鼎)은 바로 제기인 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금문대전까지는 문자화하는 과정에서 발이 두 개로 줄었지만 기물을 담는 부위와 솥귀까지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소전에 와서 현재 우리가 쓰는 형태와 같게 되었습니다. 소전에서는 솥귀가 보이지 않네요. 이번에는 안이 좀 보이도록 찍힌 정을 한번 보도록 할까요. 솥의 주둥이가 둥글게 보입니다. 이 정(鼎)자는 회의(會意)문자로 쓰일 때는 모양이 간략화되어 貝자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원 원(員)자가 바로 그 모양인데 위의 입 구(口)자는 정의 둥근 주둥이를 나타냅니다. 사람도 입이 하나고 따라서 사람의 수효를 셀 때도 이 글자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인원 원(員)」의 갑골문-갑골문-금문-소전 솥의 위에 있는 둥근 원이 바로 솥의 주둥이를 나타내었습니다. 「인원 원(員)」자는 갑골문이 두 개입니다. 앞의 글자는 둥근 솥, 뒤의 글자는 모난 솥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둥글든 모가 났든 입은 하나이니까 어떤 글자를 쓰더라도 의미의 차이는 없겠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원 하나를 더 붙여서 원래의 뜻을 보존해 놓은 것이 둥글 원(圓)자 입니다. 둥글 원(圓)자의 금문대전-소전 그리고 정 같은 금속 기물에는 글자를 한번 새기면 잘 지울 수가 없죠. 위 모난 정의 안쪽에 글자가 새겨진 것을 이미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의 배경에 있는 글자는 아마 이 정 안에 새겨진 글자를 탁본한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에 새겨놓으면 불변의 법칙이 되기 때문에 법 칙(則)자가 생겨났습니다. 역시 貝는 정자의 변형이고 옆의 칼은 글자를 새기는 기물이죠. 「법 칙(則)」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이 정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한 나라의 정권을 상징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가 전쟁을 하여 상대국가를 이기면 그 나라를 정복하였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서 진나라의 정을 몽땅 싣고 가거나 아니면 몽땅 파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글자가 바로 「패할 패(敗)」자입니다. 「패할 패(敗)」자의 금문대전-소전 솥을 나타내는 패(貝)자 모양으로 간략화한 정과 「칠 복(攵)」자가 결합한 글자가 「패할 패(敗)」자입니다. 「칠 복」자는 정자로 쓰면 「攴」이라고 쓰는데 오른손에 도구를 들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금문대전에 보면 정을 나타내는 貝자가 2개입니다. 한정된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나타내어야 하는 문자에서 2개나 썼다는 것은 많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방금 항복시킨 나라의 종묘 제기를 한 곳에 모아놓고 부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한편 제정일치 시대에는 거의 모든 정사가 제사장인 임금의 점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점이 곧 정치고, 이 점은 제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시 정(鼎)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그 연관관계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곧을 정(貞)자입니다. 「곧을 정」(貞)자의 갑골문-금문-소전 갑골문에서는 정 안의 점이 바로 점을 친 내용을 나타내었습니다. 금문으로 오면서 귀갑(龜甲)이나 수골(獸骨)을 지진 균열을 나타내는 복(卜)자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정과 갑골로 점을 치면 점괘가 곧게 나올 수밖에 없겠죠? 정(鼎)자에서 파생된 글자가 이렇게 많이 있습니다. 鼎, 員, 圓, 則, 敗, 貞자가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
첫댓글 고마운 가르침.
재미있는 글자의 유래.
파생된 글자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