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전- 2015. 6. 9 ~ 8. 23

[Leeyoungjun]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디의 예술관을 논하다 -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전

 전시명 :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
장 소 : 서울시립미술관
기 간 : 2015. 6. 9 ~ 8. 23

한국의 대중가수 빅뱅의 지드래곤이 현대미술작가들과 협업하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연 지 한달 째. 처음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다수였던 미술계가 이제 조용한듯하다. 전시가 긍정적이라는 반응인 것은 아닌 것 같고. 한 방송사의 아트스타코리아 때처럼 언급할 필요를 그다지 못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목인 ‘피스마이너스원Peace Minus One’은 지디의 설명으로 “자신의 또다른 이름” 이라고 했다. 또는 평화(Peace)로운 이상세계와 결핍(Minus)된 현실의 교차점(One)을 뜻한다고도 한다. 히피마크에서 작대기 하나를 뺀 로고를 피스마이너스원을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했다. 

일단은, 대형기획사가 공공미술관을 통해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의 예술성에 대한 담보를 받으려했다는 의심을 거두고, 선입견 없이 그의 예술이 나의 감각을 온전히 자극하도록 맡기고 싶었다. 퍼포먼스의 황제로 군림하는 ‘글로벌 스타일 아이콘’인 그의 상상의 세계가 궁금하고 어떻게 작가들과 협업을 했는지 어떤 결과로 나왔을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대중문화가 예술인가 하는 질문들은 이미 의미 없어진 지 오래. 또, 공연 형태의 미술이 생겨난 지도 오십년이 넘어가는 마당에 “서울시립에서 대중가수의 전시를 해야되냐”의 논쟁은 소모적이다. 어떤 예술가연하는 스타의 아마추어적인 작품전시인 것도 아니고, 스타의 일대기로  초등학생 일기부터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편지까지 기록을 모두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수준을 떠나 목표인 결과물은 현대미술이고 대중이 환호하는 세련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감수성이 작가들의 도움으로 예술적인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무대를 넘어서”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전시장 외벽은 공연장 뒤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했다. 처음 들어선 (논)픽션 뮤지엄에서는 그가 좋아한다는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고, 20세기 초반의 가구 컬렉션이나 그의 현대미술 컬렉션, 그의 뮤직비디오 의상, 그가 디자인한 장식 등 다양한 오브제가 구성되어 있다. 대중미술 소비자로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방이었고 빅뱅의 팬들을 위한 좋은 선물이겠지만, 전시의 맥락을 흐린다는 비판을 받을 만은 하다고 보여졌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마네킹

소장품 가구들

크롬하츠로 꾸며진 부스

"크레용" 때의 의상

소피 클레멘츠

방&리

권오상

진기종

손동현

파비앙 베르쉐르의 작품이 전시장 복도 벽면에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눈요기가 끝나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극히 상업적인 시스템 안에서 계획된 것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고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에 대중이 환호하는 것에 비예술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까. 지디 자신조차도 글로벌스타일 아이콘이라는 자신의 상품성에 끌려가는 것뿐일까. 시립미술관에 발도 못 붙여본 수많은 동시대미술작가들은 자괴감을 느낄까. 전시기획자로서의 지디와 YG엔터테인먼트를 평가한다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비주얼로 세련된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만으로 시각예술을 평가할 수는 없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을 그가 더 깊은 고민으로 채워나갈까. 아니면 무대로 돌아갈까. 

Room No. 8 어두운 공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지드래곤의 환영과 독백으로 전시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