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숙(63) 샘과 꽃길 트래킹을 했어요. 제가 만난 최고의 지성입니다.
제게 있어 고 여사는 유발하라리나 정 재승, 진 중권을 능가합니다.
그녀의 강의를 10강정도 들어서 아직은 잘 모르지만 백수(100)시대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정주민에서 과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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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 유목민의 삶을 살라‘고 가르칩디다. ’소유에서 자유로‘, ’증식에서
순환으로‘, 고 작가는 ’몸의 존재이유는 운동성‘에 있다고 했어요.
우리의 몸은 움직이길 원하고 움직여야 한다나. 몸 안에 세계의 흐름과
우주의 이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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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면 잠도 안 올 것입니다. 인간은 정신활동으로만 살 순 없어요.
이러한 몸을 사용하는 것, 그것은 길을 걸어가는 것에도 나타납니다.
그래서21세기를 살려면 정주하는 것보다 걸으며 유목하는 삶이 더
어울 린데요. 집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정주민에겐 모든 것이 고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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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만 반대로 길 위에서는 모든 것이 유통한대고 했어요. ‘유목’이라는
것이 유랑이나 편력이 아닙니다. 물론 관광이나 레저도 아닙니다. 고작가가
말하는 유목이란 어디에 있건 ‘그 시공간을 전혀 다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입니다. 유목민은 삶을 온전히 누린 후 시절이 바뀌면 훌훌 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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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갑니다. 자유로! 유목하는 현대인들에게도 길을 떠나려면 지도가 필요
합니다. 그리고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하늘의 별을 봐야 합니다. 우리시대의
별은 바로 ‘고전‘이라고 하대요. 어때요? 빨려들지 않나요? 그녀가 말하는
고전 ’열하일기‘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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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결혼이라는 게 직업을 고정시키고 애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본주의가
선택한 제도죠. 그래도 지금 많이 해체되지 않았나요? 1인 가구가
많아졌잖아요. 제도를 바꾸기 전에 이미 일상 자체에서 여러 가족 형태가
나오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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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경우 지금 거의 두 사람 중 하나는 이혼 상태잖아요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명리학적으로 한 번 결혼해 끝까지 사는 건 특이한
팔자예요. 10년만 살아도 정말 오래 같이 산거죠. 명리 학은 에로스적
관계가 끝나면 같이 살아도 부부 관계는 끝났다고 말해요. 10년마다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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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변하거든요.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두 행성이 부딪혀 각자의 속도를
만들어내는데, 그 시간성을 ‘시절인연’이라고 해요. 그 인연이 끝나면 굉장히
당혹해하죠. ‘이렇게 사랑하고 헌신했는데 저 사람은 나한테 왜 이럴까?’
이때 동양의 역학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줘요. 보고 나면 많이 풀리고
자유로워져요. 무게가 사라지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거나 관계를 만들어갈
때 훨씬 가볍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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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안적 성도덕은 무엇일까?
‘호모 에로스’ 강의할 때 늘 이렇게 말하죠.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보라. 그게
용납이 안 된다면 그건 어떻게든 대가를 주고받는 교환에 불과하다.” 내가
이만큼 줬으니 이만큼 해주세요, 이렇게 시작하면 감정의 블랙홀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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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나는 도저히 용서가 안 돼’, 이건 상대를 파괴하고 나를 파괴할 뿐
이에요. 일부일처제 외에 자본주의의 상품 화폐 경제도 영혼을 잠식하는
요인이죠. 흔히 능력을 키워서 연애하자고 하는데, 능력이 커질수록 연애할
기회는 줄어들어요. 저는 여고생들한테 이렇게 얘기해요. 대학 가서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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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얻어 멋진 남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진짜로
좋은 연애, 좋은 결혼을 하려면 고등학교 중퇴하고 당장 동거를 하라고.
저는 이런 게 정치의 영역이 될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정치는 분배 말고는
없어요. 삶 자체의 리듬, 정서적 리듬의 영역이 정치 안에 안 들어온다는
게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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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경험은요?
결혼 생활도 했었어요. 20대 초기에 했는데 ‘이 맛에 결혼을 하는 구나’ 할
정도로 달콤했어요. 그러다가 6년 전쯤에 ‘이제 됐다, 진도가 끝났다’는 느낌이
몸 전체로 왔어요. 나중에 사주 명리 학을 보니까 대운이 바뀔 때더라고요.
연애 시절부터 20년을 함께 지냈는데, ‘이제 헤어져야겠다.’고 하니 남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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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였어요.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 몸이 서로 알았어요.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떼었더니 엄마가 대뜸 “너희 헤어지려고 그러지?”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남편을 안 만났어요. 지금은 다른 여자랑 행복
하게 잘 살아요. 내가 안 헤어져 줬으면 어쩔 뻔했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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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애는 안 하나요?
연애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어요. 폐경기가 되면 몸이 바뀌고 욕망의 벡터가
바뀌어요. 자연이 선택을 한 거겠죠. 사람이 사람으로 보인다, 이건 너무나
큰 자유의 공간이에요. 그동안 남녀 이분법 안의 여성으로 살았다는 것을
폐경하고 나서 알았어요. 폐경은 축복의 시간이에요. 감정 조율이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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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졌어요. 사람이 투명하게 느껴져요. 물론 인연이 오면 연애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할 거예요. 그래야 가을을 사는 재미가 있지.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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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라고 봅니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합니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고 미숙,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그린비, 2007)“
2022.4.28.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