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약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약을 싫어하는 아기를 둔 엄마들에게 약을 어떻게 먹이는지 물어보면 나름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우선 아기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지를 꽉 잡고(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다리를 이용한다지요), 아기 머리를 뒤로 젖힌 다음 약을 입에 넣은 뒤 코를 꼭 쥐는 것(그렇게 하면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아기가 약을 넘기므로)이지요. 흥미롭게도 이 방법은 대한민국 공통의 약 먹이기 노하우랍니다. 백이면 백 다 그렇게 대답하거든요.
문제는 그렇게 물리력을 동원해서 억지로 먹여도 절반을 뱉어내거나 토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약을 강제로 먹이는 과정에서 약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더 큰 혹을 붙이게 될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약은 어떻게 먹여야 좋을까요?
아기에게 너무 강제로 약을 먹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기울여서 아기가 약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세요. 하지만 노력을 해도 아기가 약 먹기를 거부하고, 불가피하게 약을 강제로 먹여야 할 경우라면 양볼을 눌러 입을 벌리게 한 뒤 주사기나 스포이드를 이용해 구강 양 측면으로 투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에 기본적인 투약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안약 넣기 ●
눈 아래 꺼풀을 잡아당긴 후 안약을 한두 방울 떨어뜨립니다. 이때 안약 용기가 속눈썹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약을 넣은 뒤에는 약이 잘 스며들도록 눈을 감기고, 양쪽 눈의 안쪽 부위를 두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눈물샘으로 약이 스며들지 않게 해줍니다.
● 좌약 넣기 ●
아기를 옆으로 눕히고 무릎이 배에 닿도록 다리를 구부린 뒤 좌약의 뾰족한 앞부분이 먼저 들어가도록 항문에 정확히 밀어넣습니다. 월령이 어리다면 발을 모아 든 다음 넣어도 되지만 이때에는 거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아기가 버둥거려도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 약이 빠져나오지 않게 엉덩이를 한동안 오므린 채로 있습니다. 단, 아주 어린 아기는 약 설명서를 보고 개월 수에 맞게 알맞은 크기로 잘라 사용합니다.
● 연고 바르기 ●
먼저 환부를 깨끗이 씻기고 말린 다음, 면봉으로 연고를 바르고 잘 문지릅니다. 면봉이 없을 때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발라주어야 합니다. 더러운 손으로 연고를 발라주면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귀약 넣기 ●
귓바퀴를 뒤쪽과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면 이도가 곧게 열립니다. 이 상태에서 투약하세요. 귀약은 보통 냉장 보관하는데 차가운 것을 그냥 쓰면 아기가 놀랄 수 있습니다. 미리 실온에 내놓아서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만든 다음 투약하는 게 좋습니다.
● 알약 먹이기 ●
24개월 이전의 아기는 알약이 기도로 넘어가거나 목구멍이 막힐 수도 있으므로 숟가락으로 으깨어 가루로 만든 뒤 먹입니다. 사실 아무리 알약을 먹이려고 해도 24개월 이전의 아기는 알약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절대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 가루약 먹이기 ●
가루약은 맹물이나 보리차에 타서 먹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돌이 지난 아기라면 설탕물이나 꿀에 섞어도 괜찮고, 우유와 섞어 먹여도 되는 약이라면 아이스크림에 뿌려 먹여도 좋습니다. 단,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섞어야 합니다. 우유에 섞어 먹이는 것은 우유마저 거부할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하세요. 정히 방법이 없다면 10~20cc 정도의 우유에 약을 타서 먹이고 조금 후에 나머지 우유를 보충해 먹입니다.
약 먹이기 비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약을 잘 먹지 않으려는 아기를 약을 먹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약 먹이기의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먹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 임의로 시판 약을 사다 먹이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도 꼭 의사와 상의한 뒤 먹이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아기 몸무게와 개월 수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 횟수, 복용 간격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때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정해진 복용량보다 조금 더 먹인다고 병이 더 빨리 낫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하루이틀 잘 먹이다가 점차 시들해져서 약 먹이는 횟수를 줄여서도 안 됩니다. 약을 보관할 때는 사용 설명서에 표시된 대로 실온, 혹은 냉장 보관하고 사용 기간이 지난 약은 과감히 버리십시오.
다음으로 당부할 것은 주사에 대한 과도한 애정(?)의 경계입니다. 특히 아기의 감기가 잘 낫지 않을 때 엄마들로부터 ‘주사 한 대’ 놓아달라는 요청을 많이 듣게 되는데, 주사로 놓는 약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투여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기가 약을 먹을 수 없을 때 부득이 주사를 놓을 수는 있으나 이것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입니다. 어른들이 편하자고 아이에게 주사제만 투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게다가 주사제로 놓는 약은 더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효과도 입으로 투여하는 경우보다 30분 정도 빠를 뿐입니다. 주사로만 약을 투여하면 약 효과가 떨어질 때마다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하루에도 몇 번씩 시행해야 합니다. 입원 치료가 아닌 다음에야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므로 아예 처음부터 경구용 약을 열심히 먹이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임의로 먹이지 마세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아기에게 약을 먹이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은 언제든 일어납니다. 제일 흔한 것이 바로 아기가 먹은 약을 토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 약을 다시 먹여야 할지, 다음 투약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지요. 만약 아기가 약을 먹자마자 토했다면 즉시 한 번 더 먹이세요. 보통 엄마들은 아기가 괴로워할까 봐 안정을 시킨 다음에 먹이려고 하는데 바로 먹여야 다시 토하지 않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다 먹기 전에 아기가 회복된 듯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증세가 사라졌더라도 약은 다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가 다 나은 듯 보여도 실제로는 완치된 게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생제나 일부 약들은 반드시 의사가 그만 먹이라고 할 때까지 먹여야 합니다. 많은 엄마들이 약을 조금만 오래 먹이면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의사들이 약을 처방할 때는 항상 안전성과 병의 위험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의사의 처방에 따르세요.
그런가 하면 시럽과 가루약을 동시에 받았을 경우 당연한 듯 섞어 먹이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럽은 가루약을 타서 먹이라고 주는 약이 아닙니다. 아기가 먹기 좋게 하기 위해 시럽으로 처방할 뿐이지, 시럽과 가루약은 엄연히 성분이 다른 약입니다. 간혹 시럽에 가루약을 처음부터 섞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가루약을 시럽에 미리 섞어놓으면 아무리 신경을 써서 흔들어 먹이더라도 골고루 먹기가 힘듭니다. 정히 섞어 먹여야겠다면 한꺼번에 섞어놓지 말고 매번 정해진 용량을 덜어서 섞는 게 좋습니다.
집에 보관한 상비약도 의사와 상의한 뒤 먹이세요
다음은 가정에서 쉽게 먹일 수 있는 시판 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집집마다 해열제나 진통제 등 상비약을 구비해 놓고 있으며,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아래의 당부 사항에 따라 대처하되 이외의 내용들은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 기침약 ●
아기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엄마들은 안쓰러운 마음에 기침을 멈추게 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바로 기침약입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에는 기침을 멈추게 하는 물약을 자유롭게 먹으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침은 호흡기가 가진 중요한 방어 기능 중 하나로서 호흡기에 침입한 이물질, 또는 가래를 뱉어내기 위해 아기의 몸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기침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지만 않는다면 기침을 해도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추가 처방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엄마가 임의대로 판단해서 기침약을 추가로 복용시켜서는 안 됩니다. 기침약은 특히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특히 시판하는 약을 사다가 먹이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무심코 산 콧물 감기약에도 기침약까지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므로 반드시 따로 확인하세요.
● 소화제 ●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소화에 장애를 겪게 되면 종종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아기의 소화력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챈 엄마들은 재빨리 소화제를 고려하지요. 그런데 배가 아프다는 증상만을 가지고 진찰 없이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배가 아픈 이유를 엄마들이 정확히 가려내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기들이 소화에 장애를 겪게 되는 것은 감기나 장염 등 다양한 질병에 의해 유발되므로 아이가 배가 아픈 증세를 보이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은 후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해열제 ●
집에서 쓰는 대표적인 상비약이 바로 해열제입니다. 아기에게 열이 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집에 있는 해열제를 임의로 먹여도 될지 고민스러우실 것입니다. 만약 당장 병원으로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인데 아기에게 열이 너무 심하다면 먹여도 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열이 오르는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므로 우선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면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가십시오. 물론 한두 번의 해열제 투약으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단, 해열제 투약의 간격 조절이나 용량 조절, 다른 해열제 첨가 등은 엄마가 임의로 결정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의사 또는 약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투약하도록 하세요.
● 시판 연고 ●
이 역시 임의대로 바르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연고제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고도 엄연히 약입니다. 함부로 투여하면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를 얇게 만들고 실핏줄을 확장시킬 수 있으며, 몸에 흡수되어 전신적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무리 순한 연고라도 평소 다니는 병원 의사와 상담한 후에 바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