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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과 서울유스호스텔은 6월 27일부터 7일 6일까지 미얀마 예진, 예다쉐 지역에서 산촌마을 교육환경 개선활동을 했다. 이번에는 미얀마 FRI(산림연구원) 부설 초등학교 건물 신축, 제이에빠초등학교 바닥·입구 공사 및 도색작업을 비롯하여, FRI 부설초등학교와 20호마을초등학교에서 미술·음악·체육·보건 교육활동, 5개 초등학교에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미얀마 임업대학교 학생들과도 교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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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외교류협력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날따라 3학기 째 다니고 있는 학교생활이 조금 더 무료하게 느껴졌고, 일상이 다소 쳇바퀴처럼 안일하게 굴러간다는 기시감에 젖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 그려보았던 스물 한 살의 나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시험과 과제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부딪히고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무 살의 나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상상 이상으로 많아진 자유 시간을 생산성 없는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그러고 나니 정작 기억에 잡히는 추억 같은 것은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해가 지나고 익숙해진 생활에서 벗어나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미얀마 교류협력활동 프로그램이었고, 이는 3년 전의 네팔 봉사활동을 떠올리게 하면서 재빨리 신청을 하게 만들었다.
미얀마로 떠나기 전에 팀원들과 세 차례 만나 봉사활동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 활동을 할 것인지 계획하는 워크숍을 하였다. 해외봉사를 가보기는 했지만 그 내용과 시간분배, 준비물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자율권이 주어진 상태에서 밑그림부터 시작해야 하는 작업은 생소했지만 흥미로웠다. 나는 음악팀에 소속되어 어쩌다 팀장을 맡게 되었는데, 다행히 팀원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교안을 짤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아이들의 나이와 눈높이를 고려하여 ‘음악’의 친숙성을 주안점으로 두었다. 사전에 아이들이 ‘음악’이라는 것을 우리처럼 익숙하게 접할 기회가 많이 없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알려주고자 했다. 우리나라의 동요와 율동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악기 소리 배우기, 실로폰을 통해 음계 배우기를 하기로 했다. 팀원들이 모두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주고, 일정이 피곤했을 텐데도 지친 티를 내지 않고 궂은일을 서로 하려는 모습 등이 우리 팀이 봉사활동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준비물을 체크하고 빠뜨린 것은 없나 점검하고, 서울유스호스텔에서 다음 날의 긴 여정을 준비하며 잠들 수 있었다.
홍콩에서 한 번의 경유를 거치고 도착한 미얀마는 정말 더웠다. 많은 해외여행을 해보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습기가 심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산림연구원(FRI) 산하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건 수업을 통해 먼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티 없이 밝은 웃음에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 후에 만날 수 있었던 ‘20가구마을 초등학교’ 아이들은 비교적 조금 더 활발했지만, 밝은 에너지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할당된 시간은 고정되지 않고 매일 바뀌었고, 그에 따라 수업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또한 소리를 활용해야 하는 음악수업에서 교실의 구조상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이 있어 현지에 가서 수업 내용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매일 저녁에 있던 회의에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방안을 생각해내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 아니라 일종의 임부를 부여받은 서바이벌 게임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긍정적이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다음날 만날 아이들의 기대 어린 눈망울의 공이 가장 크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마지막 날은 ‘최대한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지’라고 한국에서부터 다짐하고 갔음에도 큰 성과를 보지 못 했다. 우연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일은 없겠으나, 현실적으로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기약 없는 이별에 단원들도, 아이들도, 현지 선생님들 모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마냥 슬픈 이별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좋은 추억을 선물했으니 모두에게 보람찬 이별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협력사업을 통해 가장 기대했던 것은 ‘세계연결성’이다. 일상을 살다보면 가끔 소시민적인 나의 모습에 질릴 때가 있다. 세상은 ‘글로벌’을 끊임없이 외치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과연 세계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인가 하며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대상과 목적이 없다고 느껴졌으며 그만큼 그 일들은 나에게도, 세상에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세상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뭘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다. 아직도 명백히 그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형태를 잡지는 못 했으나 이번 활동에서 만난 타국의 아이들, 그리고 미얀마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모든 행동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겠지만 미얀마에서의 9박 10일 간의 여정은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글 : 조윤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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