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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님편지41
선생님!
전 잘 다녀왔어요.
무슨 산업도로인지 새로 열린 길로 왔더니 금방 영광이더군요.
영광 농협 하나로 마트로 들어갔더니 낯익은 얼굴이 거기 있었는데 오빠와 올케언니 이었어요.
마침 동생네 가족도 도착해 마트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서로 반갑게 얼싸 안고 반기고 같이 시장
을 보게 되었어요.
어디 밖에서 만나면 애틋한 반가움이 더 하는거있죠.
집에 도착해 여자들은 모여서 모시 잎과 뽕잎을 넣어 만든 반죽으로 송편을 빚었어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다 사왔는데 배짱이 커진 오빠가‘멧돼지를 잡자'고 했어요.
뭐냐고요. 그럼 시장 본 고기는 다 어쩌라고…….
아니 생각을 하고는 있었는데 일이 커질까봐 그냥 지나려 했다고 하더니
동네 초대할 사람 명단과 고기를 잡으면 그냥 고기만 전해줄 명단과 고기 잡을 때 꼭 필요한 일꾼을
물색해 전화를 하기 시작하고 그런 전화가 밤 11시 까지 계속되어 늦게 연락받은 사람은 잠자다 깨서
무슨 일인가 놀라서 전화를 받는 것이 느껴졌어요.
연세가 있으신 어른이 계신 집에서 밤늦게나 이른 아침에 연락이 오면 긴장되는 거 그런 심사로 전화
벨 소리에 경기 해 보신 적 없으세요?
강화에 사는 언니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아니 이게 무슨 말씀이신가.
언니 생신이 어머니보다 이틀 앞날이었는데 아들이 묻지도 않고 여행을 예약해 두어 거기 가야만 할
것 같다고요?
'오빠가 전화로 어디 그럴 수 있냐'고 '큰 누나가 돼 가지고 말도 안 된다'고 누나한테' 야단'이라고
말하긴 뭐 하지만 아무튼 안 좋은 소리를 하고 끊더라구요.
언니와 통화 후 우리는 좀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운 입맛을 다시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잠을 청하는
것 같았는데
새벽부터 도란도란 부스럭 부스럭 덜거덕 덜거덕 거리는 소리에 못 이겨 눈을 뜨니 다섯 시도 안되었더군요.
올케언니는 벌써 상을 차려 조상님께 어머니 생신임을 알리고 부엌일을 하고 있고 오빠는 밖에서 소란스럽고 엄마는 우사에서 소밥을 주고 계시고 …….
이장님의 무슨 방송소리가 들려서 자세히 들어보니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조귀원 회장님 댁에서 조촐한 간담회가 있사오니 오늘 오전 중으로
많은 참여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다……. 다섯 번을 연속해서 방송이 나오는데
에그 ! 인제 일이 커지고 말았구나 !
별 준비도 없이 어떻게 하려고 ……. 오전 중이라면 몇 시란 말인가 ?
오전 내내 아무 때란 말인가…….
그럼 아침시간은 오전중인가 아닌가? 아침을 드시러 오신단 말인가 아닌가? 에그구 애매모호해라....
아침은 식구들끼리 먹고 있는데 돼지를 잡을 오빠친구들이 아예 도구를 챙겨( 칼,숯돌)들고 도착하고
우리에 갇혀 있던 암 멧돼지가 체면에라도 걸린 듯 개처럼 줄을 목에 매고 끄는 대로 걸어오더군요.
그놈은 철없이 습성대로 땅을 주둥이로 땅을 뒤적이며 걸어왔어요.
에그 바보!
다리도 얌전하게 줄을 맬 수 있게 들어 주면서 땅 파는데 열중하고 만 있는거있죠.
이상은 그 놈을 보지 않았어요.
그놈은 작년에 새끼였을 때 암수 두 마리 사온 것인데 자라서 새끼를 잘 낳기를 바라며 키웠는데 종자 번식을 한 다음 계획이 오늘 있을 일이었는데 그 놈은 한 마리의 새끼도 낳지 않았지요.
새끼가 든 것 같았고 배도 불러 오고 젖도 토실해 지기도 했지만 새끼는 볼 수 없었어요.
밤에 작은 언니 아들이 용접해서 만든 드럼통을 반쪽내서 다리를 붙여서 만든 구이 판이 근사하게 두
군데 놓이고 강화도령이 급하게 나가 사온 석쇠와 숯 등으로 준비를 마무리 하고 굽기 시작 하더니
면장님 이하 면 직원들과 지도소 직원들이 마당을 치지하고 앉으니 부엌에서도 분주해 지고 마을 아
낙들은 모두 거실로 들어와서 앉았는데 "어서 오세요!" 인사를 했더니 예! 제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니 한참 음식을 드시다가 "저것이 누구여 정님이여!"
정말 오전에 오시긴 오시더군요. 오후 1시쯤 되어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한숨 쉬려는데 큰언니와 형부가 오셨어요.
에그 조금 일찍 오시든가 오시고 계시다 전화라도 좀 했으면 어머니께서 손님들 앞에서 더 당당하게
자랑을 하셨을걸…….
우리 큰 딸은 사정이 있어서……. 묻지는 않으나 변명 하시느라……. 그랬었는데…….
형부가 오시자 다시 술상이 새로 차려지고 작년에 담근 오디주에 5년 묵은 인삼주( 두 사람이 알몸이
로 껴안고 있는 형상을 한 인삼)를 따르고 모두 일동 차렷!
어머님께 큰절!
형부 구령에 큰절을 올리고 얼큰히 취한 형부가 음주 가무를 하고 언니와의 사랑이 저기 쪼개놓은 수
박속 같이 익어간다나 어쩐다나! 하시면 일장 연설을 해서 형부 때문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오후엔 올케 언니 형제들이 다녀가고 어머니 형제가 다녀가고 밤이 되어 남편과 전 돗자리를 펴고
마당에 누어 하늘을 보며 어릴 적별을 보고 누어있다 잠이 들면 아침에는 꼭 방에서 깼는데 누가 업
어다 눕힌 것인지 아무 기억도 없던 옛이야기를 했지요.
고향의 하늘은 아직 맑고 총총해요.
하늘 아래 땅이 있고거기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몸
둘 곳이야 없으리.
해루해가 저문다고 울 터이냐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 지는 저 산 너머내 그리 쉬러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 내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내 몸 쉬러 떠나가련다.
~ ~
흥얼흥얼 노래한곡 부르고 하루가 갑니다.
일요일은 9시쯤 나서서 작별을 하고 귀경길에 섰는데 오빠가 강화 어른께 드리라 챙겨준 "멧돼지 고기와 굴비 '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 강화 까지 바로 가야만 했고, 가서 저녁을 같이 하고 나니 결국 집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 돼 있었고 월요일부턴 3일간 출석 수업에 참석중입니다.
선생님께 제가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넙죽 받아먹고 선물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여전히 꺽다리 선생님이시고 멋있으세요.
정성담은 간절한 선생님 기도 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네요.
선생님 그늘에서 좀 더 오래 쉬다 왔으면 올 여름이 시원해 질 텐데 짧은 만남 오래 간직하고 또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건강해 뵈니 감사해요. 그렇게 뵈긴 해도 불편하신 데도 많으시겠지요.
사모님도요.
"생각보다 연세에 비해 정정해 뵈시고 멋있게 늙어 가시는 것 같다" 남편이 그러데요.
오빠한테도 선생님 말씀 드리며 "선생님께서 오빠 이름도 다 기억하시고 훌륭하게 살고 있는 것 같
다" 고 했더니 좋아 하더군요. 출세욕 명예욕이 좀 있는 것 같죠! 오빠 말예요
내내 안녕히 계십시오.
k y s 답신
어머님 팔순잔치에 공감하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롬 8장:28하반절)
과연 명작이 탄생하였구나!
너무나 생생하다. 적당한 실수와 무계획적인 제반 행사가 어우러져 한껏 풍성한 어머님 팔순잔치가 됐으니 말이다.
어머님께선 그날만은 인생최대의 보람을 만끽하였으리라 믿는다.
과거의 살아온 역경들을 순식간에 잊을 정도로…….
풍성한 준비였지만 오빠의 멧돼지잡기며, 강화언니네의 여행예약. 정겨운 산골짝 아침방송, 면직원, 지도소직원, 올케형제, 어머님 형제,
바쁘고 신나는 시간 그 순간은 피곤도 몰랐을 거야.
그리하여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다" 는 아름다움이 된 것이야.
그 어느 여행이 이 처럼 풍성하고 의미 있는 행사에 비교가 될 것인가? 만리장성 편지 속에도 정님 너의 흥분이 스며들어 있더군. 유독 오자가 많은 것이 .......
한 달만의 편지내용인데도 8.14 일이 적혀 있더군.
감명 깊게 읽은 마음 사라지기 전에 우리 사모에게도 읽어 주련다.
필시 '그 사람들 못 참고 일을 거창하게 해버렸다'고 할 테지…….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인다.
잘있거라. 그리고 너무 너무 고생 많이 했다.
2 0 0 7. 9. 1 7
광주에서 k y s 씀
정님이편지42
반송된 메일 다시 보내며
오늘 소요산 등반을 남편과 함께 하고 왔어요.
컴퓨터 켜자마자 밥 달라고 귀찮게 하니 이만 줄입니다.
신랑 밥 주고 다시 보낼게요.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죄송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던 차에 건강하게 잘 계시다니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송광사 유람기 사진과 함께 잘 받았습니다. 사진도 예술품입니다. 언제 사진실력을 그렇게
다져 놓으셨나요?
'송광사 ' 저도 가고 싶었는데 못 가봤네요.
내장산에서 백양사로 가는 여행도 해보고 싶은데 바삐 일행과 움직이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데 혼
자라는 것도 시간과 용기가 있어야 하겠지요. 선생님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조정래 소설은 다 읽으신 거군요.
선생님 독서량을 따라할려고 저도 아리랑 한질을 사놓고 있는지가 2달 아직 한권도 다 안 읽었어요.
어쩌죠. 내년엔 1년에 책 100권읽기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이 중요하냐고요?
저는 참 게으른가 봐요.
8월 달에 어머니 팔순을 마치고 돌아와서 보냈던 메일이 전해지지 않아 그걸 다시 보내드렸던 것 인데
어쩜 한번 읽어 보지도 않고 보냈을까요?
선생님 지적대로 그리 많은 오탈자를 하나도 고치지도 않고 보낸 것 보면 ……. 참 한심해요. 그 때
의 현장감이 사그러 들까봐 그런 것도 아닌 면서…….
그 글을 쓸 때는 밤이었고 어두운 상태에서 키보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써서 더 그럴 것이고 또 퇴
고를 제대로 안하는 버릇도 고쳐야 할 나쁜 습관 이지요.
영광을 다녀온 후 추석을 쇠자마자 할머니 칠순이 있었지요.
여러 가지 여행정보를 전해 드렸으나 결국엔 저희 부부가 모시고 동해로 가서 강릉에서 경북 평해로
가서 월송정, 망향정, 불영계곡을 지나 불영사, 백암온천에서 1박하고 백암산을 넘어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모시고 가기까지는 사연도 있었지만 사설이 길어질 것 같고 특별히 여행기를 적지 않아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었어요.
아들면회도 다녀오고, 동아리 사람들과 경북 영주 답사를 가는 중에 행사가 겹쳐서
'남해 유배문학관 건립 추진 세미나'에 참석차 남해에서 노도 들어갔다가 남해에서 진주로 진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영주로 차를 갈아타고 일행과 합류를 해서 소수서원, 죽계구곡, 부석사 돌아보는 등
길게 머무름의 시간은 없었지만 소수서원 연구원인 해설사 선생님의 유창하고 박식한 해설과 함께 했
음에도 난 아무것도 기록도 않고 그저 머릿속에 남은 것과 눈 속에 들어 온 것과 가슴에 품은 것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아는 선배님이 그러더군요.
그러면 빨래 줄에 내려앉은 낙엽만 가져가는 것이라고…….
맞아요. 우리 속담에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자국이 더 낫다'는 말이 있듯이 기록은 정말 중요
하지요.
특히 여행이나 답사에선 더욱 그래요. 그런데 한편엔 꼭 다시 호젓한 시간에 유유자적하며 오고 싶
다는 복선을 까는 마음으로 전 그냥 옵니다.
그래서 자꾸만 다시 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내장산도 갔고.
남편과 백담사, 낙산사, 휴휴암도 다녀왔고,
또 만리포 천리포(천리포 수목원)백리포를 돌아오니
동기들이
강삿갓이다!
강길동이다!
부릅니다.
이제 기말 시험이 일주일 남아 마음이 분주한데 …….김장도 안했는데 '군서초등학교 42회 동창회' 소집한다고 대성이가 성화하니 가기로 했습니다.
내년에 총동문회를 구성하는데 우리 기수가 너무 부실한 모양입니다.
해서 토요일(12월1일 영광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싶었어요. 박도생
선생님께도요.
마음은 그렇지만 뵐 수 있을지 싶구요. 동창들과 시간은 1시에 터미널 근처' 송죽 회관'입니다.
선생님이 내려오실 수 있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내려가면서나 내려가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김대중 컨벤션센터 앞의 분수가 여름을 물리쳤나봅니다. 이제 싸한 날이 계속이지요.
사진 감사합니다.
저도 가을날 고궁 나들이 사진 보내드릴께요.
k y s 답신
정님에게 보낸다.
그간 별고 없이 잘 지냈는지 궁금하다.
어머님 팔순후에도 행사가 더 있으리라는 짐작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박경리작 대하소설 '토지' 12권을 손에든 채 유유자적하고 있는 중이다.
10여일전 단독 결행하여 송광사를 다녀왔기에 안부 겸 답사소식을 전한다.
첨부파일로 답사기와 지난번 찍었던 사진과 더불어 몇 장 더 보내니 참고해 주기 바란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인다.
이제 환절기 위생에 몸조심하기 바라며 더욱 강건하길 기원하겠다.
2 0 0 7. 1 1. 2 2 광주에서 kys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