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절 중 가장 풍성한 것이 추석이다.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면서 갖는 일종의 추수감사절인 것이다.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지내도 넉넉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올해도 넉넉하고 즐거워야 할 한가위가 쓸쓸하고 작게 느껴졌던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식구들끼리 오랜만에 모여 송편을 만들어 먹는 것도 이미 추억이 되어버렸다. 핵가족이 일반적이다 보니 여유있는 사람들은 가족끼리 만나 회포를 풀기 보다 해외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을 찾아 나서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명절을 보내야 한다.
MB정부의 과감한 정책전환이 뒤따라야 |
한가위를 맞으며 그 어느 때 보다도 겁나고 우울했던 이유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데 가계부채는 점점 불어만 가고, 월·전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사상최대인 900조원에 달한다. 가구당 4,2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월·전세값은 30% 이상 폭등하여 자기가 살던 집에서 쫒겨나가는 형편이며 아파트는 남아돈다는데 살 집이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가 넘는 지경에 서민들의 추석상이 넉넉할리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중심부 미국과 유럽에서 불어오는 재정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적 수급 불균형으로 원자재 값이 널뛰고 있는데 무역흑자 기조가 흔들리다 보니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고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환율과 금리 정책으로 버티기가 어려운 게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결국 이명박정부의 정책기조의 혁신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MB노믹스의 기본축인 ‘747성장정책’(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성취, 7대강국 진입)은 온 데 간 데 없다. 그럼에도 여권 안에는 청와대와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정책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히 국정 실종이라 할 만하다. 지금이라도 과감한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구간에 대한 감세를 철회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경색된 남북관계의 복원, 비정규직 차별 시정, 사회안전망 확대 등 가야할 길이 멀다. |
국민의 눈밖에 난 여야 정치권은 각성해야 |
최근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서 보았듯이 서민복지의 내실화에 관해서는 여당은 물론야당도 철학과 내용이 빈곤하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사이의 선택의 문제 이전에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생계비의 인상과 같은 ‘일하는 복지(workfare)’의 확립이 절실하다. 여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려면 우선 일하는 복지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야당은 보육, 교육, 의료, 주택 문제를 ‘무상시리즈’로 포장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재원을 마련하는 편법을 버려야 한다. 형평과세의 원칙아래 조세제도의 개편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늘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2050년이 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유럽국가들의 수준인 10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추세로 인해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등이 늘어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아래 보편적 복지의 확립이 가능한 조세제도의 미래선취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들의 담세율은 50%를 넘는 누진체계다.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23%에 머물고 있고, 그것도 최고구간의 누진세율은 차별성이 없다.
‘안철수 돌풍’은 우리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염증에서 나왔다. 실체보다 수사로 가득찬 정책아래 권력동기가 민생을 지배하는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눈 밖에 났다.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를 “강남좌파의 정치쇼” 혹은 “간이 바깥으로 나온 꼴”로 바라보는 여·야의 현실인식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 젊은 세대의 행복지수가 OECD 23개 나라들 중 꼴찌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 가장 불행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진보와 보수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청년실업이 100만을 웃도는 상황에서 그들의 고민은 생존에 있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들을 현실주의자로 매도하기 이전에 ‘이상의 포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 젊은 세대가 다시금 이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