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키를 40대 중반에 배웠다. 2002년도 쯤이니까. 그때 내가 모시고 있던 부장님께서는 스키매니아이셨는데 2월에 학년부 해단식을 하게 되면 스키장으로 우릴 데리고 갔다. 그때 처음 간 곳이 진부에 있는 알프스 스키장이었다. 처음 가본 스키장은 완전 별 천지였다. 흰눈으로 덮인 언덕에 울긋불긋한 스키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고글을 쓰고 마치 우주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속에서 거름마하는 법을 배우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슬로프를 내려오는 법을 배웠다. 내려오면서 수없이 넘어져서 다리가 휘청휘청거려 잘 걷지도 못하였지만 부자들만 타는 스키를 나도 탄다는 우월감이 들면서 기분이 대단히 좋았었다. 이때 배운 스키덕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겨울이 오면 스키장 갈 설레임으로 가슴이 벅차기도 했었다. 며칠전 고성에서 용대리로 넘어올 일이 있어서 진부령고개에서 옛생각이 나 잠시 스키장에 들러 보기로 했다.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는 전에 듣기는 했지만 그간에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핸들을 틀었다. 흰색 자작나무 숲뒤에 아직 멋진 건물이 보였다. 스키장으로 들어갈 수 있나 봤더니 입구에는 철조망이 쳐 있었고 철조망 건너에는 검은 개 3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감시하고 있었다. 알프스리조트가 서기 전에 이 흘리지역은 해발고도도 높고 위도도 높아 자연 스키장으로 각광을 받아 여러 스키대회가 치러졌었다. 이후 용평 리조트가 생기고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1976년도에 이 리조트가 개장하면서 수많은 스키어들의 고향이 되었다.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 스키가 가능하여 많은 인파를 불러모았다는데 주위에 좋은 새로운 스키장이 들어서고, 시설이 오래되어 낡으면서 점차 인기를 잃어 폐장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키장 개장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회사보고 물러가라는 플랭카드가 있고... 겨울이 되면 스키를 빌리러 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가게는 폐허가 되어 있었고, 겨울이면 수많은 스키어들이 찾았을 식당도 문을 닫은지 이미 오래 되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바로 10여년전에 내가 놀던 놀이터가 이렇게 폐허가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과거 몇 차레 리조트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공사부도등 여러가지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 지금까지 온 모양이다. 다시 이곳에 인파로 붐빌 날이 찾아올 것인가? 건너편에 펼쳐진 백두대간만이 그 해답을 알고 있으리라. 앞으로 우리 세대가 더 지나가고 낮아진 출산율으로 인해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면 이런 일은 더 많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마침 옆에서 쑥만 뜯던 집사람이 한마디 거든다. "시골에 집사면 나중에 이렇게 되어 팔지도 못하면 어찌하겠어요?" 여기까지 오신 분은 가수 김연자가 부르는 노래한곡 들어보고 가시라...김 |
출처: 오늘도 걷는다마는 원문보기 글쓴이: 장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