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쉬라즈 페르세폴리스 1 - 2023. 3. 12.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2500여 년 전에 건설된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다. 인도·아리안계인 ‘파르스’족의 아케메네스 가문이 이룬 국가라 하여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제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셀 수 없는 열주와 초석, 궁전 터와 성벽 계단, 건물의 잔해들, 궁전의 규모라기보다는 궁성 대도시였다. 고도 1500m의 황량한 평원에 끝없이 펼쳐지는 폐허의 잔해에 묻히고 잊혀진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장엄한 도시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518년 다리우스 대제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리고 그 도시의 완성은 그 뒤 100년이 지난 뒤였다. 세계 정부가 있던 곳이며, 당시 지구상에 번성하던 모든 문화의 집결지였다. 외국 사신이 빈번히 내왕하고, 동서양의 상인이 북적거렸다. 중앙 아시아에서 연결되는 육상 실크 로드와 인도에서 건너오는 해로의 요지에 위치하여 풍부한 물자와 다양한 외국 문물이 페르세폴리스를 살찌웠다. 축제와 향락, 호화로운 파티가 날마다 계속 되었다. 그러나 페르세폴리스의 운명은 그렇게 길지 못했다.
기원전 330년 페르세폴리스에 도착한 알렉산더는 이 놀라운 아시아의 번성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저히 파괴하고 불태웠다. 이렇게 페르세폴리스는 182년만에 사라지고 2260년 동안 망각 속에 있었다. 1931년부터 시카고 대학의 동양 연구소 고고학 팀이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페르세폴리스의 역사적 의미가 되살아났다.
페르세폴리스는 라흐마트 산과 마르브다슈트 평원이 만나는 곳에 산의 사면을 이용해 돌로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궁전을 지었다. 기단이 성벽 기능을 했다고 한다. 입구 좌우로 111개의 돌계단이 이어지는데, 계단 한 칸의 높이는 10cm로 동일하다. 사람들이 낮은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와 왕을 알현하라는 의미도 있고, 말을 탄 채로 올라오도록 설계한 것이기도 하다. 페르세폴리스로 통하는 이 길이 바로 ‘왕의 길’이다.
제국 수도에 올라서면 사람의 머리에 날개 달린 황소가 조각된 거대한 문이 나타난다. 만국의 문, 다리우스 1세를 이어 페르시아를 지배한 크세르크세스의 비문에 “나 크세르크세스가 말하노라, 이 만국의 문과 아름다운 궁을 수호신 아후라 마즈다의 명령에 따라 여기에 세웠노라”라고 새겨져 있다. 페르시아 제국에 속했던 모든 민족의 사절단이 이 문을 통해 페르세폴리스에 들어와 왕을 알현했다. 문에 새겨진 조각은 아시리아 궁전에서 볼 수 있는 라마수 수호신을 연상케 한다.
페르세폴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아파다나궁이다. 왕들의 대접견장이었던 이 건물은 다리우스 대제 때 시작하여 세르케스 왕 때 완성되었다. 지금은 72개의 기둥 중에 13개만 남아 있다. 기둥과 벽면에는 부조가 조각되어 있어 당시의 역사적 편린을 엿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조그맣게 새겨진 외국 사신들이 손에 진상품을 가득 들고 커다랗게 묘사된 페르시아 왕들 앞에 서 있는 조각은 정말 사실감을 준다. 사신들의 공손한 표정이며 왕의 근엄한 태도, 날리는 옷자락에서 공물로 바쳐지는 동물들의 몸부림까지 역동적인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가 전개된다.
페르세폴리스 건물 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화려한 건물은 세르케스궁이었다. 19.42m 높이의 100개의 열주로 꾸며졌으나, 이제 몇 기둥만이 그 흔적을 전해 줄 뿐이다. 입구의 대문을 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황소가 조각되어 있다. 11m 높이의 대문 위에는 아람어와 아시리아어, 페르시아어로 각각 ‘전 세계의 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엿볼 수 있다. 이곳의 기둥마다 쐐기 문자로 새겨진 역사가 숨쉬고 있다. 왕은 주로 세 가지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불을 모신 신전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 또는 걷고 있는 모습들이다.
신전은 불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모셨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이 엮어 내는 페르시아 사람들의 이원론적인 민간 신앙이 조로아스터교로 성장했다. 그리고 유대교에 직접 영향을 주어 오늘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종교사 이야기다.
기원전 6세기 말 페르시아의 창건자인 키루스는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그곳에 포로로 잡혀 있던 유대인을 무사히 이스라엘로 돌려 보냈다. 나아가 재정 지원을 통해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축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히브리 성경에는 유대인 지도자에게도 좀처럼 부여하지 않았던 각별한 존경을 키루스(고레스)에게 표하고 있다. 신과 악마의 대결, 천국의 보상과 지옥의 응징 개념 등이 바빌론 유수 이후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첫댓글 4500여 년 전에 건설된 페르세폴리스가 이렇게 대단하다니......
더구나 알렉산더가 철저하게 부셔버렸는데도....
말문이 막힌다...........................
거의 이집트 문명에 버금갈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