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세의 초상화를 상징마크로 하고 있는 샤또 페트뤼스 와인은 품질도 뛰어나지만 비싸기로도 유명한 레드 와인이다.
5년전 어느 날 외국인 두 명과 한국인 두 명이 식사하러 와서 당시 54만원 하던 샤또 페트뤼스 1병을 주문해 맛있게 마셨다. 식사가 끝난 뒤 계산서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와인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나 가격이 맞음을 확인하자 액수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접대비 처리를 못하니 식사와 음료를 분리해 계산서를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한 병에 54만원을 5만 4천원으로 잘못 알았던 것이다.
샤또 페르뤼스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뽀므롤 지구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와인이다. 뽀므롤 지구는 보르도시로부터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쌩떼밀리옹 지구 서쪽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와인 생산지구이다.
뽀므롤 와인은 메독의 섬세함, 쌩떼밀리옹의 힘, 샹 베르뗑의 강직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와인전문가들은 말한다. 뽀므롤 와인의 주된 포도 품종이 메를로인 관계로 색깔이 깊고 맛이 부드러워 여자들이나 강한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마시기에 좋다.
샤또 페트뤼스의 이름은 교황 1세인 베드로에서 유래됐다. 1년에 약 4천 케이스를 생산하는 샤또 페트뤼스는 와인이 조금이라도 묽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아침 이슬이 완전히 증발된 오후에 포도를 수확하는 섬세함을 보이고 있다.
초창기 샤또 페트뤼스의 주인은 마담 루바. 그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의 약혼을 맞아 샤또 페트뤼스 매그넘을 선물로 보낸 것이 인연이 돼 결혼식에 초대를 받게 됐다. 런던에 머물던 마담 루바는 좋은 프랑스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돈이 모자랐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동료를 시켜 미리 준비해 온 샤또 페트뤼스를 가져오게 해 계산을 치렀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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