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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4장에는 보수적인 학자들이 수난주간의 수요일과 목요일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대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꾸미고, 한 여자가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붓는 이야기, 가룟 유다의 배반과 마지막 만찬, 예수께서 베드로가 부인할 것을 예고하신 후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이야기, 마침내 예수께서 잡히시고 의회에서 재판을 받으시는 이야기와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이야기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은 모두 마태복음에도 거의 그대로 수록되어 있으므로 반복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26장 강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가복음 15장에는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신 후에 마침내 사형선고를 받으시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군인들이 예수님을 조롱하고,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됩니다. 아침 9시경에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오후 3시경에 숨을 거두시고 무덤에 묻히시는 장면까지 15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 내용도 거의 내용 손실 없이 마태가 조금 확대한 형태로 자기의 복음서에 수록했습니다. 역시 자세한 내용 설명은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27장 강해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마가복음 16장은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 본문도 마태가 가져가서 28장에 수록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마가복음 16장 1~2절을 보겠습니다.
1 안식일이 지나니,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가서 예수께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2 그래서 이레의 첫날 새벽, 해가 막 돋을 때에, 무덤으로 갔다.
이어서 마태복음 28장 1절을 보겠습니다.
1 안식일이 지나고, 이레의 첫날 동틀 무렵에,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
마가복음에는 무덤으로 간 여인들이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 이렇게 세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마태복음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 이렇게 두 사람이 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시 마가복음으로 돌아와서 16장 3~5절을 보겠습니다.
3 그들은 "누가 우리를 위하여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내 주겠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4 그런데 눈을 들어서 보니, 그 돌덩이는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 돌은 엄청나게 컸다.
5 그 여자들은 무덤 안으로 들어가서, 웬 젊은 남자가 흰 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이어서 마태복음 28장 2~4절을 보겠습니다.
2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주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에 다가와서, 그 돌을 굴려 내고, 그 돌 위에 앉았다.
3 그 천사의 모습은 번개와 같았고, 그의 옷은 눈과 같이 희었다.
4 지키는 사람들은 천사를 보고 무서워서 떨었고,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같은 내용인데 표현에서는 꽤 차이가 납니다. 마가는 담담하게 일어난 사건을 설명한다는 느낌인데, 마태는 극적으로 사건을 묘사합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돌을 굴려냅니다. 천사의 모습도 묘사합니다. 번개와 같고 옷은 눈처럼 희답니다. 마가의 기록에는, 여자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웬 젊은 남자가 흰 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고 되어 있긴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글의 긴장감을 높이는 마태의 글 솜씨는 뛰어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옮겨가면서 이렇게 제멋대로 바꾸는 것은 오늘날 같으면 비난받을 일입니다. 다시 마가의 본문 6~7절을 보겠습니다.
6 그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놀라지 마십시오. 그대들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습니다만, 그는 살아나셨습니다.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그를 안장했던 곳입니다.
7 그러니 그대들은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십시오. 그는 그들보다 앞서서 갈릴리로 가십니다. 그가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들은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라고 하십시오."
이어서 마태복음 28장 5~7절을 보겠습니다.
5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대들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를 찾는 줄을 압니다.
6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는 살아나셨습니다. 와서 그가 누워 계시던 곳을 보십시오.
7 그러니 그대들은 빨리 가서 제자들에게 전하십시오.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그들보다 앞서서 갈릴리로 가시니, 그들이 거기에서 그를 만날 것이라고 하십시오. 이것이 내가 그대들에게 알리는 말이오."
마가는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전하라고 했는데, 마태는 베드로라는 말을 빼고 제자들에게 전하라는 말만 기록했습니다. 다시 마가복음 16장 8절을 보겠습니다.
8 그들은 뛰쳐 나와서, 무덤에서 도망하였다. 그들은 벌벌 떨며 넋을 잃었던 것이다. 그들은 두려워서,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못하였다.
이어서 마태복음 28장 8~10절을 보겠습니다.
8 여자들은 무서움과 큰 기쁨이 엇갈려서, 급히 무덤을 떠나, 이 소식을 그의 제자들에게 전하려고 달려갔다.
9 그런데 갑자기 예수께서 여자들과 마주쳐서 "평안한가?" 하고 말씀하셨다. 여자들은 다가가서, 그의 발을 붙잡고, 그에게 절을 하였다.
10 그 때에 예수께서 그 여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서워하지 말아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
마가의 기록에는, 여인들이 천사의 말을 듣고 무서워서 도망쳤고, 너무나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못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가복음서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8절 이후는, 마가의 원본에는 없던 글이 나중에 삽입된 것입니다. 그런데 마태는 무섭기도 했지만 큰 기쁨이 엇갈려서, 이 소식을 그의 제자들에게 전하려고 달려가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으로 연결했습니다.
마가는 여인들이 도망가는 장면으로 복음서의 기록을 끝냈는데, 마태는 이 싱거운 결론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원본인 마가에는 없는 내용을 덧붙인 것입니다. 이걸 보완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태가 마가의 기록을 보완했다고 하면 마가의 기록에는 부족한 게 있다는 뜻이 됩니다. 하나님의 완전한 말씀으로 고백하는 성서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마태가 마가의 기록을 왜곡했다고 하면 이번에는 마태복음이 문제가 됩니다. 왜곡한 글을 어떻게 하나님의 완전한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중요한 건, 마태가 마가의 기록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과, 원본의 표현을 바꾸거나 보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성서무오설이 아직도 옳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깊이 숙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 그런데요. 마가복음의 원본은 16장 8절에서 끝났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성서에는 20절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9절 이하는 본문은 나중에 덧붙여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세월이 흘러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발간되었는데, 거기에는 부활 이후의 기록들이 담겨있습니다. 마가공동체 사람들, 또는 마가복음서를 아끼는 사람 중에서, 상대적인 기록의 빈곤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단순한 기록은 있지만, 그 이후의 장면들이 마태와 누가에는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마가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말하면 마태복음과, 그리고 누가복음과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부정적으로 말하면 마태공동체와 누가공동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마가복음에도 부활 이후의 이야기를 덧붙였을 것이라는 것이 현대신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설화까지 덧붙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입니다. 그랬다면 마가복음의 원본으로서의 가치가 땅에 떨어질 뻔 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보완된 16장 9절 이하의 본문에는, 예수께서 막달라 마리아에게 맨 먼저 나타나셨다는 기록과, 마태복음에는 없고 누가복음에 있는, 엠마오로 내려가다가 예수님을 만났다는 두 제자의 이야기, 그리고 제자들이 선교의 사명을 받는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추가된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9~11절을 보겠습니다.
9 [예수께서 이레의 첫날 새벽에 살아나신 뒤에, 맨 처음으로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셨다. 마리아는 예수께서 일곱 귀신을 내쫓아 주신 여자였다.
10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11 그러나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과, 마리아가 예수를 목격했다는 말을 듣고서도, 믿지 않았다.
9절 이하의 본문이 마지막 20절까지 [ ]로 크게 묶여있는 건 이 본문이 원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내용이 첨가됨으로써 빈 무덤에 대한 이야기로 모든 기록이 끝났던 마가복음도 다른 복음서들처럼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는 부활 이후의 기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본문 12~13절을 보겠습니다.
12 그 뒤에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내려가는데, 예수께서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13 그들은 다른 제자들에게 되돌아가서 알렸으나,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이 본문은 마태복음에는 없고 누가복음에 자세히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이 본문은 누가복음의 엠마오 이야기를 축약해서 담았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선교의 사명을 주시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14~18절을 보겠습니다.
14 그 뒤에 열한 제자가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이 믿음이 없고 마음이 무딘 것을 꾸짖으셨다. 그들이, 자기가 살아난 것을 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5 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나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여라.
16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함을 받을 것이다.
17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표적들이 따를 터인데, 곧 그들은 내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으며, 새 방언으로 말하며,
18 손으로 뱀을 집어 들며, 독약을 마실지라도 절대로 해를 입지 않으며, 아픈 사람들에게 손을 얹으면 나을 것이다."
이 본문에는, 마태와 누가의 기록뿐 아니라 요한복음과 사도행전의 기록까지 부분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첨가본이 언제 원본에 첨부되었는지, 그것이 한 사람의 기록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의 기록이 합쳐진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먼저 발간된 자료들을 참조했다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는 본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기록들로 인해서, 성서무오설을 믿는 사람들 가운데 독약을 마시고 죽은 사람들도 많았고, 물 위를 걷겠다고 바다 한 가운데서 배에서 내려 빠져죽은 사람도 있다는 점입니다. 고대시대나 중세시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30~40년 전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어느 목사가 신도들을 데리고 “믿는 사람은 예수님처럼, 베드로처럼,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바다인지 강인지 배를 타고 한가운데로 가서 배에서 물로 내렸는데 그대로 빠져 죽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고백의 언어, 희망의 언어를 사실의 언어로 오해한 데서 발생한 비극입니다.
이어지는 첨가본의 마지막 본문은 예수님의 승천에 대한 기록입니다. 19~20절을 보겠습니다.
19 주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뒤에, 하늘로 들려 올라가셔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으셨다.
20 그들은 나가서, 곳곳에서 복음을 전파하였다. 주께서 그들과 함께 일하시고, 여러 가지 표적이 따르게 하셔서, 말씀을 확증하여 주셨다.]
승천에 대한 기록은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없고,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는 있습니다. 마가복음의 첨가자는 누가와 사도행전의 기록을 참조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의 이야기 뿐 아니라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없는 승천에 대한 기록까지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