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8~20장 강해

[산들(류상태)]

18장에는 사울이 다윗을 질투하면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1~5절의 본문을 보겠습니다.

1 다윗이 사울과 이야기를 끝냈다. 그 뒤에 요나단은 다윗에게 마음이 끌려, 마치 제 목숨을 아끼듯, 다윗을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

2 사울은 그 날로 다윗을 자기와 함께 머무르게 하고,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3 요나단은 제 목숨을 아끼듯이 다윗을 아끼어,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기로 굳게 언약을 맺고,

4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다윗에게 주고, 칼과 활과 허리띠까지 모두 다윗에게 주었다.

5 다윗은, 사울이 어떤 임무를 주어서 보내든지, 맡은 일을 잘 해냈다.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장군으로 임명하였다. 온 백성은 물론 사울의 신하들까지도 그 일을 마땅하게 여겼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사울이나 다윗이나 모두에게 윈윈이 된 아름다운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블레셋과의 전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주민들이 보인 반응이 7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7 이 때에 여인들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다. "사울은 수천 명을 죽이고, 다윗은 수만 명을 죽였다."

사울이 죽인 자는 수천이고 다윗이 죽인 자는 수만이랍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견뎌내기에는 사울의 사람됨이 너무 작았습니다. 그때부터 사울의 병이 시작됩니다. 사울은 시기심을 참지 못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윗을 향해 창을 던진 적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실패하자 다윗을 야전사령관으로 임명해서 다시 전쟁터로 보냈지만 다윗은 가는 곳마다 승리하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사울은 무슨 꿍꿍이 속인지 자기 딸을 다윗에게 주기로 합니다. 25~27절을 보겠습니다.

25 이 말을 들은 사울은 "너희는 다윗에게 내가 결혼 선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다만 나의 원수 블레셋 사람의 양피 백 개를 가져와서 나의 원수를 갚아 주는 것만을 바라더라고 하여라" 하고 시켰다. (사울은 이렇게 하여,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게 할 셈이었다.)

26 사울의 신하들이 이 말을 그대로 다윗에게 전하였다. 다윗은 왕의 사위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기도 전에,

27 왕의 사위가 되려고, 자기 부하들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블레셋 사람 이백 명을 쳐죽이고 그들의 양피를 가져다가, 요구한 수대로 왕에게 바쳤다. 사울은 자기의 딸 미갈을 그에게 아내로 주었다.

당시에는 신랑이 신부를 맞이할 때, 딸을 잘 키워서 준 감사의 표시로 신부의 아버지에게 돈이나 귀한 물건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사울이 원하는 지불금은 블레셋 사람의 양피 100개였는데 다윗은 200개의 양피를 가져다 바쳤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다윗은 사울의 신임을 얻으려고 이렇게 최선을 다했지만 사위에 대한 장인의 시기심은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괄호 안에 있는 내용은 기록자, 또는 편집자의 설명입니다.

19장으로 들어가면, 사울의 광기가 계속되어 결국 다윗이 쫓겨나 사무엘에게 의탁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이어집니다. 다윗을 죽이라는 사울의 노골적인 명령을 요나단이 아버지와 담판을 벌여 막아주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사울의 살해명령이 내려지자 다윗은 아내가 된 사울의 딸 미갈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겨우 도망쳐 사무엘을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19장 후반부에는 다윗을 잡으려고 사무엘이 있는 곳까지 찾아간 사울의 병사들이 신이 들려 예언을 하고, 뒤늦게 합류한 사울까지 사무엘 앞에서 옷을 벗고 예언을 하는 추태를 벌였노라고 본문은 말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신이 들리고 예언을 했다는 기록이 구약성서에 가끔 나오는데 이스라엘의 주류 종교문화는 아닙니다. 당시 이방종교의 풍습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으로 보입니다.

20장은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윗은 요나단을 찾아가 담판을 벌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네 아버지가 나를 그토록 죽이려 하느냐고 따진 것입니다. 요나단은 아버지와 친구 사이에서 곤혹스러워합니다.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요나단의 변명이 심금을 울립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음모를 확실히 알게 된 요나단은 다윗의 도피를 도와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학자들 중에는 두 사람의 애틋한 우정을 동성애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