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숭고하게 긴 여름이다. 손목 보호대 벗기를 기대했는데 실패했다. 지나고 나면 "한여름 밤의 꿈"이겠지. 정신과 병동에서 아픈 사람을 보았다. 젊고 키 큰 남자, 지독한 망상을 겪고 있었다.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망상 속에 있고 그가 이상 속에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경계에 섰다. 우린 그냥 같은 정신과 동문이다. 신물 나는 좌도 우도 아니다. 정치 혐오증 생겼다. 좌와 우가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인지?를 지독한 길치인 나에게 물었다. 나한테 길을 묻는 자, 시뮬라크르 (simulacre, 가상, 거짓)에 살고 있는 난 왜 끌려온 것인지 모르는 자이다. 살아도 알지 못하는 자, 나도 내가 어디에서 온 지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한다. 신들의 왕 제우스를 찾았다. 그는 절대적 예언을 했다.
넌 불, 넌 물, 둘이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라! 물과 불의 사랑이면 우린 늘 끓고 있는 물이어야 한다. 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다.
나에겐 그는 정신병자가 아닌 현자였다. 진품과 짝퉁의 경계는 무엇일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상일까? 그는 남편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신들의 왕 제우스다. 삶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를 찾고 싶어서이다.
의리일까? 물과 불의 사랑일까?
글은 글일 뿐이다. 이 글을 보고 남편이 또 잔소리를 할까 두려운 지루하고 긴 여름밤이다. 그냥 무시하시라! 인생의 지나가는 넋두리일 뿐이다!
눈이 있는 자 보라! 나의 빼앗긴 여름들이 죽어가고 있다.
독한 사랑과 지독한 사랑, 언제나 헤어질 결심을 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는데 14965일을 함께했다. 헤어지는 것들엔 이유가 없다. 그냥 이유를 만드는 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팔을 돌리지 못하는 지인, 그래도 나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침묵의 수의를 입고 있는 여인, 양팔이 잘 손질한 벌집 삼겹살처럼 보였다. 면회 온 부모님을 보자마자 바로 도로로 질주했다. 푸른 옷의 남자 둘이서 좌우에서 희고 가냘픈 호소력 짙은 그 여인의 팔을 잡고 사라졌다. 극장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봤다. 나도 신들의 유리구슬 안에서 이렇게 놀고 있겠지!
한때 오빠였고 언니였던 자들이 이젠 동생이 되었다. 지난하고 긴 세월 동안 난 내 인생의 여름도 못 보고 지나버렸다. 희망이 도망갔다. 오십이면 다 버리고 뉴욕으로 갈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았다. 남은 건 정신병뿐이다. 두려움과 거침이 없었던 나를 분실했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자였다. 더 이상의 향연은 없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 첫 번째 습관이다. 30년을 나와 함께하는 에비앙 워터 같은 존재이다. 뉴욕에서 물 갈아먹고 배탈 나서 그 후로 이 물만 마셨다. 언제나 옆에 있다. 두 번째 멋지게 쓰고 싶은 것이다. 비루함을 돈으로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난 그냥 노력하는 자이고 싶다. 오랫동안 자유를 사고 싶어서 돈으로부터 독립운동 투사처럼 일했다.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나에게 관련 없는 일은 함부로 하지 말라. 일이 지나갔거든 생각하지 말라. 주문을 외운다. 난 탈피 중이다. 어쩌면 난 이무기인지도 모른다. 같은 옷이 지겨워 수시로 갈아입는 55년 묵은 망( 蟒, 이무기 망)이다. 영어로는 Imoogi이다. 이무기망, 망한 생이다.
삶의 차원을 바꾸고 싶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나의 FIRST! 숟가락으로 파내고 싶은 변연계 속에 꼭꼭 숨은 해마가 밉다. 모든 기억들을 다 지울 수 있다면 난 다시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자이다! 뇌속의 해마가 스스로가 말인 줄 알고 달리는 해머리이다. 바닥을 차고 올라서고 싶다.
날파리들이 시체실로 사용하는 냉장고 청소를 했다. 작고 사소한 일상도 바꾸기를 칸트처럼 주저한다. 우유를 10년 넘게 한 아줌마를 통해 배달했다. 난 무엇이든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이미지로만 남은 자들을 증오하는 밤이다. 내 적은 스스로를 T라고 명쾌하게 소개했다. " Terrible" 밖에 안 떠오른다. 아직도 난 그녀의 T를 해석하지 못한다. 그녀는 2년, 아니 내 나머지 생을 훔쳐 갔다. 스스로의 묘혈을 팠다.
마지막엔 달달한 협박도 했다."인권사무소에서도 기각되셨잖아요." 이 말은 그녀가 안 하길 바랐다. 나도 기각될지 알고 있었다. 한 XX 선생님께서 미리 말씀해 주셨다. 그냥 바로 고소나 고발을 하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 우린 그냥 한통속입니다 공무원의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모든 매체와 신문을 다 뒤져 보았는데 내가 고발이나 고소당했다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인들도 다 몰랐다고 했다. 설마 다 안다고 하더라고 확인 사살은 용서되지 않는다.
세상은 사람을 T나 I로 양분하지만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성격장애이다.
황망한 노망이 나를 끌고 가기 전에 실어증을 앓고 싶어진다.
죽음의 신이 와서 질긴 아카시아 나무뿌리처럼 내 심장을 뜯어갔다. 아틀라스처럼 하늘을 들고 죽어가는 여름밤이다. 아니, 꿈이다.
그냥 쓴다. 아파서 쓰고 또 쓴다. 쓰디쓴 삶을 쓰고 또 덧칠한다. 여름이 가는 것도 가을이 오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 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