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금요일 밤에 자차로 오색으로 이동,
토요일 새벽 3시에 산행을 시작해 오색~대청봉~귀때기청봉~장수대 코스를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차저차 출발이 미뤄지고 눈좀 붙이고 가자 싶어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토요일 아침 7시... -_-;;;
에잉~ 요즘 미세먼지도 많은데 그냥 방콕이나 하자 싶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대기가 근래 보기 드물게 깨끗하네요.
그럼에도 어차피 설악에도 못가는거 계속 밍기적대다가...
며칠후 여기저기서 올라올 화창한 날씨를 뽐내는 산행기들 보면 분명 후회할것 같아 뒤늦게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설악을 가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으니 목적지를 오대산으로 급변경, 고속도로에서 석탄일 연휴 정체에 발목이 잡혀
1시 30분에야 상원사에 도착,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상원사, 사자암, 적별보궁을 두루 구경한 뒤 느긋하게
오른 오대산 정상에서 뒤늦은 산행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동쪽으로 노인봉, 황병산이,
남쪽으로 두타산, 태백산이,
서쪽으로 용문산, 화악산이,
그리고 북쪽으로는 설악산이 아주 가깝게 보이는데 귀때기청봉 좌측 뒤로 미지의 능선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저 방향으로, 저 높이에 있을 산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금강산 비로봉입니다. 도상거리 103㎞ 입니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너무나 멋진 조망을 즐겼기에 혹 일요일 날씨는 어떤가 검색해보았습니다.
헐~ 미세먼지가 '보통'도 아니고 전국이 '좋음'입니다. 5월에 이게 웬일이냐 싶습니다.
풍향을 살펴봅니다. 역시나 '남동풍'입니다. 맑고 미세먼지를 날려보낼 남동풍이 예보된 일요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조망을 즐기기에 최고의 날씨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집에 간다고?
오랜 시간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룻밤 더 머물고 계획했던 '오색~대청봉~귀때기청봉~장수대' 코스를 밟아보기로 합니다.
오대산에서 내려와 월정사까지 마저 구경하고는 진부로 나와 씻고 먹거리 준비한 후 찜질방으로 가려다
사람 많은 곳에선 잠을 못잘것 같고 2시엔 일어나야되는데 알람 울리기가 좀 거시기하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챙겨온 침낭도 있으니 찜질방 대신 대관령휴게소에서 차박모드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몸은 피곤한데 잠자리가 불편하니 잠이 안옵니다. 그냥 눈만 감고 있다가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오색으로 출발합니다. 오색으로 가는 길에 오색입구에 등산객들을 내려주고 양양쪽으로 내려오는 수십대의 산악회버스와 마주칩니다.
봄철 입산금지기간이 끝난 이후 첫 주말, 설악을 갈구하는 많은 분들이 오색으로 몰려드신것 같습니다.
3시 30분 오색 도착, 등산로 입구 아래쪽 그린야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색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다들 올라가셨는지 십여명 정도의 등산객들만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간만의 야간산행 모드로 무장하고
대청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앞서가는 몇몇분들을 추월하며 설악폭포까지는 어찌어찌 갔습니다. 그런데 설악폭포부터 컨디션 급하강입니다..
거의 2달만의 산행인데다 전날 오대산에 올랐고 거기에 잠 한숨 못잤더니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졸음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잠깐 앉아서 눈좀 붙이고 갈까 싶다가도 영상 3~4도의 낮은 기온에다 바람까지 몰아치니 추워서 도저히 쪽잠을 잘수도 없습니다.
졸려죽겠고 추워죽겠고 진퇴양난입니다. 결론은.....이리쿵~저리쿵 졸면서 걷습니다. -_-;;
와~ 몸이 힘드니 오색~대청 오름길이 이렇게 힘들었나 싶습니다.
예전에 여유롭게 3시간 30분 정도걸렸던것 같은데
어찌된게 그 사이 등산로가 가래떡처럼 늘어난간지 가도가도 정상이 나올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 사이 수십여명이 저를 추월해 올라가십니다. 물론 저도 추월하긴 했습니다.
아주 연로하신 두분의 어르신들을 말입니다... -_-;;;
결국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오색에서 출발한지 4시간 35분만에야 겨우 설악산 대청봉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암튼 힘들게 올랐지만 2004년 백두대간 종주 이후 14년만에 다시 찾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기대했던대로 전날과 같이 금강산 비로봉을 포함한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청봉에서 멋진 조망을 즐긴 후 하산 코스를 급변경했습니다.
서북능선은 컨디션이 좋은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코스인데
몸상태 최악인 상황에서 귀때기청봉을 지나 장수대로의 하산코스는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이야기였습니다.
하행길은 초행길인 백담사코스로 결정하였습니다. 소청카페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며 커피도 한잔 하고
봉정암에서 스님 자재 옮기는 일도 좀 도와드리고 맛난 절밥 먹은 후에 사리탑에서 기도도 드리고...
천불동계곡 못지 않은 구곡담계곡의 풍광을 즐기며 백담사로 내려오는데 아킬레스건에서 통증이 옵니다.
등산 오래 다녔지만 이런 통증은 처음입니다. 다리 질질 끌며 가도가도 나오지 않을것 같은 백담사에 어렵사리 도착합니다.
백담사 해우소에서 볼일을 보며 셔틀버스 시간을 검색해보니 17시가 막차랍니다. 헐~ 시계를 보니 17시 3분입니다....왓더~~
욕나옵니다... 7km를 더 걸어가라구? 때려쥑여도 더는 못가겠습니다. 그런데 문득... 백담사 경내를 거닐던 십수명의 관광객들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들은 뭐지? 검색창을 다시 열어봅니다.....아래쪽으로 창을 내려봅니다.....
휴~~ 지난 주말까지 셔틀버스 막차가 17시였고 이번 주말부턴 막차가 18시로 변경된다는 군요...
끊고 나오려던 응가를 마저 마무리 하고 해우소를 나와 백담사 경내를 구경합니다.
이곳이 전두환.....................................................................................아니 한용운님이 계셨던 백담사구나....
예전에 산악회 선배님이 5공 시절 전두환 반대 데모하다가 강제로 군에 끌려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백담사에서 전두환 경비를 서줬었다고....
참말로 *같았지만 대신 말년에 군화 신고 설악산은 신나게 누비고 다녀서 그건 좋았었다네요..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 입구로, 거기서 다시 1km를 걸어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원통으로, 원통에서 다시 오색으로 이동.
차를 회수하여 양양~서울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순간적으로 눈에 촛점이 흐려지는......졸음운전의 전조현상을 몇번 겪고는
내린천휴게소에 들러 눈좀 붙인다는게...눈을 뜨니 월요일 새벽 5시 30분.
으갸갸갸갸갸갸~~~~~~~~~~~~
엑셀레이터 밟은 발꼬락에 평소보다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가며 집으로 향합니다.
첫댓글 이거 죽이는 그림이군 그래
직접 보시면 더 죽여줍니다. ^^
조망도가 언제 올라올까~~~?
은근 기대되는데 목빠지는것 아니것쥬~~ㅎ
좀 무리(?)했더니 몸이 말이 아니라
아직 사진 정리도 못하고 있습니다만
기막힌 조망도 두편이 완성되리라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이거 실화냐?'
기가 맥혀요 기가~~
약간 옛날 말로 '레알'입니다. ^^
2015년 신선봉에서 본 향로봉과 금강산인데~~~
운해가~~~ 운해가~~~ 장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