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재거(勿忘在莒)
거에 있었음을 잊지 말라는 말로 즉 어려웠을 때를 잊지 말고 항상 경계하라는 뜻의 물망재거(勿忘在莒)는 사기(史記) 전단열전(田單列傳)에서 볼 수 있다.
물망재거(勿忘在莒)라 씌어진 장개석 총통의 친필로 된 돌비가 중국 대륙과 타이완(臺灣) 사이에 있는 진먼다오(金門島) 요새 위에 있는데 거에 있었음을 잊지 말라라는 무슨 뜻일까?
전국시대 연(燕) 나라의 소왕(昭王)은 전날 제(齊) 나라에 패한 원한을 풀려고 제후들과 손잡고 제 나라를 공격했다.
제 나라는 연 나라 군사에게 수도를 점령당하고 민왕(緡王)은 산둥성의 거로 피했으나 초 나라의 장군 도치(悼齒)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거 사람들은 아들 법장(法章)을 세워 왕으로 삼았으나 제 나라 내부의 결속이 무너져 버려 제 나라의 성은 잇달아 함락되고 오직 거와 즉묵(卽墨) 두 성만이 남게 됐다.
이 때 거로 피한 제 나라 사람들이 모두 전단을 사령관으로 삼을 것을 추천했다.
연 나라가 침입할 때 전단은 자기 식구들에게 모든 수레바퀴의 굴대를 가죽으로 씌우게 해서 다른 이들이 패퇴의 혼란 속에서 수레가 망가져 낭패를 볼 때 안전하게 식구들을 보호할 수 있었으며 이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식견을 높이 산 것이다.
제의 사령관이 된 전단은 먼저 계략으로 연 나라 장군 악의(樂毅)를 실각시키고 무속인을 동원해 자기의 등장이 하늘의 뜻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믿고 따르도록 만들었다.
그런 연후에 사졸들과 노고를 같이하고 자기 아내와 첩도 대오에 끼워 함께 수고하게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으로 부하들과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제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한 전단은 연나라 군막에 밀사를 파견해 거짓으로 항복하자 거짓 항복 소식에 속은 연 나라 군사가 승리에 취했을 때 전단은 꼬리에 불을 붙인 소 500마리를 성 밖의 연 나라 진영으로 몰아 나갔다.
이른바 화우지계(火牛之計)로 당황한 연 나라 군사는 지리멸렬하여 패퇴하고 이후 제 나라 군사는 도처에서 연 나라 군사를 격파해 순식간에 빼앗겼던 70여 성을 모조리 탈환했다.
승리한 군사는 거에 있던 법장을 모셔다가 제 나라를 다시 일으켰고 이후 제 나라에서는 국왕이나 지배층이 해이(解弛)할 때마다 물망재거(勿忘在莒)의 교훈을 거론했다.
진먼다오(金門島)에 세워진 돌비는 결국 ‘국부(國府)는 이제 타이완과 그 주변의 작은 섬에 묶여 있지만 결국 제 나라가 그러했듯이 대륙을 회복해야만 하고 한시라도 대륙 회복의 염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에는 이런 고사(故事)들이 수 없이 많으며 이런 고사를 인용함으로써 간단하면서도 요령을 얻을 수 있는 설명이 가능하게 돼 있다.
물망재거(勿忘在莒)도 그렇지만 자기 나라의 역사를 잘 아는 중국인에게는 그 뜻이 쉽게 와 닿고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한자
勿 : 말 물, 忘 : 잊을 망, 在 : 있을 재, 莒 : 나라이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