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그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짬뽕'하리라
비오는 날에도 생각나고 술 마신 다음에도 먹고 싶으며 왠지 얼큰하고 시원한 것이
땡길 때도 식사 메뉴로 고려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짬뽕이다.
해산물이 내포하고 있는 시원함과 입안을 즐겁게 채워주는 화끈한 불 맛,
식욕을 자극하는 얼큰한 매운 맛을 싫어할 한국인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한국인의 취향에 딱 맞는 짬뽕?!
중국집에서 우리는 늘 같은 고민에 빠지고 중화요리의 양대 산맥인 짬뽕과 자장면
사이에서 힘든 선택을 한다. 한국은 유난히 짬뽕을 사랑한다.
짬뽕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는 거리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각각의 개성만점
짬뽕을 내걸고 짬뽕만을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짬뽕 전문점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프랜차이즈로 전국 곳곳에서 그 맛을 알리고 있는 곳들도 있고
단일매장으로 사람들을 줄서게 만드는 곳들도 있다.
이는 짬뽕이 한국의 식문화에 보편적으로 깔려있는 국물 문화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이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전국 5대 짬뽕, 3대 짬뽕, 대구 5대 짬뽕 등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맛있는 짬뽕을 맛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짬뽕 투어를 떠나는 이도 적지 않으니 짬뽕은 한국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운 메뉴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짬뽕’하리라
짬뽕은 일본에서 개발된 중화요리로 메뉴명은 일본, 조리법은 중국식임을 찾아볼 수 있다. 채소와 해물을 볶다가 육수를 넣고 면을 첨가하는 조리법은 중국 조리기구인
웍(wok)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짬뽕에서 맛볼 수 있는 불맛은 바로 이런
조리방법을 통해 짬뽕에 스며든다고 할 수 있다.
짬뽕은 1899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나가사키는 일본 최초의 개항지로 해외문물을 들여오는 창구 역할을 했다.
당시 이 항구에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과 일하던 노동자 등 중국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천핑순이라는 화교가 <시카이로>라는 중화요리점을 운영했다. 그는 푸젠성 출신으로 음식도 당연히 고향 음식을 선보였는데 그곳에서 즐겨먹던 탕육사면에서 고안해 고기 육수에 해산물, 자투리 고기, 양배추 등을 넣어 국수를 만들었다. 이 메뉴는 싸고 맛있을 뿐더러 양 또한 푸짐해 소문이 나면서 화교뿐 아니라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나가사키짬뽕의 시작이다.
한국에는 일제시대 때 서로 교류하면서 전해졌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국식 짬뽕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제물포의 중국인들이 리어카에 화로를 싣고 다니면서 채소를 즉석에서 볶아 국물을 넣어 만든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짬뽕’이라는 말을 서로 다른 것을 뒤섞는다는 새로운 뜻으로 사용하게된 것도 짬뽕에 여러 가지 식재료가 한데 섞여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짬뽕의 어원에 대한 유래도 흥미롭다. 맨 처음 일본 나가사키 짬뽕을 선보인 천핑순은 당시 끼니가 최고의 화두였기 때문에 첫인사로‘밥 먹었니?’라는 뜻의 중국어인‘츠판’을 고향인 푸젠성 말로‘샤뽕(吃飯)’이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뜻을 알 리 없는 일본사람들은 이 말이 메뉴명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짬뽕은 육해공이 어우러져 있는 형태인데
일본 마츠리에서 징과 북으로 연주하는 소리가‘잔폰 폰잔’으로 들려 징과 북의 소리가 마구 섞여있는 것에 빗대어‘잔폰’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잔폰은 일본에서 뒤섞이거나 번갈아 하는 일을 지칭하는 형용사로 쓰인다. 결국 발음도 한국인스러운 짬뽕은
잔폰에서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짬뽕은 한·중·일의 메뉴가 기막히게 뒤섞여 탄생한 음식이다. 각자의
식성과 입맛에 맞게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최근 서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각국의 짬뽕을 세 나라가 모두 맛있게 즐기고 있는 형태가 되었다. 이쯤 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짬뽕했다’고.짬뽕도 세월을 비켜갈 순 없다!
메뉴의 퓨전화는 어느 종류의 음식할 것 없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짬뽕도 예외는 아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퓨전 짬뽕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 곳은 크림 짬뽕, 맑은 짬뽕 등 신개념 짬뽕을 피자와 함께 메뉴로 구성하고 있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오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며 젊은 고객층의 선호를 받고 있다. 보통 짬뽕은 뜨끈해서 매운 맛을 상승시켜주지만 발상의 전환을 달리해 차가운 얼음을 동동 띄운 일명 짬뽕 냉면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또한 한국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운 맛인데 짬뽕에 매운 맛의 단계를 조절해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는 곳들도 많다. 빈 속, 임산부, 노약자, 고혈압, 위염, 컨디션이 안
좋은 사람은 매운 짬뽕을 주문하지 말라며 책임지지 않겠다는 문구도 걸어 놓고서
말이다. 얼마나 매운지‘완뽕(짬뽕한그릇을완전히다먹은것)’한 사람을 그 가게 명예의 전당에 사진을 찍어 올려두는 곳도 있을 정도.
웰빙 트렌드가 한국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짬뽕에도 건강 요소를 더하기도 한다.
뽕, 우리밀 등 면에 차별화를 둬 맛은 물론 웰빙을 지향하는 고객의 니즈에 소구한다. 또한 빨간 국물의 짬뽕이 보편화되어 있는 짬뽕 시장에 백짬뽕이 등장해 획일화되어 있던 짬뽕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도 했다.
라면업계에서도 짬뽕은 히트 아이템이다. 일본 짬뽕을 한국인에 맞게 레시피를
변화해 판매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도 하고 한국 짬뽕도 해산물의 시원한 맛을 살려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다.
오랜 시간 들이지 않고 컵라면으로도 꽤 만족할만한 짬뽕을 즐길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짬뽕이 중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조금씩 각국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거듭해온 것처럼 한국 안에서도 현재 입맛에 맞춰 변신하고 있다. 짬뽕은 우리에게 먹는 재미와 즐거운 상황을 연출해주고 있다. 앞으로 짬뽕이 어떻게‘짬뽕’되어 어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지 기대된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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