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책상 위 풍경입니다.
어제(2011년 10월26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파트 자전거 세우는 곳,
항상 제비 자전거 세우는
그 자리에 자전거를 세우는데
항상 제비 자전거 옆에 세워 두는
꼬마 자전거 뒤바퀴 밑에,
제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제비통신40호, 2011년10월12일)했던
바로 그 묵주 팔찌가
떨어뜨려진채 바로 그기 그 자리에
잃어버린채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아, 정말 반갑고 기뻤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 자색 묵주 팔찌를
나무 묵주에 매달았습니다.
제비 그 묵주를
제가 그렇게 잃어버려놓고
그 묵주 좋아하는 제비 외손자
생후 11개월짜리
이언호 알베리오네가
그냥 꿀꺽 삼킨 거로 치고,
찾기를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보름만에
그 묵주를 자전거 세우면서
다시 찾은 겁니다.
제비, 여태껏 살면서
항상 남 탓만 하고
제 탓하기를 정말 잘 안 했습니다.
제비, 천주교 세례를 받고
10 여년이나 지났어도
남 탓만 잘하고 제 탓은 거의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은
그 묵주가 증명하듯이
제 탓으로 잃어버린 것
너무나 확실합니다.
외손자 땅콩이
그냥 꿀떡 삼키지 않은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손주 아기에게 덮어쒀었던
그 잃어버림(상실, 이별, 작별, 혹은 그리움)을
확실하게 제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비 꼭 제 탓부터
먼저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묵주 뒤에 있는 것은 제비 핸드폰,
그리고 한 해동안 머물렀던 츄쿠바 도시의 상징인
부엉이(미네르바, 지혜의 여신, 새벽의 여신) 향불촛대,
제비 부부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셨던
야지마 선생이 선물로 주었던 그 부엉이 향불촛대,
그리고 제비 좋아하는 찻 잔 두 개입니다.
제비 마치 수호신이니 부적처럼
그것들을 책상이나 몸 가까이 두고 살아갑니다.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간추리고
평상심(平常心)으로 되돌아가면서 다시 한번
가만히 내탓이오 말해 봅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