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구
풀뿌리문화연구소(대표), 전통예술평론가, 민속학자, 예술경영학박사(명),
세종문화회관 공연본부장(전), 한국국제예술원(교수역임),
(사)한국전통춤협 상임위원, 한국예인열전(제작자)
우리민속에나타나는운율, 시詩이야기(5)
-<꼬리잡기>
이 놀이는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선 놀이 대열에 맨 끝 어린이를 잡아떼며 논다 하여 〈꼬리잡기〉, 〈꼬리따기〉라 하고 지방에 따라서 〈닭살이〉, 〈문쥐새끼놀이〉, 〈기러기놀이〉, 〈쪽제비놀이〉라고도 한다. 또한 맨 끝 닭을 잡는다는 데서 〈계포鷄捕〉, 일렬로 늘어선 대열의 맨 끝 애를 귀신이 잡아간다는 데서 〈백족유百足遊〉라 하기도 한다.
놀이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두 패로 나뉘어 한패의 우두머리가 상대 패 대열의 맨 끝 사람을 잡는 방법이 있고, 둘째, 술래 하나를 정해 놓고 술래가 대열의 끝 사람을 잡는 방법, 셋째, 대열의 맨 앞사람이 자기 대열의 끝 사람을 잡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 방법은 매우 단조로운 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활기에 넘쳐서 더 널리 행해진다.
첫 번째 방법은 흔히 〈수박따기〉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둘씩 마주 보고 서서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진 사람은 진 사람끼리, 이긴 사람은 이긴 사람끼리 편을 가르는데, 한편은 20∽30명씩이다. 각 패의 우두머리가 맨 앞에 서고, 키 크기에 따라 앞사람의 허리띠를 잡고 한 줄로 늘어선다. 놀이가 시작되면 〈아리랑〉이나 〈강강술래〉 같은 노래를 합창하면서 빙빙 돌아간다. 양쪽의 우두머리가 나서서 어느 편이 먼저 수박을 딸 것인지 정한다.
먼저 따게 된 쪽의 우두머리가 늙은 할머니 흉내를 내면서 “할멈 계신가?” 하고 묻는다. 상대편이 합창으로 “왜 왔습니까?” 하면 “수박 따러 왔지”라고 대답한다.
이때에 벌어지는 문답은 노래조로 되풀이되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오고 간다. 수박을 따겠다고 나설 때마다 이쪽에서는 “수박이 이제야 겨우 망울이 맺혔으니 내일 모레 오시오”, “이제야 겨우 사발 만하게 자랐소”,“동이만큼 커 졌소” 하는 식으로 딸 시기를 미루어 나간다.
이때마다 두 패는 각기 노래를 부르며 마당 한 바퀴를 돌고 나서 한쪽 우두머리가 다시 나타난다. 마침내 “이제 다 익었으니 따가시오” 하는 소리에 놀이는 절정에 이른다.
이에 공격하는 쪽의 우두머리는 혼자 활동하지만 이를 막는 쪽 우두머리는 자기 뒤에 대열을 달고 있어야 하므로 자유롭게 활동을 못한다. 또한 막는 쪽의 우두머리나 그 대열 꼬리에 달린 아이의 역할이 중요한데, 막는 쪽의 우두머리는 자기 뒤에 달린 아이를 하나도 떼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대열을 잘 이끌어야 하지만, 긴 대열이 한 번에 움직이기 힘이 들어 꼬리는 미리 짐작하여 재빠르게 피해 다녀야 한다.
이때 행동반경을 지나치게 크게 잡으면 그만큼 반대쪽으로 피하기 어려워, 대열에 균형이 무너지므로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위 바위 보로 술래인 ‘귀신’ 한 사람과 대열의 머리인 ‘어미’와 꼬리인 ‘새끼’를 정한다. 귀신으로 하여금 꼬리에 있는 새끼를 잡는 방법으로, 대열의 앞에 있는 어미는 귀신의 꼬리에 있는 새끼를 잡으려 할 때 양팔을 벌려 이를 막는다. 귀신이 끝의 아이에서부터 차례로 어미 혼자 남을때까지 잡으려 애를 쓴다. 만일 어미의 새끼를 디 잃으면 귀신 역을 맡은 아이가 이기게 된다. 이 놀이를 제주도에서는 〈기러기놀이〉라 하며 음력 8월 밤에 행한다.
세 번째 방법은 앞 사람의 허리를 껴안고 일렬로 늘어선 대열의 맨 앞 사람이 맨 끝의 어린이를 잡아떼는 놀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전남지방의 〈닭살이〉, 〈문쥐새끼놀이〉와 충남의 〈족제비놀이〉가 있어 이것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전남의 해안지역에서는 〈강강술래〉를 할 때 이 놀이를 하는데,〈강강술래〉에서 덕석풀기를 한 후 서로 손을 잡은 채 일렬이 되면 선소리꾼이 “문쥐새끼 잡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일제히 앞사람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허리를 굽힌다. 그러면 선두는 재빨리 되돌아서 끝 사람을 잡으려고 쫒는다. 그러나 놀이하는 어린이 모두가 허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선두가 이들을 이끌고 맨 끝 사람을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마침내 끝 사람이 잡히면, 잡는 데 수고한 대가로 목을 태우고 “잡았네, 잡았네, 문쥐새끼를 잡았네, 콩 하나 팥 하나 땡겼드니, 콩차두 팥차두 되었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다닌다.
또한 이 놀이를 할 때에는 〈강강술래〉나 〈아리랑〉 같은 민요 외에도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나이나 그때그때의 계절에 따라 자기 지방의 특징적인 민요들을 부르게 된다.
〈민요〉
*《한국 전래 어린이 노래》(최상수, 웅진출판주식회사. 1989)에 보면 이 놀이를 할 때
술래와 꼬리가 처음 〈꼬리잡기 노래〉라는 것을 주고받은 뒤에 하는데, 노래는 다음
과 같다.
〈꼬리잡기 노래〉
술래 꼬리야-꼬리를 보고- 너 잡어 먹겠다
꼬리 아파
술래 아픈 대로
꼬리 피나
술래 피나는 대로
꼬리 고름 나
술래 고름 나는 대로
꼬리 아무케나
* 북녘의 《조선의 민속놀이》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들이 실려 있다.
〈초생달〉
달아 달아 초생달아
어디 갔다 인제 왔노
새 각시의 눈썹 같고
늙은이의 허리 같다
달아 달아 초생달아
어서 어서 자라나서
거울 같은 네 얼굴로
두루두루 비쳐 돌아
울 어머니 자는 창에
나와 같이 비쳐 주고
울 오랍시 자는 방에
나와 같이 비쳐 주고
우리 형님 자는 창에
나와 같이 비쳐 주고
우리 동생 자는 방에
내 간 듯이 비쳐 주고
거울 같은 네 얼굴에
우리 동무 다 비쳐라
〈옥동춘아〉
춘아 춘아 옥동춘아
너 집으로 구경 가자
앞뜰에는 꽃밭이요
꽃밭에는 나비 놀고
뛰 뜰에는 연못이요
연못 가운데 초당 보게
초당 문을 펼척 여니
이쁜 색시 앉았길래
분을 주련 연질 주련
분도 싫고 연지도 싫고
나무 안경 주십시오
* 《언문조선구전민요집 諺文朝鮮口傳民謠集》(김소운, 민속원, 1989)
꼬리야 너 잡아 먹겟다
압하 압흔 대로
피나 피나는 대로
고름나 고름 나는 대로
아무케나
〈황해도 안악 지방〉
장잠아
우-애
암 남산으로
도토리 또 먹으러 갈-가
써서 실어
뒷동산으로
감살따먹으러 갈-가
입빨압파 실여
그럼 난 너 잡아먹겟다
피나면 엇덕카고
말구
잡아먹을테면 잡아먹으렴
어느편으로
왼편으로
둥글때 둥굴때 둥굴때
둥굴때
〈황해도 은율 지방〉
마구할미 왓소
어데서 왓소
석대산서 왓소
엇드케 왓소
조구대갈먹다 목걸녀
수박따러 왓소
그러면익은수박 하나따소
이수박익엇소 으-햐
〈평남 대동 지방〉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깡깡대굴 까먹다가
목걸녀서
수박사러 왓소
수박밧갈너
이제사 갓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심으러
이제사 갓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남기
이제야 낫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옷네
수박꽃 한나
이제야 퓌엿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 한 개
이제야 매첫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 이제야
주먹만 햇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 이제야
대굴만 햇소
마마절사
엇던 놈이요
그제왓든 그놈이오
무엇하러 왓나
수박사러 왓네
수박 이제야
동이만 햇소
그러면 되엇네
뜩-
〈평남 강서 지방〉
할멈할멈 문열게
떨-걱
개쫏게 요개
수박하나 따가게
〈강원도 원주 지방〉
이런 노래들을 놀이하는 아이 다 같이 합창을 부른다. 그러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노래를 중지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꼬리잡기는 많은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활기찬 놀이로서 어린이들의 민첩성을 기르는데 좋은 놀이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