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녕 하 _ (시인, 문화평론가)
개발도상국에서
지도자가 된다는 것
한 세상 사는 동안 리버럴한 비평적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왔다 해도, 반만년 혈통으로 이어져온 역사전통문화예술에 녹아있는 민족적 DNA에 자긍심을 느낀다면,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함에도 이 같은 정신승리를 보수 꼴통이라고 폄훼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사리 판단을 할 줄 알고,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았을때, 21세기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를 대척점에 놓고 있던데, 그 기준과 경계선은 누가 정했고 그 판단에 따르는 그들은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여 천칭天秤 관리자 가라사대, 나이는 5천 살 씩이나 먹어가지고, 알 권리, 쉴 권리 다 챙겨 먹으면서, 왕위를 계승하던 조선의 성리학보다 더 우월하다는 삼권분립 제도까지 잘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백성들 정신 연령은 아직도 미성년자 꼴이구나!
두루 장터를 살펴보니, 금척金尺을 속이느라 저울 추錘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는 저 인간! 아연실색하여… 누구인고? 네 속셈이… 내게 밝혀 보려무나! 네 행동을 보니 너를 믿어야 할지, 저울 추[權]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할지, 당장 회수해야 할지 헷갈리는구나!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는 있느냐! 그리해도 된다고 허락한적 없는데, 네 어찌 그리하는가!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느냐!
내가 설마 치매라도 걸린 건가? 너 혹시 민주가 뭔지도 모르는 것은 아니냐? 진보가 무언지, 보수가 뭔지 정말 알고 있느냐?
종교적 신념, 사상적 믿음, 세간의 말장난에도 정도가 있느니라. 어린 백성들을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 깊은 뜻을 백성들이 몰라준다고 해도, 첨단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방편 상으로 ‘명목상의 민주’가 필요했다면,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단군 할아버지가 네 조상이 맞겠지?
단군도 내 식구이니, 보수와 진보는 태생적으로 본래 한 식구니라! 식구끼리 싸우면 손해니라. 당부하노니, 이산가족 또 만들지 말거라! 드센 애들 키우다 보면, 큰아들 생각도 옳고, 막내 주장도 들어줄만 하다고 끄덕여줘야 하니라! 그나마 먹고 살만해졌을 때 광주리 엎지 말고, 백성들을 도닥도닥 달래가며 살아가도록 하여라!
장사에도 상商 도의가 있듯이, 전쟁도 도적질도 도의가 있느니라. 전쟁은 명분을 만든 다음 선전포고를 하고, 도둑질은 야밤에 몰래하는 것이 기본이니라.
따라서 도둑질을 벌건 대낮에, 비밀번호 안다고, 현관문 활짝 열어 제치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 도둑 아닌 척! 폼까지 잡으며 ‘제 나라 제 집 털어먹는 짓’은 파렴치, 양아치에 불과하니라. 오죽이나 못났으면, 제 집 털어먹고 잘난 척 할까!
부정부패도 몰래 하다 걸리거나 해야 탐관오리貪官汚吏 정도이지, 대놓고 저지르면 패역悖逆, 반역反逆, 역적逆賊이 되느니라. 더욱이 공직자 신분으로 이 반열에 오르면 이 세상에서는 땡 끝 이니라! 오욕汚辱이 증빙문서, 훗날 역사歷史로 남아 안 지워지니, 이 짓만은 절대 해선 아니될 것이니라.
그러나 때론 불운에 들었거나 타고난 팔자가 더럽거나 하여, 산적 소굴에 빌붙어 살게 돼, 그저 밥만 해줬다 해도, 부역에 해당되느니라! 처해졌던 상황이 분하고 억울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그만큼만, 어쩔수 없이 용서를 빌어야 마땅하느니라. 까닭은 그 밥도 못 얻어먹은 사람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니라.
이것이 자연自然의 철칙이니라. 자연은 절대 빚 놓은 것을 잊지 않느니라.
진정 백성을 위한 일을 하겠다면, 그 길은 고통스런 가시밭길 이니라!
개발도상국에서 지도자가 된다는 것!
대륙세력에 시달리면서, 해양세력에 영합하면서, 외세의 잠식에 쩔쩔매면서, 나라를 살려내기 위해, 미숙한 백성들 굶기지 않기 위해, 밤 잠 설치며, 언론에 화풀이 한 번 내보지도 못하고, 참 해먹기 힘든 3D 직종 중에서도 최상급이니라.
그리하여 되새김질 해보면 해 볼수록 참 기막힌 참언讖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약속은 다 못 지켰지만, (의도적)거짓말 한 적 없다”
지도자 선택에 마음 졸일 때, 지성知性을 엿 먹이는 교언巧言!
“오직 국민을… 위하는 척!”
“민주 발전을… 위하는 척!”
지네들이 무슨 예수, 석가, 성인이나 된다는 것인가! 하기야 특권이 단군을 능가하니!
정치의 본질은 태생부터 매직쇼이다. 이를 현실 세상에 적용하면 ‘네다바이’가 된다. 따라서 우선 정신승리 부터 안겨줄 줄 알아야 능력 있는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된다.
그리하여 극장 간판이 참으로 거룩하게 칠해진다.
홍위병을 앞세워 나라를 패대기친 ‘문화혁명’처럼, 또는 스탈린을 앞세워 철의 장막을 친 ‘공산주의’처럼, 처녀가 애를 낳고 죽었다 살아났다고 인류를 세뇌시킨 ‘천국행’ 종교처럼, 냇물에 떠내려 온 오이를 먹고 태어난 아이가 왕이 됐다는 ‘건국신화’처럼, 왜곡과 선전선동은 거룩하게 잘 꾸릴수록 길이 역사에 남는다.
이를 자질, 능력으로 치부하는 오늘날, 그리하여 성스런 혈통을 창작했거나, 전쟁을 일으켜 대량살상 참극을 저질렀거나, 부지런한 백성을 무상복지 무상분배로 현혹했거나, 풍각쟁이와 떼거지를 앞세워 대중大衆을 다수결로 굴복시켰거나, 법리法理를 쥐락펴락 하는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 아사리 판국에서도 자연과 공명하는 초인超人이어야 하는지…
‘개발도상국에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진정 태생적 기질氣質을 타고난 사람에게만 허용된 극한 직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