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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탈대학네트워크 고등어 원문보기 글쓴이: 슴두
interviewee소개
이름은 최나눔. 경남 산청 외송리에 위치한 간디학교라는 대안고등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고삼학생이다. 인터뷰를 하러 학교에 이 친구를 찾으러 갔을 때에는 밴드연습실 컨테이너 박스에다가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 졸업작품이나 논문을 발표해야하는데 졸업을 앞둔 방학이라 급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업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이리저리 피하면서 찍지 말란다. 누추한 작업복도 이유겠지만 씻지 않은 듯한 꾀죄죄한 머리와 얼굴 때문인 것 같았다. ‘하긴, 저 정도면 찍어서 좋을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인터뷰의 생명은 사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인터뷰와는 관계없는 사진들을 이곳저곳에서 찾아봤다.
학교 선후배면서 또 친한 친구사이라서 편한 말로 인터뷰를 풀어보았다.
interviewer: 자기소개를 좀 해줘.
나눔: 산청간디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열아홉살. 최나눔.
interviewer: 끝이야? 취미나 특기 이런 거 없어?
나눔: 어... 드럼이나 기타치는 거를 좋아하고 노래부르기를 좋아하고 어... 신문 읽으려고 노력하고.
interviewer: 마지막 건 취미나 특기는 아니지. 그래, 어디에 사는 지가 빠졌다.
나눔: 경남 산청 둔철산에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interviewer: 아, 원래는 거기 안살았어?
나눔: 응, 원래는 충북제천. 완전한 촌년이야. 촌을 벗어난 적이 없지. 내 프라이드야
interviewer: (웃음) 여기는 왜 오게 됐어?
나눔: 엄마아빠가 귀농해서. 닭을 키우고 있지.
interviewer: 귀농하기 전에 제천에선 뭐하셨는데?
나눔: 제천에선 아빠 시멘트회사 다녔어
interviewer: 너 중학교도 대안학교 나왔지, 어디야?
나눔: 산청간디마을학교
interviewer: 중학교 그 어린나이에 대안학교는 어떻게 가게된 거야?
나눔: 그냥 엄마가... (웃음) 아,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건가?
interviewer: (웃음)솔직하게 말해 솔직하게 꾸며내지말고.
나눔: 엄마가 가라고도 했지만 집근처에 있었기도 했고 일반학교 가면은 내가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아서..
interviewer: 대안이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었어?
나눔: 몰랐지, 몰랐는데 그냥 좀 공부랑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우리 오빠도 대안학교 나왔고,, 그래서 갔지.
interviewer: 그러니까 자의적인 것 보다는 약간 상황에, 어쩌다보니 그렇게 갔다는 거지?
나눔: 아니, 상황보다 오빠가 먼저 대안학교를 갔잖아 근데 내가 엄청 오빠를 동경했단 말야? 난 사실 마을학교보다 제천간디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이 크긴 컸는데 그래도 뭐 집 가까우니까 거기 가긴 갔지.
interviewer: 대안학교 다녀보니까 좋은 거 같애??
나눔: 몰라, 일반학교 안다녀봐서 잘 모르겠는데 나는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어. 나는 학교 다니는 게 재밌고 행복하게 느꼈는데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interviewer: 어린 맘에 별로 아쉬운 점은 없었어? 일반학교에는 친구가 많잖아.
나눔: 여기도 친구 많은데,,, 아, 나 초등학교 친구들 별로 안좋아해. 초등학교 때 왕따당했었거든.
interviewer: 왜??
나눔: 그때 여기로 이사오고 내가 학교에서 서울말 썼거든. 우리엄마가 서울사람이고 아빠도 사투리를 안써서. 그리고 덩치도 컸어. 초등학교 때 키랑 지금 키랑 별 차이 없었거든. 그래서. 아직도 만나긴 하는데 별로 안좋아해.
interviewer: 그럼 지금도 제도권학교 안간 거에 대한 아쉬움은 하나도 없어 ??
나눔: 음,, 아니,, 요즘에 좀 그런 생각이 드는데..그냥 기본적인 지식들 있잖아, 상식이나 그런 것들이 공부가 안 되어있으니까. 더 심도 있는 공부를 못하겠더라고. 기본이 안 되어있으니까. 기본부터 다시 하는 게 좀 힘들지. 그래서 제도권학교에 진학했으면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interviewer: 제도권학교에서는 그런 거를 이해한다거나 필요로 인해서 하는 것보다는 무작정 외우는 경향이 있잖아.
나눔: 그래도 그런식으로라도 공부하면 ...(웃음)... 아닌가? 미인가 중학교가 요즘 좀 드는 생각이 그게 과연 중학교 애들 능력에 맞는 시스템인가 의문이 들어. 우리는 3년 내내 자주학이라 해서 자기주도 학습을 했거든. 일반적인 수업 같은 게 나 3학년 때 처음 생겼고. 그러다보니까 필수교과를 제외하고서는 다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였단 말이야. 중학생들한테 너무 큰 걸 기대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어.
interviewer: 별로 공부를 안 해?
나눔: 나 하나도 안했어. 그냥 놀고 놀고 놀고
interviewer: 너 말고 다른 애들은(웃음) 똑같아?
나눔: 어, 거의? 그래봐야 문제집 푸는 애들밖에 없었어, 공부 한다고 해도. 나도 뭐 역사공부정도 밖에 안했고.
interviewer: 공부를 하려고 하면 다 그냥 제도권식의 공부를 한 거네? 자기주도 제도권학습.
나눔: (웃음 그렇지 근데 좀 달랐다라고 하는 것은 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자주학 주제로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그냥 문제집 풀고, 교과서 보고 하는 식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관련된 책이나 그런 것들을 쌤이 추천을 해줘가지고 그런 거 읽고 그런 식으로 공부했으니까.
미인가 대안학교는 쌤들의 숫자가 너무 부족해. 그러다보니 교과도 부족할 수 밖에 없지.
interviewer: 그게 티오가 부족한 거야? 지원자가 없는 거야?
나눔: 학교가 돈이 없으니까 얼마 안 뽑는 거겠지?
interviewer: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나눔: 그런 사람도 얼마 없는 것 같고.(웃음)
interviewer: 니가 다닌 중학교는 미인가 고등학교잖아. 고등학교는 인가를 다녔고. 어때?
나눔: 일단 여기(간디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고 거기(간디마을학교)는 학생 수가 적고
interviewer: 거기는 학생 수가 몇 명이야?
나눔: 거기는 60명이었고 여기는 120명이니까 확실히 다르지. 그리고 여기는 블록제라서 수업도 다 들어야 되고, 수업도 많고.
interviewer: 블록제가 뭐야?
나눔: 블록제는 예를 들어 1교시부터 8교시까지 매 시간마다 블록이 짜여있는 거야. 블록은 한 블록에 2~3개의 수업이 들어가 있는데 그러면 그 정해진 블록 내에서 무조건 하나의 수업을 선택해야해. 그러니까 공강은 하나도 없고 만약 한 블록 안에 듣고 싶은 수업이 겹치면 못 듣게 되는 거지. 반대로 듣고 싶은 수업이 하나도 없어도 블록 안에서 무조건 한 개는 선택해야 하는 거고. 인가학교니까 이수해야할 학점 같은 게 있어서 그 학점에 맞춰서 임의로 수업시간표의 틀을 만들어버린 거지.
interviewer: 내가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블록제는 아니었는데. 우리 아래 기수부터 블록제를 시행했지 아마? 학교에서는 분명 배움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실시한다고 그랬는데 난 좀 별로였어. 배움을 수업을 통해서만 강제하려는 모습도 맘에 안들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배움은 변명에 불과하고 학교나 선생님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 제도를 도입한 것 같았거든. 그리고 그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도 굉장히 문제였지. 원래 많은 대안학교들이 공동체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우리학교도 그렇잖아. 식구총회라고 해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체약속들을 제정하는 기구를 멀쩡히 놔두고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실시한 거니까.
나눔: 어, 맞아. 그렇지.
interviewer: 미인가 학교는 그런 제약 같은 거 없어?
나눔: 내가 2학년 때까지는 필수교과 말고는 자주학을 해가지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만 했는데 3학년 때는 자주학이 너무 안되다보니까 그 때 학점제가 생겼어. 그래서 그때부턴 수업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졌지. 그래서 아마 지금까지도 계속 그런 걸로 알고 있어.
interviewer: 그럼 너는 스스로 평가할 때 중학교 때가 좋아 고등학교 때가 좋아? 학교만 놓고 보았을 때
나눔: 둘 다 좋은데? 인가와 미인가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좋아.
interviewer: 그런거 느껴본 적 없어? 나는 미인가 안다녀봤지만 교육청에서 인정이 된 학교다 보니까 좀 철학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한계가 많은 느낌.
나눔: 어,,, 받았지. 예를 들면 일제고사. 일제고사로 한창 들썩거릴 때 우리학교는 조용했잖아. 일제고사를 시행은 하면서 학생들한테는 치든 안치든 알아서 하라면서. 비겁하잖아. 학교측에서 이런 거 더 적극적으로 반대해야하는데. 뭐 여하튼 나는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게 CCTV랑 에어컨. 공동체라면서 CCTV달고 에어컨도 돈 생기니까 막 달고. 그런 건 어쩔 수가 없다면서 샤워실도 막 만들고.
interviewer: 중학교는 에어컨 없었어?
나눔: 거기는 없지 당연히
interviewer: 왜? 거기는 에어컨이 왜 없는 거야?
나눔: 돈이 없으니깐!
interviewer: 아, 그렇구나... 혹시 뭐 생태적인 의미는 아니고?
나눔: 아!..(웃음) 그래 그런 거 일 수도 있겠네.... (웃음) 아, 걸려들었어. (웃음) 아, 몰라 아무튼 거기 선풍기도 몇 대 없단 말야. 진짜 친환경적이지.
interviewer: 돈이 없다보니 자연히 친환경적으로 살게 되네. (웃음)
나눔: (웃음)아 뭐야, 걸려들었어.
interviewer: 뭐, 두 부분이 다 있겠지.
나눔: 아 그리고 뭔가 우리학교 철학에 관해서는 방향성을 제대로 잃은 것 같애. 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철학이 너무 모호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애들 사이에서도 되게 혼란이 많은 것 같고.
interviewer: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나눔: 아, 너무 요즘에 개인의 자유가 너무 남용된다고 해야 하나? 물론 중요한 거지만...
interviewer: 예를 들어서 어떤 개인의 자유?
나눔: 그러니까 나는 간디의 철학이면 적어도 탈기계적이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에 식구총회에서 전산기기 안건이 통과되면서 막 애들 스마트폰, 탭, 노트북 이런 거 다 허용이 되었단 말이야. 원래 일일이 다 사용목적에 따라 허락받았어야 했잖아. 근데 이게 막 이렇게 안건이 통과 되고나니깐. 요즘에 막 도서관 딱 들어가면은 완전 피씨방 분위기 나고..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일지도 모르겠지만... 무튼... 그래. 그러고 막 심지어는 게임도 허용하자. 뭐 이런 얘기가 나와가지고 되게 놀랬었어.
interviewer: 나는 그게 개인의 자유가 허용된다는 표현이. 니가 조금 접근 방향이 달라야 된다고 생각을 해. 뭐냐면 개인의 자유는 되게 중요한 거거든. 공동체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 안 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건 공동체가 아니야. 근데 그 기계들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게 아니라 인간의 기계화를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기계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 스마트폰에 종속된 사람들. 그건 자유가 아니거든. 요즘 다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아니고 기계랑 대화하잖아. 사람끼리 서로 소통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위한 철학이 아닐까? 뭐, 기계의 노예도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라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원래 철학이란 게 애매모호해서 맨날 부딪히잖아.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바뀌었다는 거지? 옛날에 비해서.
나눔: 어,어. 맞어, 맞어.
interviewer: 그럼 다른 대안학교는 핸드폰이나 이런 거 못쓰나?
나눔: 나는 중학교 때 핸드폰 못썼지. 학교에서 아예 못들이게 했어. 그리고 간식도 안줬었어.
interviewer: 그건 돈이 없어서 아니야?? (웃음)
나눔: 아니 학교에서 안준다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밖에서 간식을 못 사들고 오게 했어.
interviewer: 그건 왜 그러지? 학생들 간 빈부의 차이를 보이지 않게 하려고 그러나?
나눔: 다 그렇지. 뭐, 기계도 그렇고. 아무튼 그래.
interviewer: 그거 말고 또 뭐 있어??
나눔: 음... 철학을 난 되게 중요하게 여기고 심도있게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런 수업도 없고 그런 걸 고민할 장이 없어. 음,,, 애들이 별로 관심 있어 하지도 않고, 얘를 들면 예전 선배기수들이 했던 솔담장(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같은 걸 안해. 서로 머리 맞대고 고민해보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없어진 것 같애. 근데 그래서 학교가 좀 평온하기도 해. 서로 부딪히는 걸 피해서.
interviewer: 난 갠적으로 대안학교가 평온하면 끝이라고 봐.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대안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평온하면 안 되지. 어쨌든 이이야기는 이쯤하기로 하고 대안학교를 너의 단어로 정의해봐.
나눔: 행복을 배우는 곳(웃음)
interviewer: (웃음)오글거려. 어쨌든 이제 곧 졸업이잖아. 기분이 어때.
나눔: 축제 끝나고 나서 이제 다시 이런 공연도 못하고 애들하고도 못 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좀 나더라. 그리고 막
우리학교 졸업식 때 애들 다 울잖아. 방학식 하는데도 애들이 막 우는 거애. 그래서 좀 실감이 안 나긴 하는데 어쨌든 좀 많이 안 좋았어.
interviewer: 대학에 진학을 했잖아. 어느 대학에 갔어?
나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interviewer: 사회과학부가 인기 있는 과는 아니잖아, 왜 갔어?
나눔: 사회과학부가 정치, 경제, 사회. 이렇게 크게 세 개로 나뉘어지는데 나는 그게 너무 재밌어보였어. 내가 이 학교에 들어와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런 공부를 하다보니까 좀 더 심도 깊게 정치나 경제 쪽으로 더 공부하고 싶었어. 그리고 내가 한신대 사회복지학과도 붙었었거든. 그래서 그 두 개 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에 그 두 개 중에서 성공회대를 가게 된 계기가. 나중에는 내가 사회복지 쪽에서 일을 할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당장 공부하고 싶은 게 사회과학이어서.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뭔가 음... 가장 기본적인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배우면 좀 문제파악이 더 잘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무튼 그냥 하고 싶으니까. 재밌을 것 같아서.
interviewer: 보통은 너처럼 단순히 배우고 싶어서 진학을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서나 취업관련해서 가잖아. 그렇게 대학을 진학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나눔: 뭘 어떻게 생각해, 그냥 그런 거지 뭐.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내 주변에는 대학을 좋은데 가지 않아도 그냥 다 취업 잘하고 그러더만. 어디서 봤는데 대학을 명품가방 들고 다니는 것처럼 간다고 그러더라고. 정말 그런 것 같애.
interviewer: 대학 등록금이 비싸잖아. 부모님이 대주시는 거야?
나눔: 나는 학자금대출.
interviewer: 학자금대출 그거 어떻게 갚을라고?
나눔: 몰라,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돈은 뭐 필요하면 생기지 않을까?
interviewer: 오 대단한데? 학자금 대출하는 애들 별로 없지 않나?
나눔: 아 진짜? 그럼 어떻게 하는데?
interviewer: 대부분 부모님들이 대주지 않아? 대안학교 애들 넉넉하게 살잖아.
나눔: 말도 안돼. 근데 대학 등록금이 엄마아빠 월급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대줘??
interviewer: 뭐 빚지는 부모도 있을 거고 그 전에 벌어둔 돈으로 까면서 가는 거지 뭐. 그러니까 학부모들 애들 대학가면 허리 휜다고 그러잖아. 그러면 등록금이 그렇게 비싼데도 거기에서의 배움이 또는 대학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서 가는 거일 텐데 너한테 그게 뭐야?
나눔: 재밌을 것 같으니까.
interviewer: 단순히?
나눔: 그냥 일단 내가 지금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데 근데 뭐랄까 좀 무서웠어. 다른 대안교육기관들도 있긴 하지만 안 가본 길이 걱정도 되고.
interviewer: 한국에서 대학을 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그런 인식 때문에?
나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대학에 가지 않으면 내가 원했던 공부를 제대로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음 지금 생각해보면 어딘가에 소속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좀 무서웠던 것 같애.
interviewer: 솔직해서 좋은데?(웃음) 학교 다니면서 성적이나 등수에 대한 스트레스 받아본 적 있어?
나눔: 음,,, 스트레스 까진 아닌데 좀 놀랐던 적은 있어.
interviewer: 왜, 너무 낮아서?(웃음)
나눔: 아니,,, 성적이 내 맘대로 되는 건 줄 알았거든? 근데 내 맘대로 안되더라고, 그니까 내가 어느 과목이 1학기 때 1등급이 나왔었는데 2학기 때 갑자기 5등급이 나온 거야. 내가 생각했을 때는 똑같이 공부했는데 말이지. 5등급이 나와서 좌절했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닌데 좀 놀랐지. 아 근데 그런 건 있었어. 내가 수시로 대학을 합격했는데 나는 사실 학교 다니는 3년 내내 놀았거든. 근데 다른 애들, 대학 준비하느라 자기 분야에 미친 듯이 노력하는 애들을 보면서 나는 이래도 되는 건가? 이 젊은 나이에 그렇게 미칠 것이 없나? 하면서 자괴감을 느낀 적은 좀 있어.
interviewer: 한국의 교육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
나눔: 그냥 너무 다양하지 못해. 그게 문젠 거 같애. 너무 획일적이잖아. 너무 뭉뚱그려 말했나?
interviewer: 아니야, 괜찮아.
나눔: 그래, 수업이 획일적인 것도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학교들을 나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
interviewer: 너는 학자금대출까지 해서 빚이 굉장히 많이 생길 처지에 있잖아. 그 큰 금액을 갚기 힘들잖아. 니가 뭐 기업에 취직할 것 같지도 않고.(웃음)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아? 아니면 졸업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그런 불안감.
나눔: 이상하게 그런 게 하나도 없어.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 실감이 안나는 건지.
interviewer: 알바해본 적 있어?
나눔: 아니, 없어. 예전에 한 번 알바하려고 면접보고 통과 돼서 일하러 딱 갔는데 근데 슬리퍼를 신고 갔어. 몰랐지 나는 안 되는 줄.(웃음) 그래서 그날 짤렸어.
interviewer: (웃음,웃음,웃음) 꿈이 뭡니까?
나눔: 나는 일단, 개념있고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공이 튼실한 사람.
interviewer: 나 같은?(웃음)
나눔: 즐(웃음) 어쨌든 그런 인간상이 되고 싶고, 아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직업적으로는 닭장일, 농장일 하고 싶어. 소 키우고 닭 키우고. 크게 말고 그냥 동네사람들하고 나눠먹을 정도로만. 그리고 마을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 나랑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하고
interviewer: 나도 끼워줘. 나도 정말 마을공동체 만들어서 살고 싶거든.
나눔: 무튼 구체적으론 말 안할게 그리고 대안 학교 사회선생님을 해보고 싶어. 왜 사회선생님을 해보고 싶냐면 사회를 이상한 걸 가르치더라고. 우리학교에서.
interviewer: 예를 들면?
나눔: 예를 들면 나도 잘 모르는 것들. 삶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제도 같은 거? 그런 것만 공부해. 지금은 결혼제도밖에 기억나는 게 없네. 물론 이론적인 것들도 뒷받침을 해주어야겠지만 그것들 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는 세상을 배워야 되는데 그건 안배우고 책을 읽고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선생님이 되면 애들하고 잘 놀 수 있을 것 같애.
interviewer: 이건 지난 인터뷰이한테 그냥 물어봤던 건데 괜찮은 질문인 것 같아서 하나만 더 물어볼게. 나이 마흔의 최나눔은 어떨 거 같아?
나눔: 애 엄마지 뭐, 애 엄마. 마을에서 농사짓고. 선생은 그만해야지. 마흔이면 늙었으니까.
interviewer: 요즘에 마흔이 뭐가 늙었냐. 지금 학교 선생님들 다 마흔 줄인데
나눔: 아, 그런가? 뭐 무튼 애 엄마. 나한텐 가정이 중요하니까.
interviewer: 그래? 왜?
나눔: 몰라, 안정적이잖아. 연애 안 해도 되고.
interviewer: 그렇군... 난 그게 젤 싫은데.
interviewer-슴두
첫댓글 지난해 딸 나눔이가 탈대학네트워크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