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에서 혜련과 함께
하동에 내려서 좀 더 시간을 할애하였다. 화개장터를 구경하고 어릴 때 시골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냇가를 거쳐서 다리를 지나 쌍계사를 향하였다. 냇가의 물 구경을 하느라 천천히 올라가면서 가끔 쉬기도 하였다. 냇물에 있는 수초랑 민물고기를 열심히 구경하였다. 물이 흐르는 곳에 머물면서 민물고기가 우거진 수초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구경하노라면 어릴 때 생각이 절로 났다. 그러면 마음은 더 없이 청아해지기 시작했다. 혜련이도 그의 곁에서 같이 물에 노니는 작은 물고기를 보고 연신‘어마! 저것 봐! 어떤 고기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저쪽으로 가 버려.’하면서 애교를 떨었다.
그럴 때 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색시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해거름에 쌍계사에 도착하여 쌍계사 경내를 한 번 둘러보았다. 절에서 수백 미터 거리에 국사암 뜰에는 진감국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현재 살아있다고 하였다. 이 지팡이는 천년이 넘었다는 느릅나무 사천왕수였다, 한참을 둘러보고 나와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아보았다.
즐비하게 늘어선 여관 중에 마음에 드는 여관을 하나 잡았다. 여관에 들러 여행 채비를 방에 던져두고 우리 둘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관과 음식점은 기와지붕과 현대식 건물이 어울리게 지어져 있어 미적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평일이고 휴가가 끝날 때라 주변 경관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였다. 공터 주변에는 아름다운 수목이 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석양이 한참 짙을 때 우리는 조망이 좋은 주막을 정해서 산채 식사를 하고 모처럼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둘은 인생 문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혜련이는 한 동안 그에게 무언가 생긴 일이 있었을 것 같아 일엽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이야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오빠~.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 있었지. 교과서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라.”
“무슨 뜻이야?”
“남자의 하는 일은 여자는 잘 몰라. 여자는 집에 있으면 그것으로 남자의 어려움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바깥에서 난마처럼 엉긴 사회는 실감할 수 없어.”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아.”
“최근 포스코재단과 밀고 당기는 씨름을 하느라 무척 머리가 피곤했어. 그들은 로마의 황제처럼 원형극장에서 검투사와 짐승들과의 싸움을 부쳐놓고 이를 즐기는 그러한 종류의 야만인이야.”
“원형극장에서 검투사와 짐승과의 싸움을 즐긴다?~ 그게 무슨 일인데?”
일엽은 할 수 없이 그녀가 궁금해 하는 질문에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그 사례로 일엽과 원가조회 하는 업체와 경리 담당 경리와 싸움을 붙인 일이 있었는데 그 장본인은 포스코재단의 전무이사야. 이 틈바구니에서 일엽은 이들의 음모를 퇴치하느라 한 바탕 싸웠지. 그 결과 이겼지만 몸에는 상처투성이였어. 물론 정신적 상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그 동안 경과를 자세히 이야기 하였더니 혜련이는 놀라면서...
“어머! 인간이 너무 잔인하네. 상상을 넘는 살육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완전히 킬링필드야.”
“이제 악몽 같던 터널도 빠져 나왔어. 운도 좋게.”
“지금은 어떤 마음 상태야?”
“혹시 개미귀신이란 것 알아?”
“알기는 아는데 자세한 것은 몰라.”
“내가 당한 것을 개미귀신에 비유할게. 개미귀신은 명주 잠자리의 유충을 말해. 모래밭에 절구 모양의 둥지인 개미지옥을 만들고, 그 밑의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미끄러져서 떨어지는 개미 등의 작은 곤충을 큰 턱으로 물어 소화액을 넣은 다음 녹여 체액을 빨아 먹어. 그 곳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머리로 모래를 끼얹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또 다시 체액을 빨아 먹어. 나는 개미귀신에 홀렸다 나온 심정이야
.”
“너무 끔찍해! 그렇게 끔찍한 곤충의 세계가 인간 세상에 있다니…”
첫댓글 오붓한 시간 함께 하셔서 많은 휴식 시간 되셨겠네요
같이할 사람 힘이 되주는 사람이 있으시니 좋아보입니다
석봉이님 열심히 찾아오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방문자가 기대만큼 많지 않는 이유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