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 있자나 나 이번에 판교 60 평형 넣었다 떨어졌어. 속상해죽겠어"
" 차라리 이번에 강남쪽 재건축쪽을 찔러보는건 어때?"
건너 건너에 앉아있는 두 여자가 남들 눈치도 안보고 떠벌떠벌한다. 한 여자는 모자에 사랑예감이라고 써있고 다른 여자는 비사랑이라고 써있다. 여자들은 사랑이란 말이 그리 좋은가보다..어느새 나도 세상돌아가는 얘기들 중에 부동산 얘기라면 조금은 솔깃해 귀를 기울이게 되는걸 보면 이미 세상때가 묻어도 많이 묻었다.
" 재건축쪽은 8.31이후로 한물 갔지 않았어? 개발이익환수니 개발부담금제니... 정부에서 아예 강남 죽일려고 덤벼드는데 무슨 재주로 버티겠어?"
" 아냐.. 이제 노무현 정권도 얼마 안남았자나.. 정권 바뀌면 부동산 정책도 싸그리 바뀔거라는 둥 부자들이 그리 호락호락 당하겠냐는 둥 말이 많아.."
" 도데체 강남 강남이 뭐길래 인간들이 거기 못들어가서 안달이지?"
" 그러게 말이야.. 내 친구가 처음에 대치동 은마 아파트 분양할때 31평 5천만원 주고 들어갔다나.. 근데 지금 얼마야? 거의 10 억 정도자나? 몇배가 뛴거야? 암튼 무서운 동네야.."
"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수지에서도 이 난린데 거긴 오죽 하겠어? "
" 도데체 아파트가 뭐길래 성냥갑만한 집 한채에 몇억 몇십억하는거야? 이해가 안돼.."
" 그러길래 젤 속편한건 좀 불편해도 단독주택 하나 사서 서로 비교 안하면서 사는게 젤 속편할거야 그지?"
" 맞아.. 애 아빠도 아파트 살기 싫다고 좀 떨어진 전원주택이라도 알아보자고 성화야.."
" 그렇게 살면 속이야 편하겠지만 남들 아파트값 또 무지하게 오르면 그만큼 배아파 질거고.."
" 그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
저 여자들 얘기가 남 얘기가 아니다. 바로 내 얘기다. 나도 그 속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는 것이다. 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난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중에 어떤 친구는 3억에 산 아파트가 몇년도 안가 7억이 되었다느니 어떤 친구는 한달에 몇백씩 은행이자를 물어가면서까지 수지에 아파트 두세채를 가지고 버틴다는 둥 자꾸 그런 이야기만 들려왔다. 와이프 순대도 교회 목장 같이 모임하는 아줌마들과 함께 하자니 어디가 오를거고 어디가 아니라는 둥 정보에 빠삭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살았는가?
엊그제는 소개를 받고 말로만 듣던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를 가본적이 있다. 30여년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강남.. 거기에 개발 바람이 불어치면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더불어 강남 부동산 태풍의 시발점이자 그 한 가운데 버뎌왔다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우리나라 최초의 대단지 조합원 아파트여서 그런지 동호수를 찾는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미로속에서 헤메는 듯한... 하지만 어느새 20여년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탓인가? 사람들이 말하던 닭장같다던 말이 처음부터 실감이 났다. 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공간만을 남겨두고 전쟁하듯이 여기저기 주차해있는 차들...내가 처음 수지에서 살던 아파트의 주차난보다 더 심각한것 같았다. 에고... 한숨이 절로 났다.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그 느낌은 더했다. 낡을대로 낡아빠진 벽이며 벌어진 틈.. 시꺼멓게 끼어있는 세월의 풍파, 덜컹거리는 비좁은 엘리베이터, 정말 닭장처럼 10개씩 쭉 늘어선 복도식 아파트... 집안에 들어가면.. 요즘 나오는 주공 임대아파트 20여평보다 좁아보이는 실내.. 보잘것 없는 실내구조.. 좁은 욕실..
아... 여기가 정말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 하는 강남의 대표아파트인가? 평당 3000 만원을 호가하는 바로 그 아파트가 맞는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그 비싼 아파트를 껴앉고 사는것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이 사람들의 머리구조는 과연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
현재 강남 역삼동에 사는 처제 말을 빌리자면 막상 강남에 살다보니까 강남 안에서도 서로 비교하고 시기하고 경쟁하는 심리가 장난 아니라고 한다. 이제 강남에서도 대치동 도곡동 시대는 이미 갔고 요즘엔 새로이 역삼동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개나리 아파트 진달래 아파트 등이 굴지의 삼성 현대 건설사들에 의해 재건축에 들어갔고 선릉-역삼- 한티역 상권이 황금상권으로 부상하면서 강남의 신흥 부촌가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같은 강남이면서도 개포동, 논현동, 일원동 사는 사람들을 못사는 사람들이라고 아예 어울리지도 말라고 아이들한테 시킨다는 둥.... 허 참...
문득 재작년에 군산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온 형네가 생각났다. 이번 추석때 형수님 얘기를 들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군산 살때는 몰랐는데 여기서는 어디 아파트에 살고 몇평에 살고 있는지가 어른들이 어울리는 기준이 되고 또 거기에 아이들도 덩달아 갈라지고 한다고 이게 어디 사람 사는 동네냐는 말이었다..
그 옛날 어린시절 방한칸에서 우리 가족 5식구가 모두 함께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공부를 하고 뛰어다녔다. 내방하나 가졌으면 하는게 소원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현재 고대광실에 살고 있는 샘이다.
하지만 나도 2-3년 내에 좀더 나은 데로 이사를 꿈꾼다.. 이 세상이 잘못되었는가? 내가 잘못되었는가?
첫댓글 아파트가 옆으로 누운건 이제 가격이 잡히려고 그러나요???
한바퀴돌아서 그전 가격으로 돌아오는건 아닌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어이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