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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 ||||||
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이기자/정산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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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모임 사람들은 5월에 읽은 책의 감상을 나누기 위해 한결자연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 저녁 먹으며,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일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이 책은 청양고등학교의 유 선생님이 추천했는데, 사진이 반을 차지하고, 글이 반을 차지해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이다. 그는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제주도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고 있는 사진들을 위해, 또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보석은 다음의 내용이다. 나는 하루 종일 숲속을 걷고 싶다. 어제 그렇게 하고 왔건만 오늘 또 그 산을 걷고 싶은 것이다. 새소리와 꽃향기가 정겹고 평화롭다. 보이는 것은 숲과 하늘. 근심이나 스트레스는 없다. 콧노래는 절로 나온다. 행복이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낙원도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산속은 내 영혼의 고향이다. 이런 마음 상태를 나타내고 싶어서 ‘시’를 쓴다. 나의 이런 심정과 김영갑의 다음의 심정은 아주 비슷하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으로 충만한 삶을 사는 동안 수행자처럼 엄숙하게 자연의 소리에 몰입합니다. 명상을 계속하는 동안 마음은 평화를 얻었습니다. 깊은 내면의 소리에 몰입합니다. 내 마음은 늘 변했고 그 변화를 필름에 담습니다. 그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소중한 시간이기에 ‘사진’에 매달려 세월을 잊고 살았습니다. 사진을 계속할 수 있는 한 나는 행복할 것입니다.” 김영갑씨가 루게릭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난 일, 결혼하지 않고 제주도의 중산간 마을에서 사진 찍는 일에만 몰두하며 산 것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다. 한 부류는 그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자유롭게 살다간 그의 생이 부럽다고 했다. 또 한 부류는 그가 지극히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부모 형제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치고 오로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살다가 일찍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유롭게 살았다는 것은 곧 이기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사진에 몰두했던 생활, 아니 자연에 심취했던 생활에 부러움을 느낀다. 생활 터전으로 산속을 선택하고, 그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족에 대한 예의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의가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방학엔 김영갑 갤러리 구경 좀 가자고 약속하면서 책모임 회원들은 헤어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