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11,4, 양평군 옥천면에서 찍다.
소운의 일요 放談(김장)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옥천 면사무소에 자리한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을 가려다 보니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옥천면 일대는 유명한 냉면집이 많아 아마도
지금이 김장하기에 알맞은 시기인 듯 여러 곳에서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김장을 가능한 늦게 담그려 했고, 날짜를 따져가며 택일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김치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김장이 끝난 후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 한해의 김장을
망치게 되는 낭패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치가 맛이 들어 익기도 전에 물러 터지게 되면
한겨울 두고 먹을 김장을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대로 김장을 하기도 전에 너무 추우면, 배추나 무가 얼게 되고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씻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제일 좋은 것은 덜 추운 날에 김장을 마치고, 바로 추워지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택일이 쉽지 않아 배추가 얼까 봐 가마니를 동원해서 덮어 주거나 더운물을 데워 손을 녹여가며
김장을 해야 했으니, 김장을 마치고 나면 주부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김장은 큰 행사였다.
대게의 김장 시기는 크리스마스 전쯤에 끝낸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아예 배추와 무가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미리 김장을 해치우니 춥고 덥고 신경을 쓸 일이 없다.
아예 김장하지 않는 집도 많고, 해봐야 스무 포기 내외이니 크게 힘든 일도 아니고, 다듬고
절이고 하는 번잡함을 덜어주려고 절인 배추를 파는 곳이 늘어 집에서 배추를 다듬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이웃 아낙들이 모여 왁자하던 김장 담그기는 어린 시절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한
좋은 행사였다. 노란 배춧속을 양념에 싸서 먹던 추억도, 커다란 배추 뿌리를 깎아 먹던 추억도 지금은
추억 속의 아련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뿐이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가 없던 시절이니 겨울이면 채소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채소를 빼고 나면 겨울철 반찬은 김치가 유일하다시피 했기에 대식구가 겨울을 나려면 김장 김치
는 넉넉히 장만해야 했고, 봄나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김치는 소중한 부식이기도 했다.
보통 가정은 최소 백 포기 이상, 이백 포기 정도가 김장의 적정량이었으니 그만큼 일도 많았다.
온 식구가 동원되어 우물가에서 배추를 나르고, 김장은 품앗이 전통이 있어 이웃 아낙들의 도움은
필수였다. 김장이 끝나면 배추 몇 포기와 양념을 일한 분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것이 옛정이기도 했다.
김장철이면 이집 저집의 김장 맛을 보게 되는데, 집마다 제 고유의 김치 맛이 있기에 김장철이면
혀가 호강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 옛날에는 김장의 양이 많아 동네 아낙들이 품앗이로 서로 김장을 도왔다. (본문과 무관한 사진임)
김장에 들어가는 소는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젓갈을 많이 사용하는 탓에 비린내가 심해서 외지인은 익기 전의
남도 지방의 김치는 입에 맞지 않았다. 지금이야 전국이 평준화되었지만,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설 당시만 해도 부산으로 출장 간 직원들은 경상도 김치의 비린 맛에 식욕을 잃기도 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가난한 집의 김치가 오래 두고 먹어도 시원하고 담백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저것 넣지 않고 소금과 고춧가루만으로 한 김장 김치는 잘 익으면 그 맛이 아주 시원하다.
-가난한 집의 김치가 맛있다- 라고 하면서도 쉬이 하던 버릇을 버리기 쉽지 않은 것이 전통
맛을 지켜낸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젓갈 김치는 잘 익으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지금 김치를 두고 일본의 기무치와 우리의 김치가 국제 규격을 선점하려고 다툰다고 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김치의 맛은 김장 김치의 맛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이들도 김치의 참맛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보통 먹는 평상시 김치로는
김치의 맛을 얘기하기 어렵다. (한국인도 제대로 된 김장 김치를 모르는 분이 많다)
김장독에서 천천히 숙성된 김치를 한겨울에 꺼내려면, 김치를 눌러 논 우거지는 살얼음이 서걱
거리게 마련이다. 우거지를 헤치고 꺼낸 김치는 잎을 제외한 부분이 하얀 백색을 띠고 있다.
김치의 참맛! 사각거리며 입안에 도는 감칠맛 하며 이 맛이 참다운 김치의 맛이다.
(일본인에게 겨울철 김장 김치맛 관광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 맛을 본
일본인은 김치를 일본 것으로 등재하려는 의도를 감히 못 하게 될 것이다)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필자가 이런 김치 맛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라 하겠다.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된 아버지께서 포항 인근 자그마한 어촌 마을에서 병원을 하고 계셨고
방학이면 형과 나는 아버지 집으로 가서 지내곤 했다.
식사 때면 하얀 쌀밥에 따끈한 국과 곁들여 오르던 김장김치, 이때 김치의 참맛을 처음 알았다.
김장김치가 아니면 이 맛을 재현해 낼 수가 없다는 사실도 알았고. 김치 냉장고에서 익은
김치는 한겨울 땅속에서 숙성된 김치 맛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강원도 오지 쪽으로 가면 이런 김치 맛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치는 퍼런 잎 부분과 하얀 줄기 부분으로 나뉘고, 나이가 든 분이 아니면 줄기 쪽을 선호한다.
필자도 나이가 든 탓인지 파란 잎을 펴서 밥에 싸 먹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김치를 맛보지 못한지 수십 년은 된듯하다. 가까이서 김장하는 정겨운 모습을 본 것도
언제인가 싶기도 하다. 대충 담아서 김치 냉장고에서 익힌(?) 김치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김치가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일본의 기무치를 김치로 알고 사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전통 사찰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김장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절에서 공양해 본 사람은 김치 맛에 반해 밥을 두 그릇씩이나 비웠다고 하기도
한다. 큰 절에서는 수만 포기씩 엄청난 양의 김장을 하기도 하니 냉장고에서 익히지는 못할 것이고
아마 장독에 넣어 땅에 묻을 것이다. 김치 맛보려고 절을 찾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맙게도 부처님께서 한국 김치 맛을 지켜 주실지는 몰랐다.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 종교적 의미가 없는 그냥 글일 뿐입니다. 종교적 해석을 사양합니다.
첫댓글 사라져 가고 잊혀져 가는 많은 것들,,,,,,
내 또래의 노인들은 그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살지요.
아직까지도 김치를 담가 먹고 있는데 그것도 절임 배추를 주문해서
머지않아 김치 맛은 고사하고 공장 김치로 통일 될것 같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줄기쪽보다 잎사귀쪽을
좋아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장의 계절이 왔군요~~
예전에 생인손을 앓을적에 퍼런배추 김장김치 익은 잎을 씻어서 안에 밀가루를
바르고 손에 감싸줬던걸 본것같습니다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시절 먹거리들이
된장이며 김치까지 민간요법으로 써야 했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서울에서도 김장김치를 훔쳐가는 도둑들도 많았는데......여러 생각이 떠오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수고하세요
김장할 때 옆에서 구경하며 소금에 저린 노오란 배추 속잎을 버얼건 고추양념에 찍어 먹는 맛이란 그만이었고
햅쌀밥에 갓담은 배추김치의 밥맛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읍니다.
김치의 깊은 맛은 작가님의 말씀대로하고 가벼운 맛이라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여
김장김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그들의 상표로 기무치라고 표기 후
국제시장에 내놓으려고 한다는 건
조상대대로 김치를 주식처럼 먹고 살아온
우리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외국에서 사먹은 기무치는 한국의 김치처럼
깊은 맛이 나오지 않고
쌀밥과
제가 일산에 거주할 당시 주말농장 15평에서
작은 배추 110포기와 열무 80포기를 수
(당시 밭 옆 자투리 땅까지 촘촘하게 심었습니다)
힘들여 김장을 한 후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인심쓴
적이 있지요. 감칠맛 나는 좋은 글 감사히 모셔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아!겨울이 왔군요 입동이 지났으니 ...다음주에 김장 하려고 합니다.
참 너무 정겨운 글이네요.
한 밤중에 군침이 돕니다.
그 옛날 김장 전의 소김장이 기억나네요.
하아... 생각만 해도 그냥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고마운 글 감사합니다.
옛날 김장하던 시절이 떠 오릅니다. 동네 아줌씨들이 모여서 김장을 하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아이들은 배추속에 양념을 묻힌 김치쪽을 들고 다니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저녁에는 역시 물배를 채워야했던 아련한 기억-짠기운을 희석시키기 위해-이 있네요. 지방마다 특색은 있지만, 각 집안에만 독특하 양념 준비가 있어, 집안을 맛을 유지 했는데, 어머나의 손맛이 생각 납니다. 지금은 누나집에서 담근것을 가져다 먹지만....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은 정말 잘 어울리는 청춘남녀라고 할까요?
그래요... 옛날에는 김장하고 연탄들이 면서 월동춘비를했었죠...
어릴적 마당에서 절인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김장을 담그시던 어른들 기억이 납니다. 조모께서 설렁탕 장사를 하셔서 김치를 많이 담그셨거든요. 물에 밥말아 김치 얹어 먹던 생각도 나구요
김장 소,,그리고 절인 배추잎에 삶은 돼지고기, 소주 한잔,,생각만해도 침이 꼴깍.제가 사는 곳은 먼곳이라서 옛 생각만 으로 김장을 그려 봅니다...
겨울나기에 준비하는 김장 ~~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데~ 지금은 ~ 편한 세상으로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볼수 없는게 아쉽네요
아름다운 시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