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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야기 434]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6) : 2003-0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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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가을보리(가을에 씨를 뿌렸으니 `가을보리'라 하고 봄에 뿌린 것이 `봄보리'다)가 잘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선은 겨울 가뭄이 들지 않으니 좋고, 다음은 보리 뿌리가 얼지 않아 수확량이 는다. 사실 우리가 모르고 지내 그렇지 겨울가뭄이 들어 나무가 많이 말라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겨울에 눈이 많고, 잦으면 보리나 다른 푸나무들이 얼어죽지 않는 것일까. 눈이 오면 그들은 좋아 춤을 춘다. 너무 많이 오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설해(雪害)를 입는 수도 있지만, 눈으로 이파리나 가지를 덮어버리면 영하 십 몇 도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눈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는 독자를 위해서 보충 설명을 해보자. 눈이 뒷밭에 수북히 쌓였다. 눈이 온 뒤에는 언제나 춥다. 눈이라는 고체가 녹아 액체로 바뀌면서 냉기(冷氣)를 내 뿜어내기에 기온이 내려간다. 이때 온도계를 들고 나가서 공기의 온도(기온)와 눈 속의 온도를 비교하여 재본다. 눈 속의 온도는 영상일 수가 있는 반면에 바람(기온)은 땡땡 언 영하다. 눈은 영도에서 얼고 영도에 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이 식물들에게 뜨뜻한 이불이요 담요임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같은 밭이지만 밭고랑과 밭두둑의 온도에 차이가 난다. 밭둑은 바람을 맞는 대신 햇볕을 받고, 밭고랑은 응달이지만 바람은 피한다. 그래서 밤과 낮에 따라 이 두 곳도 온도 차이가 많이 나게된다. 이렇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기는 기후차이를 미기후(微氣候 microclimate)라 한다. 때문에 눈이 내린 날과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온도 차이가 크게 난다. 아무튼 겨울눈은 풀과 나무에는 금싸라기같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식물도 이 미기후를 잘 이용한다. 겨울 밭에 나가서 냉이나 달맞이꽃들을 잘 관찰해보면, 그놈들이 얼마나 영리한가를 느낀다. 즉 겨울 밭이나 논두렁에서 겨울을 견디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땅바닥에 몸을 바싹 엎드려 달라 붙이고 있다. 이파리들도 차례로 뻗어내고 있어서 위에서 보면 장미 꼴(rosette form)을 한다. 최대한 태양열과 지열(地熱)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제 머잖아 칼 겨울은 가고 따스한 솜털 봄이 올 터이니, 우리도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좀 켜보자. |
[생물이야기 433]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5) : 2003-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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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이지만, 이 지구가 한 여름에서 깊은 겨울로, 또 여름으로 왔다갔다, 냉탕 온탕을 반복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 영상 삼십 몇도 올라갔다가 내일은 영하 이십도 내려 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일에 하루에 한 살씩 먹어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필자는 한 달 후면 94살이 되어버린다?! 아니다. 며칠 후에 죽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바뀌어 간다는 것이, 기온의 변화나 늙음이나,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서서히 기온이 바뀌기에 추위나 더위에 적응을 하는 것이고, 느릿느릿 하루해가 지기에 제 늙는 줄 모르고 산다. 그러나 언뜻, 어느 날 봄이 오고야 말고, 서럽게도 죽음의 날을 맞는다. 동물은 추워지면 몸에 기름기나 단백질이 쌓인다고 했다. 실은 식물도 그러하다. 그런데 식물은 주로 탄수화물인 당(糖)을 세포에 쌓는다. 이렇게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당을 쌓는 것을 `담금질(hardening)'이라 하는데, `야물어짐'이란 뜻이다. 당금질이 덜 일어난 상태에 갑자기(일찍) 날씨가 추워져서 많은 숲이 죽어나간 예가 독일 등 도처에 있었다. 가을 배추도 그렇고 무도 마찬가지로, 가을이 되면 당이 많이 세포에 축적되어 단맛이 더 나지 않는가. 봄 무와 가을무가 맛이나 향에서 차이가 그래서 난다. 소나무와 사철나무 등 상록수가 겨울에 얼어죽지 않는 것 또한 이 당금질 덕이다. 물론 당 외에도 여러 가지 지방 물질이나 단백질 성분이 세포에 쌓여서, 그것들이 부동액(不凍液) 역할을 하여서 얼지 않는다. 그리고 식물 세포는 밖에 두껍고 딱딱한 세포벽이 있어서 세포 안의 물이 얼어서 부피가 늘어나도 잘 터지지 않는다. 그리고 소나무 세포에 생기는 얼음은 그 알갱이가 아주 작아서 세포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고. 그런가 하면 사람 등의 동물은 세포막이 얇아서 한 번 얼었다하면 세포가 터져서 버린다. 동상(凍傷)인 것이다. 덧붙여서 설명을 보충하면, 세포에 여러 물질이 들어있어 농도가 짙어지면 잘 얼지 않는 원리가 겨울 식물을 얼어죽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소금물이나 더러운 물이 덜 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러면 그렇지, 자식들이 얼어죽지 않으려고 부동액을 세포에 넣어놓고 있었구나! |
[생물이야기 432]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4) : 2003-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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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 저기를 서성거리면서 주변의 겨울을 살펴보고 있다. 자, 여러분, 이제 진달래나 산철쭉에 가까이 가서 그들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가운데 가지 하나를 아프겠다 생각하면서도 과감하게 꺾는다.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면, 여린 가지에 여러 개의 눈(싹)이 붙어 있는 것을 본다. 그런데 눈에 두 종류가 있지 않는가. 둥그스름하고 커다란 것이 꽃잎을 꼭꼭 다져 말아 넣어놓은 꽃눈(화아 花芽)이다. 그리고 작고 못 생긴 눈은 다음에 새 잎을 만들어 낼 잎눈(엽아 葉芽)이다. 물론 겨울눈 이야기에 목련(木蓮)나무를 당할 자 없다. 지금 당장 봐도 굵직굵직한 엄지손톱만 한 놈이 한 나무 그득 달려있는 것이 꽃눈이다. 그러나 잎눈은 작아서 멀리서 보아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얼마 안 있으면 소복 입은 여인들, 새하얀 백목련 꽃망울이 화들짝 뜰을 가득 채울 것이다. 지난 회에 언뜻 말했듯이, 겨울눈이 얼지 않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해놓고 있다. 목련은 보드랍기 짝이 없는 솜털이 꽃눈을 그득 감싸고 있어서 밍크 콩트를 입은 여인을 연상케 할 정도다. 진달래(참꽃)는 여러 겹의 비늘잎이 꽃눈을 포개 싸고 있고, 산철쭉(개꽃)은 끈끈한 진이 나와서 여린 눈들이 얼어터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얘기하고픈 것은 그것들이 어떻게 월동을 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 피울 꽃망울을 벌써 만들어 놓고 있다는데 있다. 놀랄 일이 아닌가? 금년 봄에 필 꽃을 지난 해 여름에서 시작하여 가을에 완성하고, 겨울에 이렇게 달고 있으니 말이다. 냉기가 가셨다 싶으면 일찌감치 꽃은 피울 목련과 진달래가 아닌가. 물론 개나리도 산수유도 다 준비완료상태다. 이른봄에 제일 먼저 꽃피는 것들은 모두 다 전 해에 준비를 해 두고 있더라! 유비무환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과민한 반응 일려나. 꺾은 진달래 가질랑 버리지 말고 물병에다 꽃아 안방에 들여놔 놓자. 머잖아 봄꽃을 피울 터이니... 봄맞이를 가자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른봄에 이파리가 벌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고, 다음에 배나무나 복숭아나무가 꽃을 만들어 벌기 시작한다. 나무들도 꽃 피우는 시기가 다 다르다는 말이다. 꽃 하나 피우는 데도 다 제 철이 있고 순서가 있다. 참 자연은 신묘(神妙)하지 않는가. |
[생물이야기 431]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1) : 2003-0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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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이다. 몹시도 추운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있기에 우리는 봄의 따스함을 알게 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이밥의 참 맛을 아는 것. 겨울이 깊어졌다는 것은 봄이 머리맡에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겠고... 아무튼 겨울은 덥지 않아 좋고, 봄 매화의 짙은 향은 차디찬 겨울을 머금은 탓이리다. 머지 않아 분명 봄의 전령이 달려올 것이니 봄맞이 준비를 하자구나. 꿈과 희망만이 얼음 같이 차고 아린 고통을 참고 견디게 한다. 봄이 올 때까지 이 구석 저 자리를 돌아 치면서 겨울타령을 좀 해볼까 한다. 정말로 겨울이라는 계절, 찬 기온은 생물들에겐 치명적인 환경요인이다. 다른 생물은 물론이지만 우리 사람도 아주 지내기 힘드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특히 늙은이나 병약한 사람들에겐 활동을 제약하는 동절(冬節)이 아닌가.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주변(산이나 들판)에서 어떤 동물들이 칼바람이 부는 이 한겨울에도 활동을 하고 있는가 잘 살펴보자. 우리 집 뒷산에도 까치 떼가 가끔 몰려들고(밭가에 버린 음식물을 찾아든다), 들개와 들고양이에다 들쥐, 청설모, 딱따구리, 뱁새, 박새... 등이 눈에 띤다. 도대체 이것들이 어떤 동물이기에 유독 제 놈들만 추윌 무서워하지 않고 나돌아 친단 말인가. 그렇다. 짐승(포유류)과 새(종류)가 아닌가. 눈을 닦고 봐도 이것들 외에는 뵈는 것이 없다. 그 득실거리던 뭇 벌레들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독야청청(獨也靑靑) 털 난 짐승과 깃털 뒤집어 쓴 새들만이 산야를 서성거리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이 두 무리만이 정온동물(定溫動物 항온동물)이다. 나머지는 모두가 변온동물(變溫動物 냉혈동물)로, 이것들은 기온이 떨어지면 따라서 체온이 내려가기에 이 추운 날에는 꼼짝달싹 못 한다. 피가 영하로 내려 가버려 얼어 죽어버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좀 따뜻한 땅 속이나 굴에 들어가 겨울을 숨어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온동물인 포유류와 조류는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먹어서 열을 내어 추위를 견디면서, 죽지 못해 산다. 까막까치가 양지 바른 곳 잔디밭을 기웃거리는 것은 가을에 숨겨둔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