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맛 유감
몇 해 전부터 아내가 꾸준히 만들어 준 두부 요리를 멀리 했다.
두부에 계란 옷을 입혀 구운 전도 별로였고
두부찜에도 손이 안 가고
두부찌개에 들어간 두부조차 싱겁고 퍽퍽해 멀리 하곤 했다.
두부 반찬마다 맛 없다고 타박하고
한두 번 맛 보려고 수저로 들었다가도 그냥 놓아 버리니
요사이 아내는 두부를 거의 사 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반찬 투정을 하거나 두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뭐든지 아내가 만들어 주는 대로 맛있게 먹어주는 착한 남편이다.
두부는 물론 비지까지도 정말 좋아했다.
남편이 영양가 많은 두부를 싫어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투덜거렸지만
나야말로 두부 애호가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동네장에서 사람이 직접 갈아 만들었다는 두부를
아내가 사 가지고 그 두부로 기름에 살작 튀겨 냈다.
혹시나 하고 맛을 보았는데 하도 맛이 좋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웠다.
그 두부야말로 내가 어릴 적에 맛보았던 고소한 진짜 두부였던 것이다.
비싼 돈 주고 대기업에서 만든 두부를 사 먹었으나
두부맛은 빵점이었고, 뇌리에 입력된 그 음식맛을 못 잊고 살아 온 내가
애꿎게 두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대기업에서 만드는
맛없는 두부맛의 비밀을 깨달은 것은 한 달이 채 안 되었다.
하루는 뉴스에서 두부의 정체에 대한 서글픈 소식을 들었다.
대기업에서 두부를 만들기 전에 원료인 콩에서 약의 원료가 되는
특별 성분을 송두리째 빼내여
제약회사에 비싼 값 받고 팔아 넘긴다는 것이다.
그 뉴스에서는 두부 맛에 대한 변질이나 차이는 보도하지 않았다.
1999년 11월 4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보호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두부의 81.8%가 유전자조작 콩을 사용한다고 발표했었다.
국산콩만을 쓴다고 표시했던 풀무원과 자연촌 두부 제품도
마찬가지였다니 배신감은 더 컸다.
영양가나 맛은 거의 사라져 버린 가짜 두부를 속아 사 먹어 온 것이다.
매일의 식탁에 오르는 콩과 두부까지 속여 온 것이다.
l980년대만 해도 학교에서 축구나 배구시합 후 회식 자리에
막걸리 안주로 생두부나 오이, 고추 등을 간장, 된장에 찍어 먹곤 했다.
신김치에 두부를 싸 먹어도 기막히게 맛있었다.
영리에 눈 멀어 진짜 두부의 맛을 앗아간 사람들이 야속했다.
이제는 맛있는 두부를 먹으려면 대기업 제품을 멀리하고,
수제품 두부를 사 먹으면 된다.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날 때부터 대기업 두부를 먹고 자라
진짜 두부맛도 모르는 후세들은 어쩌란 말인가?
2011.11.08.화.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