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저녁 8시.
우리는 저녁을 배불리 먹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아트플러스씨어터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대구에서의 우리의 첫 데이트였습니다. 우리는 영화가 아닌 연극을 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연극들보다 유난히 "오백에 삼십"에 더 많이 끌렸습니다. 우리는 시원하게 한바탕 웃고 싶었습니다. 마침 포스터의 제목 밑에 코믹 서스펜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예매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이 곳에서 배꼽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감기에 걸린 그녀도 아픈 것을 잊을만큼 실컷 웃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울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였을 것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웃기기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리액션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흔들리거나 멘탈이 붕괴될 가능성이 더 클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들 베테랑이였습니다. 감정선을 천천히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 꽃망울처럼 한꺼번에 터뜨리는 내공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허달 씨 역을 맡은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과장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리고 주인집 아주머니와 동네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싸우는 롱테이크 장면은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명장면이였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외치는 메시지가 수준 높은 연기와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 같습니다.
"오백에 삼십"을 단순히 코믹 연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주제의식입니다. 주인집 아주머니 역을 맡은 배우님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관객들이 한둘이 아니였을 것입니다. 갑의 횡포가 어떤 것인지 처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이런 사람이였던 것처럼, 살아가면서 한번쯤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나 웃기시던지.. 다 짜여진 대본이였는지 아니면 애드리브로 한건 아닌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이밖에도 흐엉마이 역을 맡으신 분, 배변(똥) 역할을 맡으신 분, 202호 미쓰조, 경찰&중국집 알바생 등 멀티남 등 모두 연기가 워낙 탄탄하신 분들이라 감정이입이 정말 잘 되었습니다.
"오백에 삼십"을 보는 내내 배꼽 빠지도록 웃기도 하고, 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랑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과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희노애락의 카타라시스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연극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극단 관계자분들과 연기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