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에 대해서 또 한가지 떠오른게 있어서 적어봅니다.
아웃라이어는 환경 조건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에 대해 결과를 근거로 사후 판단을 내렸다.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성공의 환경조건, 기회는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말콤'의 선택입니다. E.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도 밝혔듯 어떠한 과거의 사실이 '역사'로 기록되는 것은 기록하는 역사가의 '판단'이 개입되게 마련입니다. 빌게이츠가 성공했던 요인으로 고성능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긍정적 요인"으로 선택된 것은 '말콤'의 판단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말콤의 주장은 거의 직관적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빌게이츠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성공을 거둔 사람에게 특별한 긍정적 기회조건이 있었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웃라이어의 두번째 맹점(첫번째는 성공개념을 획일화 한 것)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과 환경조건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웃라이어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환경과 조건이 긍정적이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MS는 세계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로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금력과 기술은 다른 어떤 회사들도 근접하지 못할 MS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은 앞으로 MS의 위상에 어떤 기회 조건이 될까요? 일반인이라면 대부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판단할 것 같습니다. (저는 '긍정적 요인'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 독점적 지위를 굉장히 부정적 조건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free software 활동(무료로 자신의 프로그램 소스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MS의 독점적 지위가 언젠가 그들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02년 전세계 시장에서 95%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던 MS의 익스플로러는 2010년 현재 50% 아래로 떨여졌으며 반면 오픈소스 방식을 선태한 무료 웹브라우저 FIREFOX는 28%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 스스로 질문을 해보면 문제점은 명확해집니다. 저는 이번에 한국독서토론협회라는 놀라운 기회를 만났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열정적이고 새롭고 신나는 여러가지 시도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제가 바라던 인생을 살고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특히 저희 부모님..ㅋㅋ). 한창 나이에 남들처럼 취직 스펙 - 토익점수 좀 올리고 유학 좀 다녀오고 자격증 하나 더 따는 것이 훨씬 더 개인적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어떤 환경이나 조건도 그것이 긍정적인 특별한 기회인지, 부정적 요소인지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콤은 이미 발생한 사건들만 자기 관점대로 유리하게 해석함으로써 그것이 당연한 사실인냥 결론짓고 있는 것입니다.
즉, 아웃라이어는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그것이 좋은 결과라면 좋은 기회였음을 부각시키고, 나쁜 결과라면 나쁜 기회였음을 부각시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논쟁을 모두 회피해버립니다. 현재 진행 중인 환경과 기회에 대해서 설명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치명적 약점을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죠. (시크릿팀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관계성에 대해 언급하려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책에서는 현재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긍정적 요인인지 부정적요인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1월달 선수 선발 체계'와 '권위적 문화의 파일럿이 갖는 사고 위험성'의 문제를 통계적 근거를 토대로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적 접근은 '개인의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말콤이 밝히고 있듯 '1월달 선수 선발의 비밀'은 우연히 찾은 조건입니다. 아무도 그런 조건의 중요성에 집중하지 못했었지만, 우연히 발견해서 분석해보니 정확히 일치했다는 것입니다. 즉, 저자 자신조차도 '성공을 위한 환경적 조건'을 우연히 발견할 수 밖에 없었음을 시인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확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말콤의 말처럼 '환경과 기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불평등한 조건들을 개선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어떤 조건이 성공을 가로 막고 있는지, 어떤 조건이 성공을 지지하고 있는지'는 아웃라이어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저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해 불평등한 기회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고쳐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건이 불평등하고 불리한 요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통계적 요인을 분석해봐야 할까요? 어떤 사례를 지적해 환경을 개선해야할까요? 제가 한독토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일까요? 아니면 월급 많이 주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열심히 돈을 모아 사업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일까요? 아웃라이어에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답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발견하시는 분 있다면 답변 좀 부탁해요 ^^;;)
파일럿의 추락 역시 "권위적 문화가 비행기 사고확률을 높힌다."는 것 말고는 설명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아웃라이어는 비행기 추락이라는 극단적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권위적 문화'의 부정적 영향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과연 성공에 부정적 요인이기만 할까요? 말콤이 제시한 인류 역사상 가장 돈 많은 사람 중 하나인 철강왕 카네기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물론 그는 미국인입니다만, 그가 운영한 회사의 문화는 '권위적 폭력문화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입니다. 카네기가 본격적으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건 1890년대 철강업계의 독점을 확립하고 난 이후입니다. 외국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정치인을 매수했고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노조가 결성되면 조폭을 동원하거나 매수한 공권력을 사용해 없애버렸습니다. 그후 철강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카네기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될 수있었습니다. (카네기와 비슷한 사람이 석유왕 록펠러인데, 이들의 막대한 부의 독점이 1930년 세계 대공화을 일으킨 요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네기를 떠나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을 생각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왕적 족벌체계 - 이미 세습까지했고 또 지금도 준비하고 있죠.-와 노조 불인정, 초법적 권위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들은 권위적 문화의 상징임과 동시에 성공 신화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박정희의 경제 성장도 권위적 문화의 결정체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로 자리잡은지 오래죠. (물론 저는 카네기, 록펠러, 삼성, 박정희의 가치를 반대합니다.)
쌀농사 영향으로 아시아인들의 수학 실력이 더 좋다는 주장도 그닥 신빙성이 없습니다. 물론 중,고교 수학실력은 아시아인들이 더 높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수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필즈상" 수상자(토론 당시에는 이 상의 이름을 댈 수가 없어서 버벅댔었죠;;; 사실 이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만... 노벨 수학상에 버금가는 상이 있긴 있을거락 생각했는데... 아는 게 없으니 얼버무리게 되더라고요;;;알았다고 하더라도 책 외적인 내용이니 토론에서 언급할수도 없구요.)는 전체 42명 중 단 3명만이 아시아인 입니다 (일본2명, 중국인1명). 우리는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잘푼다고 해서 그 사람을 성공한 사람으로 판단하진 않습니다. 필즈상 정도 받아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 아이러니 하게도 말콤은 그저 자기 논리에 맞는 기준 - 고등학교 수학 성적만을 자기 입맛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말콤의 거의 모든 주장과 근거들은 1월달 선수선발의 불공정성과 같은 매우 특별하고 희귀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다만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통해서 찾기는 어려울 뿐이죠. (말콤은 이미 일어난 사실을 자기 주관대로 해석하고 그에 맞는 근거만을 찾아 붙였기 때문에..)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콤은 성공요인과 기회에 대해 자기 주관대로 선별, 그럴싸하게 포장함으로써 다양한 성공요인의 가치를 묵살시킵니다. 말콤이 포장하고 있는 주관이란 것은 바로 지금 이 사회- 자본주의의 세속적 성격-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극빈층 가정에서 태어나 10대에 마약에 중독되고 임신에 낙태, 성폭행까지 경험해 날마다 자살을 꿈꾸던 소녀가 있습니다. 이런 끔찍한 경험들이 말콤에게는 어떤 환경조건으로 판단될까요? 그는 주저없이 실패자의 환경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소녀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으로 손꼽히는 오프라 윈프리가 되었습니다. 그녀에 어린 시절의 고난, 고통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말콤은 '우리가 보기에 좋지 않은 환경'들은 좋지 않은 기회로 결정해놓고 '우리가 보기에 좋은 환경'는 좋은 기회로 결정해 놓은 상태에서 자기 주장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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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제대로 정리가 안되는 느낌입니다.
요약해서 아웃라이어를 비판하면..
1. 성공개념을 획일화 했다. -> 자본주의적 성공가치를 암묵적으로 주입하고 있다.
2. 성공기회에 대한 가치를 획일화 했다. -> 현재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 조건이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초에 차단한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보면,
진정한 성공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최대한 많이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기존이 고정관념에 휩쌓이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넘치도록 많은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웃라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1. 성공개념을 획일화함으로써 모두가 같은 레이스를 뛰어야하는 것 같은 강박을 심어줌과 동시에 2. 레이스에서 좋은 조건을 차지 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행복하지 못할 것이다)는 고정관념을 주입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레이스를 한다면, 남들이 어떤 조건에서 달리건 나와는 상관 없습니다.
결국 나만의 레이스를 발견하는 것이 개인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죠..
나만의 레이스를 발견하는 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 조건들을 '나의 성공을 위한 기회'요소로 인식하고 뭔가를 새롭게 발견해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합니다. 모든 것이 나의 성공을 위한 기회라고 믿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도, 어제 저녁 우동을 잘못먹어 속이 아픈것조차도...
그리고, 한독토를 만난것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