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민족정신은 무엇인가?(상)
서구 근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민족이 국가가 형성된 후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적 공동체라고 하더라도, ‘나는 한민족이다’라고 하는 민족의식만 있어도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윤내현, 신용하 등 많은 학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박정학 박사의 주장처럼 ‘긴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족이 먼저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가가 형성되었다’면 무엇이 민족이라고 하는 공동체로 뭉치게 만들었는가 하는, 민족의식을 넘어선 ‘민족정신’이 더 중요하게 된다. 바로 이 민족정신이 이름, 형성시기, 구성 범위와 함께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른 민족과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교육부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우리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을 알고, 과거에 대한 탐구를 통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방향성을 찾는 데 있다…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역사다.”고 하여 우리 역사에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지침에서부터 이 정체성에 대한 이해에 혼란을 주고 있다. 2012년판 사회과 교육과정을 보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4ㆍ97ㆍ157쪽),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의 특수성’(5쪽), ‘지역의 정체성’(7쪽),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11쪽), ‘민족의 정체성’(61쪽), ‘국토 공간의 정체성ㆍ국토의 정체성’(80, 81쪽), ‘한국사의 정체성’(97쪽),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196쪽) 등의 용어가 나오고,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는 ‘문화적 특징’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에서도 ‘민족 정체성’(6쪽), ‘민족의식’(14쪽)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정체성이 우리 문화의 특징과 깊은 관련이 있는 듯이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지침도 없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에서도 우리의 고유문화로서 한민족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므로 과거 모든 국사관련 교과서에서 언급하던 고대국가의 제천행사와 화백제도에 대해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으며, 신라의 화랑에 대해서는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서까지 한 곳에서도 언급을 하지 않은 반면, “불교와 도교의 수용”(비상교육판 『중학 역사1』, 66쪽), “신라에서는 임신서기석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이 유교 경전을 공부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같은 책 67쪽) 등 불교문화와 유교문화에 대해 공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인 우리의 정체성 내지 문화적 특징은 아무 것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이념을 ‘홍익인간’이라고 하고, 사회과 교육과정 3쪽에서 사회 과목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라고 하였으며, 교과서에서도 ‘환웅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땅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였다’(초등 『사회 5-1』 21쪽, 『삼국유사』 내용 소개)든가, 단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하여 고조선을 건국했다’(각급 교과서 공통)는 등 ‘홍익인간’ 이념이 우리 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정신임을 언급함으로써, 그것이 민족정신이라는 언급은 없으나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실마리는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의미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고 일본 한문식으로 그릇되게 해석함으로써 우리의 민족정신을 오도하고 있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런 한편,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고려의 팔관회는 다양한 종교와 사상이 한데 어우러진 성대한 축제로서 온 세상이 태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춤, 노래, 놀이를 즐겼다’(77쪽),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축제의 자리인 마을 제사와 각종 민속놀이 등 서로 도와 가며 농사를 짓고 살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은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122쪽), ‘(조선 시대) 벼농사의 전 과정을 함께 하였던 두레와 품앗이는 오늘날까지 그 정신이 이어져 오고 있다’(124쪽)는 등 홍익인간 이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다음호에 계속)
-국사찾기협의회 제공


첫댓글 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 19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민족정신은 무엇인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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