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논술로 보는 이주의 시사
- 2008. 4. 18 <47호> -
<국회의원 총선 투표율 46%>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18대 총선은 흥미진진한 승부와 화제의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그 흥미에 못지않은 걱정거리를 던져주었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 46.0%는 17대 총선에 비해 무려 14.6%, 역대 총선 최저투표율로 기록되었던 16대에 비해서도 11.2%가 떨어졌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제주도도 53.5%에 불과했고 서울은 45.7%, 인천은 42.2%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 아래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투표 참여자에게 고궁과 박물관 입장료 할인혜택을 주는 인센티브제가 처음 실시된 것이 한가지 사례다. 교통이 불편한 도서지방이나 산간벽지 유권자들을 위해 1000여대의 차량과 20여척의 선박편을 제공하는 배려도 있었다.
투표율이 저조하자 9일 오후에는 유권자 개개인을 상대로 한 휴대전화 메시지 호소작전도 있었다. 필자가 받은 메시지는 “투표율 저조! 남들이 하겠지 생각 마시고 소중한 한표 꼭 행사하시길 바랍니다”였다.
발신자 번호를 식별할 수 없어 누가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발신자가 선관위 측이건 투표율이 낮으면 불리하다고 생각한 특정 후보 측이건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그런 적극적인 참여 캠페인이 있었는데도 직접선거 제도의 마지노선이라는 50%를 크게 못 미친 것은 쇼크가 아닐 수 없다.
[내일시론]문창재 객원논설위원2008-04-11
(나)
유권자의 투표 참여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개인적 측면과 환경·제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 보면 성별·연령·거주지·소득·교육 수준 등에 따라 투표 참여 여부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치적 관심과 효율감, 그리고 정치적 신뢰 등도 개인의 투표 참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투표 불참을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식으로 보는 경우다. 이때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 나아가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을 투표 불참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도저히 찍을 후보가 없어서'라는 글이 적힌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에 마지못해 참여했지만 무효 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는 정치적 불만의 우회적 표현이다. 왜냐하면 정치제도가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위한 적절한 제도적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목되는 것이 선거제도와 정당체제, 그리고 투표율의 관계다.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단순다수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갖는 미국의 경우 60년대 이후 절반 전후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전에 유권자로 등록해야 하는 제도, 상대적으로 낮은 정당 간 차별성, 그리고 현역 의원의 높은 재선 성공률 등도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마디로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사가 정치체제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국회의원 선출을 위해 비례대표제를 주로 사용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인다. 45년부터 최근까지 대체로 72%에서 9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물론 의무투표제, 높은 교육 수준, 상대적으로 쉬운 유권자 등록제도, 그리고 국가 규모 등도 높은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가 정치과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선거 때 유권자에게 제시된 정치적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분명하다. 투표 불참을 개인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 무엇보다 유권자 의사의 적극적 표현과 반영을 위해 적절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시론>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2008.04.14
(다)
대한민국 헌법 3장 국회
제 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 41조 1항 국회는 국민의 보통 ` 평등 ` 직접 ` 비밀선거에 의하여 서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제 49조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
제 52조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제 54조 1항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 확정한다.
제 58조 국채를 모집하거나 예산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에는 정부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제 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제 60조 1항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제 61조 1항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시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제 65조 1항 대통령 ` 국무총리 ` 국무위원 ` 행정각부의 장 ` 헌법재판소 재판관 ` 법관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위원 ` 감사원장 `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라)
그 다음의 순서는 희미한데 한 사람, 애국애족을 되풀이해서 들먹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뒤에 등단한 사람이 그것을 꼬집었다.
“이제 막 말한 사람, 틀림없이 애국자입니다. 개장국 잘 먹거든요. 또 애족자인 것도 틀림없습니다. 돼지 족발 잘 잡숫거든요.”
애국애족한다는 사람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단상에 뛰어올라 꼬집은 자의 멱살을 잡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뒤에 알고 보니 사돈끼리라고 했다.
그 다음 차례의 어떤 사람은 자기가 국회의원이 되기만 하면 공출을 없애고 뭣을 없애고 하며 한창 신이 나게 없애 가는 통에 세금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미친놈 다 보겠다.”
고 내 곁에 있던 영감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저편에서,
“이왕 없앨 바엔 국회도 없애 버려라.”
고 고함이 터졌다. (중략)
“내 기호는 10, 보시오, 위에 막대기 다섯 개 밑에도 다섯 개, 노름꾼 문자로 5땡이라는 겁니다. 열다섯 사람이 나왔는데 짓고땡이 끗수로선 내가 최고 아닙니꺼. 노름으로 치면 이긴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표를 찍어 주건 안 찍어 주건 나는 국회에 갈랍니다. 내 기술이 목공이요. 책상 하나 걸상 하나 만들어 가지고 국회에 턱 갖다 놓고 앉아 버틸 참이오. 국회의원 노릇을 한다 이 말씀입니다. 내 아들이 작년 사범학교에 시험을 봤는데 뚝 떨어졌거든요. 그래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아이놈에게 짊어 지우고 학교로 가서 교실 한구석에 턱 갖다 놓고 아들놈 보고 앉으라고 하고 나는 옆에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 보곤 동냥글 좀 배웁시다 했지요. 그랬더니 1주일 만에 보결로 입학시켜 줍디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을 배짱으로 입학을 시키는디 백성을 돌보는 국회가 괄세를 하겠습니까. 허나 선거에 떨어진 놈이 국회에 가서 옥신각신한다면 우리 고을의 창피가 아닙니꺼. 그러니 그런 창피가 없도록 미리 내게 표를 많이 던져 주십시오. 기호는 10, 5땡이올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며 곁에 있는 노인이 우리더러 들으라고 씨부렸다.
“저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 일이 말이 아니고 아버지가 낙선되면 우리 집 일이 말이 아니라면서 돌아댕긴다오.”
말이 내킨 참인지 그 노인은 또 이런 얘기도 들려 주었다. 윤또상이란 입후보자의 아들은 운동원을 트럭에 가득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윤또상 군을 국회에 보냅시다.”
하고 선창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감의 주석이 또 걸작이었다.
“국회의원도 좋지만 아들놈이 제 애비를 윤또상 군이라고 해? 후레자식 같으니…….”
정견 발표회가 끝나자 나와 이광열은 그 노인을 막걸릿집으로 청했다. 거기서 별의별 우스꽝스러운 얘기를 들었다. 돈의 힘, 술의 힘, 온갖 수단이 쓰여진다는 얘기는 우울했지만 처음으로 겪는 선거라 그런 정도로 되어 가는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우리들은 웃었다.
“저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국회의 꼴이 뻔하기도 하지만.”
하면서도 이광열은,
“그러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고 덧붙이길 잊지 않았다.
- 이병주, 「관부연락선」에서
(마)
근대국가의 크기는 추첨제도의 폐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규모가 크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서도 커다란 정치 단위로부터 적은 수의 개인을 선발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추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체제의 크기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필요한 숫자만큼의 개인을 선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선발의 한 방법인 추첨은 실행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배심원을 구성할 때 정기적으로 추첨을 사용하는 사법제도가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추첨이 아닌 선거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오늘날에는 추첨의 정치적 사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추첨은 근대 사회의 정치 문화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오늘날 우리는 추첨을 괴상한 관습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는 추첨이 고대 아테네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비록 놀랍다는 말투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가끔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테네 사람들이 이러한 절차를 채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난해한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현대 문화의 보편적 관점을 뒤집어 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렇게 질문해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왜 우리는 추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중략)
아테네 민주정은 민회(ekklesia)가 수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능을 추첨을 통해 선출된 시민들에게 위탁했다. 이 원칙은 주로 집정관(archai)들에게 적용되었다. 아테네 행정부를 구성했던 700명 가량의 행정직 중에서 600명 정도가 추첨을 통해 충원되었다. 아테네에서 제비뽑기(kleros) 방식을 통해 선임된 행정직은 대부분 협의체였으며, 임기는 1년이었다. 일생 동안 다른 행정직에 임명될 수는 있었지만, 동일한 직책을 한 번 이상 가질 수는 없었다. 복무시간표(이전의 직책에 대한 정산과 감사를 모두 마치기 전에 새로운 직책에 취임할 수 없다는 규정)의 존재는 실질적으로 한 사람이 어떤 행정직을 2년 연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30세 이상의 시민들(기원전 4세기에 약 2만 명 정도) 중에서 아티미아(atimia; 시민권의 박탈)라는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지 행정직에 취임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정치체제는 시민들이 미숙하다거나 무능력하다고 판단한 행정관의 선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행정관은 언제나 민회와 시민법정의 감시를 받았다. 임기가 끝나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으며, 임기 중에도 시민들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고 직무 정지를 요구할 수 있었다. 행정관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은 최고회의(ekklesiai kyriai)의 필수 안건이었다. 시민이면 누구나 행정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었다. 만약 행정관이 투표에서 지면 즉각적으로 업무가 정지되고 사건은 법정에 회부되어 무죄(그 이후에는 다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혹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상식이었기에, 모든 시민들은 행정관이 되면 직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탄핵될 가능성이 늘 있다는 것, 소송에서 지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점은, 행정관으로 선출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만이 추첨기계(kleroteria)에 넣어졌다는 사실이다. 30세 이상의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이 행해진 것이 아니라, 후보로 지원한 사람에 한해서만 추첨이 이루어졌다.
-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선거는 민주적인가』에서
<문제 1> 제시문 (가)와 같이 국회의원 총선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제시문 (다)의 ‘국회’의 권한과 기능을 중심으로 논술하시오.(401~500자)
<문제 2> 제시문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국회의원 총선 투표율 저조 현상을 분석하고 이에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800±~100자)
<문제 3> 지문 (라) 에 제시된 ‘선거’의 양상을 살펴보고, 지문 (마)에 제시된 ‘추첨’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101~1200자) -건국대 2005 정시
읽기 자료
1. 유권자의 25% 미만으로 43명 당선… 대표성 있나
ㆍ15%이하도 12명이나… 민주주의 왜곡 우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 조짐이다. 사상 최악의 18대 총선 투표율은 그 경고음이다. 유권자 10명 중 고작 한 두 명의 지지로 당선된 의원들이 양산되고 이들의 국민 대표성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경실련,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총선결과에 대해 일제히 "정당·정책·참여정치가 실종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논평했다.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낮은 46.1% 투표율이 준 충격이었다. 민주정치의 근간인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였다.
실제 당선자들의 지역 대표성을 보여주는 실질득표율(유권자수 대비 득표수)을 보면 기우가 아니다. 전국 245개 지역구 중 17.6%에 달하는 43개 지역구가 유권자 4분의 1의 지지도 받지 못한 국민 대표들이었다. 64.9%의 압도적 득표를 하고도 투표율이 39%에 머물면서 실질득표율은 24.6%에 그친 서울 강남갑의 이종구 당선자(한나라당) 같은 경우다.
심지어 사실상 유권자 10명 중 단 1명의 지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실질득표율 15% 미만의 선량도 상당수다. 실질득표율 13%에 머문 경기 안산상록을 홍장표 당선자(친박연대) 등 6명이었다. 유권자 10명 중 2명 미만의 지지로 당선된 경우도 36명(14.7%)이나 된다.
이런 상황의 직접적 요인은 물론 투표율 때문이다. 총선 투표율이 46.1%이고, 후보자들이 평균적으로 45~50%선에서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득표율은 20%선 안팎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30%대 투표율이면 사실상 재·보궐 선거 수준"이라는 지역구가 19곳에 달했다.
특히 투표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접전이 벌어진 지역구 당선자들의 대표성은 더욱 취약했다. 단적인 예가 30%대 투표율에 30%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실질득표율은 10%대 초반에 머문 한나라당 신영수(경기 성남수정)·이화수(안산 상록갑) 당선자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의 이인제 당선자(무소속)의 경우도 27.7%의 득표에 그치면서 실질득표율은 13.4%에 머물렀다.
이 같은 대표성 위기는 '정치의 실종'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각 당이 공천 내홍을 겪고 공천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정책도, 이슈도 없는 선거였다는 것이다. 그나마 각 당이 '전략공천'에 몰입하면서 정치 혐오는 더욱 커졌다. 국민대 목진휴 교수는 "주변에서 대부분이 어느날 갑자기 낙하산처럼 내려온 후보에 대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라면서 아예 투표를 포기해 버리더라"며 "지금 이렇게 공천을 해놓고 투표하라고 하면 욕"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당선자들의 대표성 약화는 곧 민심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적으로 정부·여당은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이번 결과를 '승리'로 규정하면서 재벌규제 완화, 한반도 대운하 등 소위 'MB노믹스'를 밀어붙이는 근거로 삼으려는 기류다. 이는 60%대에 이르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여론과는 정반대다.
특히 이번의 경우 '보수' 착시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23.1%), 보수(27.3%)로 팽팽한 균형임에도 선거결과는 '범보수 204명 대 범진보 95명'의 상황이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낮은 투표율 속에 바람으로 치러지는 선거는 결국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쉽다. 돈과 조직선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7대 국회를 실패로 결론내리게 만든 '탄돌이'들이나,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지금까지도 각종 선거부패 문제로 각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 단적이다.
이는 곧 "국민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위기이며 대표성의 위기"(경실련)로 연결된다.
민주주의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한국 민주주의"라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조사(弔詞)'로 총선 논평을 대신했다.
경향신문〈 김광호·선근형기자 〉 2008.04.12 03:26
2. 선거, 투표율 낮아질수록 심각한 문제
대통령 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주권을 확인하는 절차다. 다만 화초 한 뿌리도 물을 주는 사람의 따뜻한 사랑 없이 싱그러운 꽃을 피울 수 없듯, 선거 역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한 몸에 받아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문제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다.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 ‘그래프1’이 보여주듯 1948년 첫 선거를 꼭짓점으로 지속적 하락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열풍이 몰아쳤던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다소의 반전을 보였지만, 내년 제18대 총선에서도 치고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지방동시선거의 투표율도 선거가 부활된 95년 68.4%에서 2002년과 2006년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을 기록했고, 재선거나 보궐선거 쪽은 사정이 더욱 심각해 40%대 진입도 버거운 실정이다.
연령대별 투표율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젊은층의 투표율 하락이 우려를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그래프2’를 보면 만 19세가 처음으로 선거권을 갖게 되었던 2005년 10, 26 재선거의 경우 19세나 20대의 투표율이 60대 이상의 3분의 1 수준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돈이 엄청 많은 부르주아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중산층과 노동자의 선거권 확대를 요구했던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이나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목숨 걸고 싸웠던 87년 민주항쟁 등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현재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은 건 어쩌면 가만히 앉아서 얻은 권리이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냉소적인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대표자의 정당성에 타격이 온다. 가령 30%의 투표율에 30%의 지지율을 얻어 당선된 삼식이는 사실 전체 유권자의 10% 지지도 얻지 못한 셈이 되고 만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거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세력이 유리할 수 있기에 정치인들은 부정한 돈을 풀어서라도 조직을 확대하고 표를 사들이려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주의의 조장이나 연고, 학연을 내세우는 것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투표율이 높은 노인들을 공략할 방법을 찾는 편이 유리할 거다. 반대로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정치인들은 젊은이를 위한 고민을 덜 하게 된다는 얘기가 성립된다. 사회 자체도 보수화 경향을 탈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낮아지는 투표율이 왜 문제가 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여성참정권운동의 거목 ‘구즈’는 “여성도 단두대에 오르는데, 선거권을 갖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다 정말 단두대에 올라야 했다. 그의 외침을 가슴에 새겨보자.
경향신문 2007년 11월 27일
3. <논평> 민주주의의 위기, 매니페스토 선거 실현이 대안이다
18대 총선이 최악의 투표율로 마무리 되었다. 당선자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의정활동을 통하여 책임있는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낙선자는 선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열정과 헌신적 자세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헌신적 자세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각 정당은 한 표 한 표를 모아 준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여 견제와 균형, 비판과 타협의 정치를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놓고 보면 어느 정당도 후보자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언론, 선거관리위원회,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패자다. 54%의 유권자가 권리위임 행위를 거부했거나 포기했기에 반쪽자리 위임장으로 불안한 대의를 행해야 하는 정치권도, 그들의 활동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실천본부는 이미 선거 전에 낮은 투표율이 예견되고 있음을 경고해 왔다. 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슬금슬금 피해가며 수동적으로 참여를 해 달라는 정치권의 일방주의로 인하여 유권자의 정치냉소주의가 팽배해 지고 있음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유권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여의도 정치권의 고장 난 시계는 최소한의 알권리마저 무시하며 늑장 공천, 배짱 공천으로 후보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책공약을 만들어 제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정당 또한 자신들의 매니페스토를 조기에 발표하지 못함으로써 언론과 시민단체들에게 비교, 검증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는 공천이면 당선이라는 오만함을 보이며 후보자간 합의 한 TV 토론이나 각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정책토론회마저 실종시키는 어이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내용 없는 안정론과 견제론,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를 위한 미래비전과 정책대안을 놓고 경쟁하기 보다는 애매모호한 선언적 공약이나, 각 정당의 역사와 철학에 바탕을 둔 차별화 된 책임공약을 실종되고 그 자리에 자리 잡은 백화점식 선심공약의 나열, 과거의 경력과 화려한 말잔치가 아닌 자질과 능력으로 검증받으라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경고를 무시하고 유권자들에게 수동적 참여를 강요했던 정치권 전체의 무책임과 무성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위한 고민보다는 관리 위주의 소극적 법 적용과 규제적 접근으로 다양화된 유권자의 참여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사회적 공기로서의 제 역할을 기대했던 언론마저 차분하게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을 비교 검증해 주기 보다는 혼란스러운 여론조사로 감각적 관심만을 키웠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매니페스토 선거를 위해 노력해 온 실천본부도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정치참여의 방법을 제공하지 못했고, 더 넓게 다가서지 못함을 반성하며 많은 성찰을 통해 대안을 제출할 것이다.
이제는 원활한 대화와 소통,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실천본부는 매니페스토 선거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으로 대의제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창조를 해 나가자는 제안을 아래와 같이 하고자 한다.
하나. 정치권의 정책생산능력 향상
- 각 종 정보공개 활성화와 정치지망생 지원을 위한 관련법 제정 및 개정
- 국회 입법조사처 활동 활성화 및 협력방안 확대
- 시민사회단체의 정책 발굴 및 제안활동 활성화
둘. 원활한 정책 유통을 위한 법 제도 정비
- 출마자와 출마예정자의 유권자와의 자유로운 상시 대화와 소통을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
- 후보자선출을 조기에 확정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과 이를 반영한 당헌 당규 개정
- 책임 있는 정당 매니페스토의 조기 제출과 정책토론희 의무화 및 효과적인 방법 모색
- 상시적 유권자 참여 정책제안 운동과 시민교육 강화
셋. 매니페스토 이행과 지원활동 강화
- 모든 공직선거에서의 매니페스토 제출 의무화
- 공약 이행을 위한 공무원, 지역유권자 등 관련자 교육 연수 지원
- 정기적인 이행점검을 위한 다양한 토론회와 학술대회 개최
-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등의 공동 세미나 워크숍 등 기획 추진
넷. 사회공기로서의 언론 역할 제 조명
- 여론조사방식과 내용의 개혁과 상시적 정책수요조사 기획, 추진
- 매니페스토 언론 보도방안 개발 및 활성화
우리는 대한민국의 힘을 믿는다. 어려울 때마다 위기를 극복해 내던 국민들의 힘과 지혜를 기억한다. 흔들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보내주는 힘과 지혜로 바르게 세워질 것이다. 원활한 대화와 소통으로 상생하는 정치는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과 참여로 꼭 실현될 것을 굳게 믿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8년 4월 10일
4. 관련 기출 논제 - 2008학년도 연세대 수시 2-2 인문
아래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가] 중(中)이란 치우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며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이다.
*
군자는 중용(中庸)에 따라 행동하고 소인은 중용에 반(反)하여 행동한다.
*
군자의 중용이란 군자의 덕을 갖추고 있으면서 때에 따라 중(中)에 맞추어 행동함이다. 소인이 중용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소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함이다.
*
군자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따라 행하고 그 밖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 부귀한 처지에 있다면 부귀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고, 가난하고 천한 처지에 있다면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오랑캐와 같은 처지에 있다면 오랑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환난에 처해 있다면 환난에 처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군자는 어떤 처지에 놓인다 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다. 윗자리에 있을 때에는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아니하며, 아랫자리에 있을 때에는 윗사람에게 매달리지 아니한다. 자기를 바르게 하고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으면 원망이 없게 될 것이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않고 아래로는 사람들을 탓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하게 처신하면서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것을 행하면서 요행을 바란다.
*
문왕과 무왕의 정치가 보여주었듯이, 걸맞은 사람이 있다면 그 정치가 흥성하게 될 것이고 걸맞은 사람이 없다면 그 정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무릇 정치는 갈대와 같다. 정치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있다.
*
중용의 도리는 지극(至極)하도다! 백성들 가운데 중용의 도리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
도가 행하여지지 못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지혜로운 사람은 너무 지나치고 어리석은 사람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가 밝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나는 안다. 어진 사람은 지나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 있고 벼슬과 봉록을 사양할 수 있으며 날카로운 칼날도 밟을 수 있지만, 중용의 도리는 쉽게 실천할 수 없다.
[나] 우리는 이제 대다수의 국가와 사람들에게 최선의 정치질서와 생활방식이 무엇인가를 고찰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도달할 수 없을 정도의 우수성이나 예외적인 재능과 특별한 시설을 요구하는 교육 수준 또는 이상적인 상태를 성취하는 정치질서를 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생활과 대다수의 국가가 향유할 수 있는 종류의 정치질서에만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 중략 …]
우리가 <윤리학>에서 나온 언명들, 곧 (1) 진실로 행복한 생활이란 모든 장애로부터 벗어난 선의 생활이며, (2) 선이란 중용에 있는 것이라는 언명들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최선의 생활방식은 중용에, 즉 각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중용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아가 시민들이 좋은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나쁜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가를 결정하는 기준들은 정치질서를 평가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질서란 시민들의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에는 세 개의 계급이 있다. 아주 부유한 사람들, 아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계급 [… 중략 …]
국가는 가능한 한 평등하며 동등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되고자 한다. 다른 어떤 계급보다 중간계급이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중간계급에 기초를 두는 국가가 최선의 질서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중간계급이야말로 국가를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간계급은 다른 어떤 계급보다도 안전하다. [… 중략 …]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의 물건을 탐내지도 않고 부자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물건을 탐내지도 않는다. 또한 부자들처럼 다른 사람에 대하여 음모를 꾸미지도 않고 가난한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 반(反)하여 음모를 꾸미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안전한 생활을 영위한다. 포킬리데스(Phokylides)1)의 소망은 옳았다.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좋은 점이 많다.
나도 국가의 중간계급이었으면 좋겠다.
이제까지 논의한 것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점이 분명해진다. 첫째, 최선의 형태를 가진 정치사회는 권력이 중간계급의 손에 있는 사회이며, 둘째, 중간계급의 규모가 큰 국가가 좋은 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계급의 규모는 가능하다면 다른 두 계급을 합한 것보다 크거나, 아니면 적어도 두 계급 중 어느 하나보다는 커야 한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중간계급이 어느 한쪽에 가세하여, 서로 적대하는 양 극단 중의 어느 하나가 국가를 지배하게 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구성원들이 적절하고 알맞은 재산을 갖고 있다면, 이는 그 국가에 아주 좋은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산이 많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재산이 전혀 없는 경우, 그로 말미암아 극단적인 민주주의 또는 단순한 과두정치 심지어 폭군정치까지도 초래될 수 있다. 중간계급이 지배하는 정치질서나 혹은 그와 유사한 정치질서로부터는 이러한 폭군정치가 나올 가능성이 훨씬 작다.
[다] 어떤 사람도 독창성이 인간사에서 가치 있는 요소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진리를 발견해서 예전의 진리가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고, 보다 계몽된 행위와 더 나은 취향과 새로운 감각의 모범을 보인 사람들은 이 세상에 항상 필요하다. 기존의 방법과 관행이 완벽하다고 믿지 않는 한, 이러한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공헌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시도로 기존의 관습을 어느 정도라도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은 인류 전체로 볼 때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소수가 세상의 소금이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우리 세상은 고여 썩어가는 물 웅덩이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좋은 것들을 소개하고,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생명력을 유지시켜 주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만일 세상에 더 이상 이루어져야 할 것이 없다면, 인간의 지성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로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옛 관행을 답습하는 사람들은 왜 그것이 행해지게 됐는가를 망각하고 마치 소처럼 그것을 따라가게 된다. 아무리 좋은 신념이나 관행이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기계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만약 항상 새로운 독창성을 가지고 신념과 관행이 인습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신념과 관행은 조그마한 충격에도 버티지 못할 것이며, 비잔틴 제국에서와 같이 문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천재는 극소수이다. 천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있어야 한다. 천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천재는 천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개성이 강하다. 천재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제한된 몇 가지 유형에 적응하기 어려우며, 만약 그렇게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천재들이 소심하게 행동하여 강제적인 틀에 적응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그래서 자신의 재능이 억압되는 데 동의한다면, 사회는 그 천재들로부터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강한 성격을 소유하여 이 굴레를 타파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보통 사람으로 축소시키는 데 실패한 사회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어 ‘난폭한 사람’, ‘괴팍한 사람’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나이아가라 폭포에게 왜 네덜란드 운하처럼 둑 사이를 온순하게 흐르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라]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속성을 통계적으로 대표하는 값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료의 분포상태를 하나의 수로 나타낼 때는 먼저 그 분포의 중심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료 전체의 중심적인 경향이나 특성을 하나의 수로 나타내어 자료 전체를 대표하는 값을 ‘대표값’이라고 부른다.
대표값의 종류로는 ‘평균값’, ‘중앙값’, ‘최빈값’ 등이 있다. ‘평균값’은 모든 관측값을 다 합한 후에 그 합을 전체 개수로 나눈 값이다. ‘중앙값’은 모든 관측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최빈값’은 주어진 관측값들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값이다.
평균값은 극단적인 값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며 균형을 유지시키는 무게 중심에 비유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값들이 많이 관찰되는 경우에는 자료를 작은 값부터 큰 값까지 크기순으로 나열하여 계산한 중앙값이 자료 전체의 속성을 보다 잘 대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료가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최빈값, 즉 자료의 값들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값이 대표값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세 가지 대표값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아래의 표는 인천지역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의 하루 평균값을 아홉 개 구역별로 정리한 것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는 ㎍/㎥단위로 측정하며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대기환경기준은 하루 평균 100㎍/㎥이다.
|
강화군 |
남구 |
동구 |
부평구 |
서구 |
연수구 |
남동구 |
계양구 |
중구 |
미세먼지(㎍/㎥) |
31 |
57 |
59 |
61 |
64 |
67 |
67 |
67 |
72 |
아홉 개 구역의 평균값은 모든 값들을 더하여 전체 개수(9)로 나눈 것으로 약 60.6 (㎍/㎥) (≒[31+57+59+61+64+67+67+67+72]/9)이다. 중앙값은 자료를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이므로 64(㎍/㎥)가 된다. 최빈값은 가장 많이 관찰된 값이므로 세 번 관찰된 67(㎍/㎥)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강화군은 다른 구역에 비해 미세 먼지의 농도가 낮다. 이 때문에 무게 중심으로 비유될 수 있는 평균값은 중앙값이나 최빈값에 비해 작아진다.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에서 ‘중용’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비교하시오.
[문제 2] 제시문 (다)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와 (나)의 주장을 각각 평가하시오.
[문제 3] 제시문 (라)에 설명된 대표값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제시문 (가), (나), (다)의 주장을 각각 논의하시오.
1) 포킬리데스: 고대 그리스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