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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홍은 부하직원 두 명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영태와 민용
수였다. 모두 20대 중반으로 그갸 용역회사를 운영했을 때부터 같
이 일해왔던 직원들이다. 김한과 같이 일하기로 결정한 오석홍이
회사일을 절리하면서 나머지 직원들은 내보냈으나 이들 두 사람
은 남겨두었는데 제각기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태는 부동
산회사에서 2년쯤 일해왔기 때문에 서울바닥의 골목까지 훤히 례
었고, 민용수는 용역회사의 간판 해결사였다. 본인은 복싱 라이트
헤비급 한국 챔피언을 지냈다고 하는데 확인하지는 않았다.
오석홍이 이태원의 조이클럽에 들어선 것은 밤 11시경이었다.
클럽의 11시는 한창 붐비는 시간이다. 사람들로 가득찬 홀안으로
들어선 그는 곧 안쪽의 테이블에 앉은 이영태와 민용수를 찾아냈
다. 그들은 제각기 여자들과 짝이 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
이미 술기운이 번진 얼굴로 민용수가 소리쳤다. 각진 얼굴에 코
뼈가 비틀어져서 험악한 인상이었다.
「먼저 한잔 했습니다. 」
옆자리에 앉은 오석흥이 이영태를 바라보았다.
「별일 없었지?.
「예 , 끝냈습니다. 」
이영태가 가슴 주머니에서 접혀진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이정일의 주변인물,그리고 집의 약도와 경호원의 배치상황까
지 모두 적었습니다. 」
종이는 4×6절지로 여러 장이었다. 머리를 끄덕인 오석흥이 종
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당분간 너희들은 잠수함을 타. 내가 연락할 때까지 사무실에
도 나타나지 마라.」
「언제까지 말입니까?.
「길어야 일주일. 그 동안 내가 연락을 할 테니까.」
「무슨 일인지 저희들이 알면 안 됩니까?.
소음이 컸으므로 이영태가 얼굴을 바짝 붙이고는 목소리를 높
였다
「저희들이 도와드릴 일이라도‥‥」
오석홍이 앞쪽에 앉은 민용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여자의 어깨
를 끌어안은 그는 이야기에 열중해 있었다.
「너회들은 모르는 것이 낫다. 」
주머니에서 봉투 두 개를 꺼낸 오석홍이 이영태에게 내밀었다.
「그 동안 쓸 돈이다. 충분히 넣었지만 아껴 써 .」
「요즘은 우리 회사 자금사정이 든든한데요.」
봉투를 받은 이영태가 활짝 웃었다. 어느새 여자와 이야기를 그
친 민용수에게 그는 봉투 한 개를 던져주었다.
「깊숙이 잠수하고 있겠습니다. 형님 , 연락이나 빨리 주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오석흥이 그들을 둘러보았다.
「뒤를 조심해, 알았지?.
이영태와 민용수가 조이클럽을 나왔을 때는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그들은 제각기 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을 옆에 끼고 있었는
데 민용수는 조금 비틀거렸다. 주량이 세었지만 오늘은 금일봉까
지 받은 김에 정량을 넘긴 것이다. 민용수가 근처의 호텔로 가자
는 것을 제지한 이영태는 택시를 잡았다 됫자리에 셋을 밀어넣고
앞자리에 앉은 그가 서두르듯 말했다.
「아저씨 , 논현동으로 갑시다. 」
택시가 출발하자 민용수가 물었다.
「논현동엔 왜?.
「가보면 알아, 인마.」
「하긴 그쪽에 일급호텔이 많지 .」
논현동까지는 금방이었다 사거리 근처에서 앞장서 내린 이영
태가 주춤대며 서 있었으므로 민용수가 그를 소리쳐 불렀다.
「야 인마. 어디 가는 거야?.
술이 깬 그가 골목 안으로 따라 들이서자 이영태가 바짝 다가
왔다.
「미행이 붙었다. 」
낮게 말했지만 민용수는 온몸을 굳혔다. 골목 밖의 인도에는 아
직 두 여자가 서서 이쪽을 흘낏거리고 있다.
「클럽을 나왔을 때부터야, 빌어먹을. 차로 여기까지 따라왔다. 」
이영태가 민용수의 어깨를 밀었다.
「가서 여자들을 데려와, 어서 .」
밖으로 나간 민용수가 실랑이 끝에 여자들을 데리고 왔을 때는
10분쯤이 지난 후였다 그들은 이영태를 앞장세우고 걷기 시작
했다.
「오빠, 어디루 가요?.
이영태의 짝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짜증기가 배어 있었
다.
「끝내주는 데가 있어 . 따라와.」
「싫어 . 나 갈래.」
「곧 큰길이 나와. 갈 테면 그곳에서 가.」
62 유라시아의 꿈
골목은 마치 미로처럼 엉켜 있었으나 앞장선 이영태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윽고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모퉁이를 돈 이
영태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쭉 나가면 큰길이다. 그곳에서 너희들은 기다려 .」
이미 잔뜩 화가 난 여자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이영태가 민용수의 팔목을 잡았다.
「우리는 이쪽으로.」
그가 이끈 곳은 반대쪽 골목이다.
「서둘러 , 놈들이 곧 따라붙을 거야.」
「놓쳤어? 병신같은 놈들.」
버럭 소리쳤던 백준호가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새벽 2시였
다. 오석홍을 미행하던 부하들도 놓쳤으니 양쪽 모두 놓친 셈이었
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백준호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미행은 따돌리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미행자
10명을 붙여도 도망칠 놈은 도망친다 중요한 것은 미행 사실을
모르도록 해서 목표의 경계심을 늦추는 것이다. 잡는다면 한 사람
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미행을 알고 도망치는 놈들에 대해서
는 역부족이다. 그는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오석홍이나 그의 부
하들은 번번이 미행을 따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요즘들어 더
욱 심해졌다. 수화기를 든 그는 다이얼을 눌렀다.
다음날 아침, 김한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메이슨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를 맞았다.
「김 , 갑자기 보자고 해서 미안합니다. 」
자리에 앉자 그가 정중히 말했다. 오늘따라 양복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이었다. 언제나사무실에서 단둘이 만났으므로 차 대
접이 있을 리가 없다. 메이슨이 헛기침을 했다.
「김,지난달에 돈이 입금되지 않은걸 알고 있지요?.
「압니다. 통장을 만들기가 조금 힘이 들었기 때문인데 거의 끝
나갑니다. 」
김한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 일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겁니까?.
「그 일도 그렇고 남은 헤로인이 2킬로그램 정도 되지요? 우리가
구매자를 정해 두었습니다. 」
그가 탁자 위에 쪽지를 밀어놓았다.
「이 사람이 남은 혜로인을 살 겁니다. 」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을 뿐이다.
「오늘밤 열시 정각에 그 번호로 전화를 하면 약속이 될 거요.」
메이슨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반강으로서는 마지막 장사를 하는 셈이지요. 이제 더 이상
이반강을 사용하면 위험합니다. 」
머리를 」1덕인 김한이 주머니에 쪽지를 넣었다.
「요즘 아파트나 사무실 근처에서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
다. 」
시선이 마주치자 김한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래서 항상 쫓기는 기분이 든단 말입니다, 불안하고.」
메이슨이 머리를 』1덕 였다.
「물론이오, 최기수가 사진까지 돌린 상황이라‥‥ 어쨌든 나도
당신 뒤를 살필 테지만 조심해야 됩니다. 」
택시에서 내린 김한은 곧장 길을 따라 걷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의 앞쪽은 다시 4차선 도로로 뚫려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나온 그는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곧장 가십시다. 」
합승이었으므로 사거리를 건너 1킬로쯤 달리다가 내린 그는 도
로를 횡단하여 반대편의 인도에 섰다. 마침 빈 택시가 왔으므로
그는 재빨리 세우고는 몸을 실었다
「장충동으로 갑시다. 」
이제까지 온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그가 장충동 안쪽에 위치한
이층 저택 앞에 섰을 때는 오후 4시경이었다. 철제 대문 옆의 벨
을 누르자 곧 가벼운 금속 마찰음과 함께 소리없이 대문이 열렸
다. 안쪽은 20평쯤 되는 직사각형의 정원이었고 건물의 현관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가 다가온 김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시 느라 고생 하셨습니 다. 」
마치 김한의 행적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다
「내가 윤재성이오.」
김한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서너 명
의 사내가집안에 있었으나그들을보자 일제히 비켜섰다. 집안은
넓었다. 넓고 장식이 화려한 응접실에 둘이서 마주앉자 윤재성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리고 확인도 쉽지 않았
고·'..」
40대의 윤재성은 검은 피부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다. 그가 말
을 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일련의 사건들을 맞춰보고 나서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
그는 안전기획부의 간부였다. 어제 오후에 김한은 안전기획부
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김한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
머리를 끄덕인 윤재성이 얼굴을 부드럽혔다.
「아직도 우리쪽에 대해서 신뢰감을 갖지 못하고 계신 것도 압
니 다. 」
「CIA와 한국의 안전기획부가 공조체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들어
서 요.」
「한국은 독립국가입니다. 서로 협조관계이지 종속관계는 아니
지 요.」
「어제는 모험을 한 겁니다. 」
「잘하신 겁니다. 」
문이 열리더니 찻잔을 든사내가들어섰으므로 그들은 잠시 말
을 멈췄다. 인삼차를 두어 모금 마시고 난 윤재성이 입을 열었다.
「CIA의 하수인 역할을 하신 것을 마약 관계부터 자세히 말해 주
시겠습니까?.
그가 조심스런 표정으로 김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사일 구매관계 공작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지요.」
머리를 끄덕인 김한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피에르 김이었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되겠군요.」
「오석홍의 부하 두 명은 오늘도 보이지 않습니다. 」
백준호가 밴의 뒤쪽 좌석에 기대앉은 메이슨에게 말했다. 밴은
강남대로를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았고 집에도 없습니다. 」
사무실에는 오석흥 혼자서만 앉아 있는 것이다. 저녁 7시가 되
어가고 있었다. 퇴근시간이어서 신호등에 막혔던 밴은 한참만에
야 겨우 사거리를 건넜다.
「김한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나?.
머리를 든 메이슨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후 2시에 사무실을 나
간 김한의 종적이 묘연한 것이다 미행 두 명을 붙였지만 을지로
전철역 근처에서 놓치고 말았다.
「예 , 아직 .」
「오늘 아침에 감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 나찬테 말이
야.」
시선이 마주치자 메이슨이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내가 조심하라고 해주었는데, 우리가 감시하고 있는
것을 아는 눈치였어 .」
「요즘 들어 자주 종적을 감춥니다. 오석홍이도 그렇고 부하들
도‥‥」
「미행이 서툴기 때문이 아닐까?.
메이슨의 시선을 받은 백준호가 입맛을 다셨다
「차라리 알고 있는 바에야 동행시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이젠 때가 늦었어 .」
「우린 줄 안다면 한사코 도망치는 것도 수상하단 말입니다. 」
메이슨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에 있건 오늘밤 일은 마치겠지. 이번이 이반강의 마지막
업무니까.」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는데도 병원의 로비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환자의 가족들로 병실에서 환자와 함께 기거하는 사람
들이다.
무겁고 지친 분위기의 로비를 지난 김한은 안쪽의 엘리베이터
앞에 다가가 섰다. 천호동의 한일병원은 15층의 대형 종합병원이
었다. 빈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므로 그는 안으로 들어가 12층의 버
튼을 눌렀다. 교환장소는 12층의 8호실인 것이다. 그가 쥐고 있는
가죽가방에는 헤로인 2킬로그램이 들어 있었다. 현금 20억원과
교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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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싸, 항상 감사
감사합니다
즐감
잘 보고 갑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