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 <43>아산 영인산과 온천
<아산은 작은 고을임에도 온양온천ㆍ아산온천ㆍ도고온천 등 세 군데에서 물이 솟을 정도로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인 온양온천은 백제 때는 온정(溫井),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 조선시대 이후에는 온양(溫陽)이라고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 길다. 온양온천역
또는 천안아산역을 이용하면 쉽게 아산의 명산 영인산을 둘러보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아산의 진산 영인산(靈仁山ㆍ363.6m)은 영인면과 염치읍, 인주면에 걸쳐 있는 충남의 명산이다. 산세가 험준하지만 사람이
전혀 다치지 않고, 산꼭대기에 우물이 있어서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면 매우 영험하기에 ‘영인’이란 이름을 얻었다.
또한 아산의 지명을 낳은 것도 영인산이다.
영인산 기슭에 어금니 형상의 어금니바위(부처바위)가 있는데, 아산(牙山)의 ‘어금니 아(牙)’자가 이 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괴석이 신기한 부처를 이루어 3년 동안 다섯 원(사또)을 갈려 보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금니바위’는 아산의 자존심 같은 존재로 추측된다. 영인산은 아산만은 물론 경기도 최남단 지역까지 훤히 굽어볼 수 있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우리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뎠다.
청일전쟁 때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청나라 군사들이 아산만 갯벌로 상륙하는 광경을 지켜봤고,
6ㆍ25 때에도 남북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으며 미군이 37년 동안 주둔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 그러다 1980년 말 미군
부대가 이전한 뒤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비로소 아산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산행은 영인산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깃대봉과 신선봉, 영인산성, 상투봉을 두루 둘러보고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좋다. 거리는 6.5㎞ 3시간쯤 걸린다.
들머리는 휴양림 위쪽 수목원 입구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수목원으로 가는 길이 등산로다.
영인산 수목원은 2000년 대형 산불로 황폐화된 삼림을 복귀하고 시민에게 자연학습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개장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흙길을 따르다 보면 영인산의 주봉들인 신선봉, 깃대봉, 연화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임도길은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산림박물관 근처에서 잠시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미군이 지었다는
넓은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흐느재다. 다시 길을 나서면 잠시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쌍둥이 탑을
만난다. 1998년 24m 높이의 규모로 연화봉에 세워진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다.
영인산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상징적인 조형물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크다. 영인산 주맥이 흐르는 산줄기를 파헤치며
꼭 저렇게 큰 탑을 세워야 했을까. ‘쩝~’ 입맛을 다시며 아기자기한 암릉을 따라 오르면 깃대봉에 올라붙는다.
깃대봉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이다.
깃대봉 직전 철조망이 둘러쳐진 작은 건물은 옛 탄약고이고, 정상에 대공포를 보관했던 건물은 잔해만 남아 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군이 이 봉우리에 일장기를 꽂았다.
그래서 이름이 깃대봉이다. 정상 일대에서 나뒹구는 시멘트 덩어리 중에는 일장기를 받치던 기둥이 있을지도 모른다.
깃대봉에는 한자로 음각된 글자(영인산)가 새겨져 있다. 누가 언제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척 보기에도 매우 잘 쓴 글씨처럼
보인다.
윤병준씨에 의하면 수백 년 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깃대봉에서는 북쪽으로 아산호, 북서쪽으로는 삽교방조제가
보이고, 멀리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가 아스라하다.
깃대봉에서 영인산 최고봉인 신선봉까지는 옛 군부대에 깔았던 시멘트 계단이 이어진다. 신선봉에는 거대한 잎사귀 모양의
세련된 전망대가 설치되었는데, 이 역시 한국군이 주둔하면서 만든 군사 시설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전망대 앞으로 너른 공터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잠시 주저앉아 멀리 아스라한 삽교천을 바라다보는데, 남녀노소 많은 아산 시민이 신선봉을 거쳐 간다. 정상은 삼거리로
동쪽 급경사 길은 세심사 방향이고, 상투봉으로 가려면 영인산성을 따라 이어진 ‘천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길에서 몸이 허공에 뜬 것 같다. 무릎에 좀 무리가 가지만 고도감으로 몸은 짜릿하다.
중간쯤 내려가자 돌을 고기 비늘처럼 잘 다듬어 쌓은 영인산성 성벽이 나타난다.
백제의 초기 석성으로 추정하는 영인산성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산마루에 옛성 두 개를 연해서 쌓은 신성산성이
있는데, 그 북쪽 성은 돌로 쌓은 것으로 주위가 480척에 높이는 10척이며, 안에 우물 하나가 있는데 날이 가물면 이곳에
비를 빈다.
그 남쪽 성은 흙으로 쌓은 것이 주위가 480척에 높이가 4척인데, 옛날에 평택 사람이 난리를 피하여 우거한 사실이 있어
평택성(平澤城)이라 이름 했다.”라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신성산성이 바로 영인산성이다.
영인산성을 내려와 왼쪽 오르막을 따르면 다시 흐느재 헬기장을 만난다. 여기서 임도길을 따르면 수목원 본관과 온실을
지닌다.
이곳에 수목원 숲해설가가 상주하며 각종 생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실을 지나면 수목원 습지학습지구에 거쳐 상투봉 가는 길이다.
호젓하고 걷기 좋은 흙길이 잠시 이어지다 급경사 나무 데크가 펼쳐진다. 가까이서 보니 상투봉은 전체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호흡하며 한발짝 한발짝 계단을 오르자 어느새 상투봉 정상이다. 정상은 전체가 나무 데크로 깔렸다.
상투봉은 주능선에서 500m쯤 떨어져 있어 영인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간에 기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인산과 아산만 일대를 조망하는 맛이 기막히다.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다 내려오면 곧 휴양림이다.
▨주변 명소
온양온천ㆍ아산온천ㆍ도고온천 = 온양온천은 태조ㆍ세종ㆍ세조 등이 이곳을 자주 찾았고, 특히 세조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지 신천(神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영조ㆍ정조도 온궁(溫宮)이라는 별장을 지어놓고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온양온천에서는 온양관광호텔(041-545-2141)과 온양팔레스호텔(041-541-4811)의 온천이 좋다고 알려졌다.
신천탕(041-545-7777)은 1960년 국내 최초로 지어진 현대식 온천이다.
영인산자연휴양림에서 가까운 아산온천은 온천테마파크가 조성된 아산스파비스(041-539-2000)가 유명하고,
도고온천에서는 파라다이스 도고스파(041-537-7100)가 시설이 좋다.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천안논산고속도로 남천안IC로 나와 찾아간다. 대중교통은 기차가 편하다.
천안역에서 환승하면 온양온천역에 닿는다.
영인산자연휴양림 가는 버스는 온양온천역 앞의 온양온천 버스정류장에서 600번, 601번, 610번 버스를 타고
영인농협에서 내린다.
아산온천지구의 낙원가든(041-541-6866)은 앉은뱅이 갈비탕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도고온천 근처 길조식당(041-542-0370)은 33년 역사를 자랑하며 호박국수와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사진 설명>상투봉에서 바라본 영인산의 전경. 왼쪽으로 깃대봉과 연화봉이 보이고, 가운데 수목원 건물 뒤로
아산만이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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