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 16시에 약속이 있어 07:10 우등고속으로 내려가다 일년에 몇번씩 지나가지만 한번도 들리지 못한 하숙집을 찾고 싶어서다 졸업한 태안중학교를 가다 그 크던 운동장이 작다 학교도 페인트도 바래고 정돈된 아늑한 느낌이 없어 아쉽다 배움의 전당인데 모습만으로도 교육인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잊어버렸던 교훈도 목청껏 불렀던 교가도 새삼스럽다 박목월은 아마도 와보지도 않고 작사했을 것 같다
학교뒤의 성당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오늘 약속 취소란다 화가 나서 그럴거면 그만두라고 말하다 학교행사로 산행도 결혼식참석도 취소하고 왔는데 왜이리 무책임한 사람들이 많은지...
49년을 거슬러 하숙집을 찾아간다 향교옆으로 그 곳 같은 곳으로 가니 전에 없던 절이 들어서 있다 집도 많고 도로도 많아서 이사갔을 수도 있어서 찾을 확률은 10%쯤 되지 않을까 하엿튼 마음은 설레인다 그 꿈많던 철부지 중3시절이니...
골목에서 할머니 두분이 열무를 다듬고 있고 옆의 고추밭에서 아주머니가 고추따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묻는다 제가 49년전 1968년에 이근처에서 하숙했는데 그 집 아들이 예산농고 다녔고 씨름선수였는데 혹시 아십니까 하고
할머니 한분이 자기 아들도 예산농고를 다녔고 하숙을 쳤지만 친척만 쳤단다 이런 얘기를 듣던 아주머니가 항열오빠아니냐고 한다 얼마나 반갑고 놀랐는지 말하던 할머니는 그 때 밥해주시던 아줌마다 이젠 90세가 넘어 잘 못알아듣지만 아주 건강하시다 고추아주머니는 그당시 국민학교 4학년이던 유연심으로 이 집 7남매 중 막내이다 지금 57세인데 20여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어 혼자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집은 새로 지어 그 당시 툇마루에서 태안시내를 내려다보던 모습은 없다 한참을 그 때로 돌아가 얘기를 나누다 물론 룸메이트인 이목운얘기도 많이 하다 이대표가 이집의 친척이었던 것이다 오빠 연명이가 성내동살고 있다고 하여 통화하고 곧 만나자고 하다
태안현청 경이정을 둘러보고 우리문구의 조한두를 만나보고 태안국민학교와 향교사이로 백화산으로 향하니 동학혁명위령비가 있고 이윽고 태을암이다 국민학교시절 자주 소풍온 추억가득한 곳이다 매애불보고 바위위의 바둑판이 반갑다 땀을 많이 흘리고 정상에 서니 훌륭한 전망이 흐린 날씨로 멀리 못보아 아쉽다
흠뻑 젖은 땀으로 갈증이 심하다 마침 서울에서 온 부부가 커피 냉차 김밥을 준다 구세주이다 나는 주변 풍경을 설명해 주다
하산길은 백화산의 백미인 동부능선이다 즐기면서 내려오는데 뒤에서 외국인이 온다 태안초등 원어민교사인데 미국 포트랜드에서 오다 5년됬으며 한달후에 중국으로 간단다 한국오기전에는 불가리아에서 살았단다
밧줄도 타며 잘 내려오다가 모래에 밀려 엉덩방아를 찧다 약국에서 약을 사 손바닥 생채기 바르고 왼팔목과 엉치에 파스바르다 재작년 내연산에서도 모래에 밀려 크게 다쳤는데 순두부찌개먹고 페파민트차 마시고 카톡하고 사우나하고 17:40우등고속 지금 막 출발한다 참좋은 과거여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