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m 대형 거미줄 쳐… 아마존에서는 5만마리까지 함께 살아요
군단거미
거미는 보통 한 마리씩 거미줄을 치고 살아요.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타란툴라도 대부분 단독 생활을 하죠. 세상에 3000종쯤 되는 거미 중에는 땅에 사는 땅거미와 물에 사는 물거미도 대개 혼자예요. 남미의 군단거미는 5만마리까지 집단을 이루고 살며 혼자서 못하는 일을 모여서 함께 해내요.
군단거미는 페루의 아마존 정글에서 커다란 텐트 같은 거미줄을 쳐요. 이 거미줄은 깔때기 모양이고 길이 7.6m에 폭이 1.5m로 커다란 천막 같아요. 수만 마리 군단거미가 저마다 거미줄을 뽑아내어 집을 짓다보니 깔때기 모양이 되는 거예요.
나뭇가지 사이의 이 텐트 같은 거미줄에 먹이가 걸리면 작은 붉은색 거미들이 우글대며 달려들죠. 먹이를 뜯어내느라 거미줄이 망가지면 또 우르르 몰려들어 거미줄을 고칩니다.
대규모 군단을 이루고 사는 이 거미는 '아넬로시무스 엑시미우스' 또는 군단거미라고 해요. 크기가 4.4~6.0㎜에 불과하지만 수천 마리 이상 무리 지어 다녀요. 아마존 정글에서는 5만마리까지도 무리를 이뤄요. 다른 거미와 마찬가지로 눈 8개에 다리도 8개예요. 연중 번식하는데 17~53개의 알을 낳고 알은 20~30일 만에 부화해요. 2개월이면 번식할 수 있는 크기로 자라고 수명은 94~103일이에요.
군단거미는 사회생활을 해요. 이들이 사는 세상에는 개미나 벌처럼 여왕거미는 없지만 일거미도 따로 없어요. 다들 형편에 따라 일하고 번식도 해요. 알을 충분히 낳고도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한 암거미가 알을 낳아요. 계급이 없고 명령과 복종이 없어도 큰 거미줄 위에서 북적북적 살아요.
가끔 아마존 정글의 폭우에 거미줄이 망가져요. 이럴 경우 군단거미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어 재빨리 고쳐요. 여러 마리가 기여하기 때문에 각각 거미줄을 많이 뽑지 않아도 돼요. 커다란 먹이가 걸려들면 무리로 달려들어 잡고 나눠 먹어요.
보통 수천~수만 마리가 모여 살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군단거미는 1000마리 정도 규모로 생활할 때 가장 효율성이 높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집단이 너무 커지면 간혹 몇 마리가 집단에서 빠져나와 새 집을 차리기도 합니다. 안전한 곳에서 보장된 기회를 박차고 나와 집을 지으면 새로운 거미줄에 다른 거미들이 찾아와 금세 숫자가 늘어나죠. 또 번식이 빨라 새끼가 늘면서 덩달아 거미줄도 커져요. 페루 아마존 정글에는 100m에 이 거미줄이 한두 개씩 있는 지역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