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삶을 피워가기 위해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가끔씩 사람들과의 모든 만남이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꾸만 세상이 싫어진다. 나 자신조차 낯설게 느껴지고 세상의 높은 담벼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나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있을 것 같다는 가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살이나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상기의 말은 의외로 세계적인 코미디언이고 인기배우였던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1889~1977. 영국)이 한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바 세상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언어와 인종이 달라도 거의 모두를 공감하게 하는 특이한 존재였다. 그래서 행복의 상징이기도 했다. 표면상으로는 늘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상기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아스럽지 않은가. 심리학적 용어에 <가면성 우울증>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언짢고 괴롭지만 겉으로는 항상 웃음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어야 하는 경우에 겪는 여러 가지 병적인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식욕 부진이나 가슴 두근거림, 피로감, 불면증 따위의 증세도 나타난다. 날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 그러면서도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페르소나를 써야 한다. 그래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유지하면서. 이게 오늘날 우리들이 겪고 있는 초상이 아닐까. 요즘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정치인들. 밤낮이 없다. 불러주는 자리에는 어디든 간다. 미소를 지어가면서. 당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정치인뿐인가. 일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또는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도 블랙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서 표정 관리를 한다. 특히 다면평가에서 점수를 조금이라도 잘 받기 위해서. 가정으로 돌아가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의미의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배우자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함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들 애쓴다.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1인다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니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쳐가면서 수많은 각종 질병들을 얻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위장에 발생한 용종 몇 개정도 수술하는 것은 요즘에는 매우 일반적이지 않는가. 심장병은 또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가. 고도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애간장이 모두 녹는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에는 간염, 지방간, 간경화, 간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간 질환이 발병되고 있다. 현대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가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코미디언이자 희극배우였던 찰리 채플린 역시 집시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할머니가 집시인 롬(Rom)족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39세에 사망했고 어머니는 생활고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결국 정신질환에 걸려 사망했다. 억누를 수 없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였는지 정식으로 결혼한 여인들만 해도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자녀들 또한 엄청나다. 각종 오해를 받거나 중상모략을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들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을 수 있고 또한 힘든 결과물들이 또 악순환되어 그의 삶을 힘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면성 우울증이 심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우리 모두는 가능하면 주변의 상황과 환경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우리들의 삶을 멋지게 꽃피워 가보면 어떨까. 필요할 때는 주변의 상담 기관에 가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