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민을 위한 사법입니다.^^
제가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시승기를 쓰면서도 사진을 첨부하지 못하는 것을 항상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마을호 특실을 시승 주제로 하여 처음으로 서울에서 고향 광주까지 기차를 타고 오며 폰카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카메라폰을 산 것은 아니고, 어제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친척 누나가 한국에 두 달 동안 체류하며 외숙모로부터 빌려 썼던 휴대폰을 제가 받아서 광주에서 돌려 주기로 한 것입니다. 시승기에서 따로이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은 점과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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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50분, 신림동 관악교통 차고지에서 세풍운수 6513번을 타고 영등포역에 8시 40분경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바나나우유, 요구르트를 먹은 뒤 500원을 넣고 15분동안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대합실 컴퓨터에서 카페에 잠시 들어왔다가 출발 시간이 다가와 4분 정도를 남겨 두고 아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_-;
따로 승차권 제시를 하지 않고 개찰구를 통과, 승차홈에 내려가서 기다리니 잠시 뒤 내가 타고 갈 용산발 목포행 새마을호 제1061열차가 MTU16V396TC14엔진 특유의 낮은 구동음을 내며 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영등포역에 진입하는 새마을호 제1061열차
편성: 181(전부동차)-336(일반실)-318(일반실)-551(일반실)-343(일반실)-880(식당차)-623(특실)-138(후부동차)
영등포역에서 특실에 승차한 사람은 나 한 명 뿐이었고, 객실 내에 들어가니 앉아 있는 승객 역시 중년의 아저씨 한 분 뿐이었다. 손님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행선 새마을호 특실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좌석인 29호석에 앉았다. 나는 좌석에 앉을 때마다 넓직한 간격으로 인해 실감하는, 새마을호 특실만의 앞이 허전한 그 느낌을 무척 좋아한다.
특실 승객이 고작 두 명이어서 그런지 열차가 영등포역을 출발(예정 시간 9시 17분에서 1분 지연 출발)하자마자 여승무원이 이어폰을 가져다 주었다. 한 객실 안에 승객이 두 명 뿐이다 보니 실내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수원역에서 손님이 꽤 많이 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기회를 이용해서 특실 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연식 표찰
623호차로 대우중공업 92년식 차량이다. 사진에는 흐릿하게 나와 있지만 DRH-07이라는 모델명이 함께 씌어 있다. 얼마 전 전주에 갈 때 탔던 631호차 역시 같은 대우 92년식 차량이었는데도 모델명이 DRH-08이었다. 두 모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언제 봐도 듬직한 새마을호 특실 좌석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뒷면에서 바라본 모습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1
앞뒤의 넓직한 간격이 느껴진다. 대한항공 국내선 비즈니스클래스(타 본 적이 없음) 및 고속철 특실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넓은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국내 대중교통수단 중 최고 수준의 앞뒤 간격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좌석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2
사진 몇 장을 찍다 보니 기왕 내 모습도 좀 찍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찍어 줄 사람이 없었다. 마침 여승무원님이 특실 맨 끝 좌석의 팔걸이에 걸터앉아 쉬고 계셔서 옆에 다가가 사진을 찍어 줄 것을 부탁드렸다. 시원시원한 성격이신 듯 뜻밖에 흔쾌히 사진을 찍어 주셨다.
내 모습
열차가 수원역에 들어서는 순간 찍은 사진이다. 승무원님은 사진을 찍자마자 안내방송을 하기 위해 황급히 달려가셨다. 자세히 보면 내 팔 옆으로 앉아 있는 승객의 머리가 보이는데 그 분이 다른 한 사람의 승객이다. 열차가 수원역을 출발한 뒤 승무원님이 와서 '사진 잘 나오셨어요? 다시 찍어 드릴까요?'하고 물어 오셨다. 정말 친절하신 분이다.
시승기와는 관계가 없는 말이지만 이로써 나는 고속철 여승무원과 함께 찍은 사진, 새마을호 여승무원이 찍어 준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_-;;
승객이 얼마나 탈까 했는데 수원역에서도 고작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탔을 뿐이었다. 여기서부터 서대전까지 한시간 20분여를 무정차로 달린다. 1061열차는 용산-영등포-수원-서대전-논산-익산-김제-정읍-장성-송정리-나주-함평-일로-목포역만을 정차하는, 현 고속철 체제에서는 그런대로 준특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아로 달리는 열차다. 열차가 평택, 천안, 조치원, 신탄진, 두계, 강경을 통과할 때는 기분이 무척 유쾌했다. 어느 열차의 다이아를 선호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호남선 열차의 다이아 중 광주발 용산행 새마을호 제1072열차와 서울발 목포행 고속철 제207열차의 다이아를 가장 좋아한다.
열차가 신탄진역을 통과하고 있다. 천안, 두계를 통과할 때의 모습도 촬영하려고 했는데 그 때 딴생각을 하다가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다.-_-;
한시간여동안 경부선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린 우리 열차는 달랑 네 명의 승객이 타 있는 특실을 연결한 채로 대전조차장에 도착하였다.
특대형기관차 여러 대가 서로 연결된 채 세워져 있다.

호남선분기점
인부들이 작업중인 가운데 두 개의 선로가 경부선, 그 뒤의 고가선로가 호남선 상행 열차가 경부선과 합쳐지기 위해 내려오는 철길이다.
서대전역 도착

유치원생들-1
서대전역 상행선 승차홈에서 유치원생들이 11시 1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고속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유치원생들-2
내가 탄 열차가 서대전을 출발하여 조금씩 속도를 높일 때 찍은 사진. 맨 왼쪽의 아이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인가?

서대전역 인근 철로에서 작업중인 인부들.
용산역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온 중년 승객이 서대전에서 하차했다. 서대전역에서는 한 명도 승차를 하지 않아 객차 안에는 나와 남녀 세 명만 남았다.
내가 탄 열차는 두계역을 통과하면서 우리 열차보다 영등포역을 20분 일찍 출발했던 여수행 무궁화호를 앞질렀다. 이 역은 최근 고속철 정차와 관련하여 동호회 회원들로부터도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인데..
나도 고속철 두계역 정차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고속철이 정차할 만한 충분한 수요가 있어서 정차역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철도의 주 고객 중 하나라는 군의 요구에 의해서 정차역이 된 것 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그러한 요구를 한 군 관계자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좀더 빠르게 이동을 하고 싶었겠지만, 정차역이 하나 늘어남으로써 전체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고속철을 이용할 능력이 되는 소수의 군 관계자들을 위해 고속철을 정차시킬 만한 충분한 수요가 없는 두계역에의 고속철 정차.. 부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군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국민이 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그 뒤 열차가 논산, 익산, 김제역을 지날 때까지 특실 내의 승객 판도(?)는 변화가 없었다.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었다. 가끔씩 뒤에 앉아 있는 남녀 커플이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시끄러운 휴대전화 대화 소리와 아이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가 진동을 하는 무궁화호만을 타다가 이렇게 조용한 차를 타니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돈도 없으면서 이러다가 새마을호 특실에 맛들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시트를 끝까지 리클라이닝하고 레그레스트에 종아리를 올리고 풋레스트에 발을 올려 놓고 누워 가는 느낌을 나에게 한 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이다.^^
마침내 승객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남녀 커플이 정읍역에서 하차한 것이다. 예상대로 정읍에서는 아무도 승차를 하지 않았고, 623호차는 완전히 내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장소에 관하여 논쟁을 벌일 때 쓰는 '네가 여기 전세냈냐?'라는 표현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정읍역을 출발한 후 나의 전세 객차가 된 623호차 실내를 앞에서 촬영한 사진.
일반적으로는 열차의 출발역이나 종착역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진 속의 열차는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호남선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같은 시간에 전세 객차를 뒤에서 찍은 사진.
열차가 장성역을 출발한 뒤에 여객전무님과 여승무원님이 특실 맨 뒷자리에 앉아 쉬고 계시는 것을 보고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 이 객차가 제 전세 객차가 되었네요.^^;
전무님: 그러게요. 이 객차 완전히 전세 내셨네.^^
나: 저는 철도동호회 회원인데 집에 내려가면서 새마을호를 타 보고 싶어서 이 열차를 탔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정말 없네요.
여승무원님: 평소에는 이 정도까지 손님이 없지는 않은데 지금 실시되는 고속철 할인 때문에 그래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자 쓰시는 객실이니까 편하게 가세요~' 하는 승무원님들의 인사를 받고, 자리로 돌아와 하차 준비를 하다가 열차가 송정리역에 들어서자 왠지 아쉬운 마음으로 도착홈에 발을 딛었다. 이제 623호차는 종착역까지 승객 없이 운행할 것이다.
송정리역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전 그 많은 특실을 타 봤어두, 함두 혼자서 간 적은 없었죠... 경부선이라서 그랬는지두..ㅎㅎㅎ
유치원 생도 KTX타는데 우리학교는.....
저는 구#189(청량리발 태백선경유 영주행)에서 전세내고 간적이 있죠^^; 특실은 구#166을 여수에서 서대전까지 타는데 여수에서 남원까지 전세를 냈죠. 사람이 워낙 없어서 특실서비스도 늦게 시작하더군요.
저도 구 #783열차를 전세냈지요. 다른데는 다 입석인데 우리만 특실같았지요, 특히 맨 앞이라 기관차 교대도 구경했구요..(선생님에게 맞아 죽을뻔 했습니다.)
ㅋㅋ 원주까지 강릉행 임시 아침열차 6호차 전세 -_-;; 대략 두계역은 KIN이라는 -_-;; 느려터진 KTS 넣어서 뭐하려구요?
전세타고 가면서 혼자 있다고 뻘좀 하다가 다른칸 사람들이 잠깐 들어오면 대략 낭패~
[조치사항] 본 게시물은 2004/10/05 21:20 에 사진링크게시판에서 여행기게시판으로 이동되었습니다. - 사유 : 여행기 카테고리에 더욱 부합된다고 판단됨.
전세차량이 뭔가요?
단 한사람이 우연하게 한 객실을 점령한 상태를 전세차량 이라고 하죠. 자기가 전세냈음! 하는 듯이요~ ^^ 사법님은 (제가 살고있는)정읍역부터 전세를하셨군요.
제가 일본여행 할 때 열차 전체를 전세(!) 낸 적이 있었습니다(1인승무 기동차량이지만요).^^ 히사쓰선이라는 로컬선을 탔는데, 운행구간에 승객이 저 밖에 없어서 기관사님께서 각 정차역 곳곳의 볼거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예정시간보다 조착해서 역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죠(ATS의 압박이).
전 객차 전세 낸 적은 없고 구절리 갈 때 원주에서부터 네자리 전세 낸 적은 있죠;;;; ^^;; 무궁화 전세내기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4월 1일 다이아 개정 전에 송정리에서 정읍까지 구특전 한 량을 전세낸 적이 있습니다. 평일이어서 손님이 없나 했는데 서대전을 지날 때쯤부터는 완전히 채워서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