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좀 늦었습니다...술마시느라 바빠서..ㅋ
• 출발전 날 저녁...
여행사를 통해서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딱 10년 전 IM 제주 대회에 홀홀단신으로 용감?하게 참가했던 첫대회가
이번 홋카이도대회와 오버랩되면서 남다른 감회가 떠올랐다. 벌써 11년째...킹코스 10회...
무게 때문에 하드박스를 구매해놓고도 다시 프라스틱 골판지로 자체 제작해서 만든 사이클박스에 자전거를
앞,뒤바퀴,핸들만 분리한 채로 넣어봤다. 페달을 분리하지 않아도 딱! 들어 않는다.
호~오..빈공간에 바퀴와 잡동사니 다 넣고 테이핑한 후 박스채 예전에 제주갈 때 사용했던 천으로 된 주머니에
넣어보니 이것도 딱!이다.ㅎㅎ
저울에 포장한 자전거를 울러메고 올라보니 자전거박스가 15Kg...으~ 너무 가볍네..제한이 23 Kg이라든데..
주섬주섬 필요한거 준비하다 보니 사이클 스페샬 푸드가 턱없이 모자를 것같았다. 파워젤 8개,자유시간 2개
정제 포도당 5알....이 전부. "에이 모자르면 일본에서 사지"..라면서 편하게 잠을 청한다.
• 출발 당일
새벽에 일어나 미리 준비해논 가방을 메고 어깨에 사이클을 울러 메본다. 차를 근처까지 가져갈까 고민하다
터미널까지 걸을만 할꺼 같아 걸어 가본다. "아~쉬, 힘드네" 터미널 도착할 때쯤 차로 안온게 후회될 정도였다.
공항에 약속시간보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했다. 여유있게 앉아있다가 같은 일정의 일행7명과 간단한 인사 후
랜딩수속, 테이터 로밍 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40분 정도의 비행시간이지만 기내식과 음료맥주 제공 등
사소한 것들이 기분을 업 시켜주었다.
공항 도착 후 다른 일행의 사이클과 짐은 전부 찾았는데 내 사이클만 착오가 있었는지 1~20분 지체된 후 찾았다.
잃어버린 줄 알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별생각을 다했음.(다시 한국으로 가야되나??하는..ㅋ)
사이클을 찾고 부랴부랴 대기 중인 시합 장소인 Toya로 향하는 전세버스에 올랐다.
좌측으로 운행되는 차선에 내일 사이클차선도 좌측, 물보급도 좌측 등 머리속에 입력시켜 조심해야겠다는 등의
얘기를 하며 2시간 여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바로 짐을 풀어 놓기만 하고 등록장소로 이동, 등록 후 만찬장에 도착했다.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참가비에
포함된 파티라 참석했는데 장소는 협소하고 사람은 바글바글..그래도 카레밥하나에 맥주한캔,빵 몇개 챙겨서
비집고 자리에 않았다. 뭔 사무라이 춤인지 거시긴지 보다 중간에 일행과 눈짓으로 가자고 해서 나와 버렸다.
음료티켓 한장 더 받은게 있어서 삿뽀로 캔맥 하나 더 챙겨가꼬..ㅋ
<도착 후 호텔 앞쪽에서 한컷! - 뒤쪽은 마라톤 코스 일부. 오른쪽은 호수전경>
• 시합 전날
북해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동쪽에 있어 일출이 1시간 정도 빠른거 같다. 아마 그래서 출발시간이 한시간 빨리
시작 한 것 같다. 전날 일찍 자기도 했지만 기상습관이 빨라져 있어 5시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 마자 같은 룸메이트와
5 Km 정도 조깅 후 노천온천에서 잠깐의 시간이긴 했지만 밝아오는 아침 풍경과 함께 노천욕의 망중한을 즐겼다.
(안타깝게 사진을 못찍었음)
아침 식사 후 전날 조립한 자전거가 제대로 조립이 됐는지 확인 차 일행과 사이클코스 일부를(왕복 20여 킬로) 달리고 온 후 잠깐 휴식을 갖고 엑스포에 가서 사이클 물통에 탈 CCD를 사왔다. 오면서 북해도 라멘 전문점에서 점심으로 라멘 한그릇하고 사이클 최종점검 및 바꿈터 기본 물품 준비를 끝내고 바꿈터에 거치시켰다.
• 결전의 날 !
새벽 3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에 불이 켜지고 대회준비를 서두른다. 6시에 엘리트가 출발하고 10분 후 부터 연령대별로 출발하기 때문에 수영웜업이라도 하려면 2Km 떨어진 수영출발 장소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해도 4시30분 이전엔 나서야했다. 눈 뜨고 불 켜자마자 여행사측에서 조식으로 제공한 삼각김밥 2개와 햄버거 비슷한 밀가루 빵을 뱃속에 밀어넣었다. 경기복을 입고 전날 저녁에 만들어 놓았던 파워젤 물통과 CCD 물통, 그리고 슈트가방을 메고 자전거 바꿈터로 갔다.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고 물통거치 후 비상식량확인(달랑 자유시간 2개 & 파워젤 5개).
수영장소로 이동 후 바디넘버링 후 웜업을 했다.호수의 물 온도는 아주 적당했고(21.5 도) 전날에 제법 출렁임이 있던 호수는 잔잔한 것이 모습그대로 푸른물감을 물들인 장판 같았다.
[수영]
출발 신호를 듣고 그다지 서두르지 않았다. 서서히 여유있게 한쪽으로 빠져 혼자 생각했다."이제 시작이다. 12시간 밖에 안남았어.."우리 그룹인원이 300명 정도 되는데 선두가 아니라서 그런지 몸싸움 없이 편하게 갔다. 호흡도 편하고 시야도 수영장만큼 환하게내손과 앞사람의 발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부표가 없어서 처음에 헤드업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속도가 비슷한 앞사람의 발만 보고 쫒아갔다. 첫번째 부표 턴지점에서 놓치긴 했지만 그때까지 편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턴하면서 갑자기 사람이 몰려 약간의 몸싸움을 해야 했지만 크게 무리가 없었다. 칩라인을 밖으로 나와 통과 한 후 두번째 랩에서 지루하긴 했지만 크게 지치지 않고 골인할 수 있었다.
☞【1시간 18분 15】
[사이클]
수영 골인 후 시계 확인해 보니 목표시간 보다 1~2분 빨랐다. 처음부터 남들과 경쟁이 아니라 나와의 목표시간 싸움이라 생각했기에 여유를 갖을 수 있었다. 내심 욕심은 평속 30 이상으로 6시간안에 들어왔음 했는데 언덕이 있다는 말에 6시간 초반대로 지치지 말고 들어오자는 생각을 가졌다.
출발 후 20Km 조금 넘을 때 까지는 평지여서 이때 절대 오바하지 않고자 했다. 밟으면 잘나갔지만 평속 35이상을 안넘기려 애썼다. 그렇게 편하게 타다 보니 졸음이 살살오면서, 참기 힘들 정도까지 왔을 때 마침 첫번째 보급소를 만났다. 보급소에 내려서 에어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음료 한캔 들이킨 후 정신차리고 다시 레이싱을 시작했다.
말로만 들었던 언덕이 나타났다. 전날 박프로에게 언덕이 약하단 말을 들었기에 크게 걱정은 안했지만 가다보니 진짜 얕볼? 만한 수준의 언덕인 것같았다. 내가 무지 잘타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무지많은 사람을 추월하며 언덕을 올라갔다. 속으로 "아 쉬키들 언덕 졸라 못타네..우리 장부장이나 자전거만 잘 타는 종성이 오믄 니네들은 더 죽어..쉬키덜아~" 라고생각하며 처음에 추월당했던 애들을 순서대로 다시 추월했다.
서너개 있을 줄 알았던 언덕이 코스내내 곳곳에 숨어있었다. 경사가 가파르진 않았지만 보상받을 내리막도 급회전으로 인해 맘놓고 쏘기도 수월치 않았다. 게다가 90여킬로 지날 쯤에는 비까지 뿌려댄다. 고글을 조금내려 시야를 확보하고 갔지만 급회전 지역에선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속도내기도 만만치 않았다. 100 킬로 조금 넘자 슬슬 허기가 져온다.물통에 타논 파워젤은 비운지 오래됐고 5개의 파워젤 중 3개를 먹은 상태였다.
다시 얕은 언덕을 만나 자유시간 한개를 까먹었다.한입물고 헉헉대며 페달을 밟는다. 먹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씩 다 먹었다. 여기서는 140 Km 지점에 스페셜 푸드지점이 있는데 의외로 그곳을 지날때 보니 거의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다 왔는데 누가 들려~ 거길..ㅉㅉ)
거의 다왔다는 생각에 오히려 열심히 페달을 밟아본다. 150 Km 지점을 지날때는 평지인데도 바람이 워낙 세게불어 언덕오를 때와 비슷한 속도가 나왔다."에고 지겨워~허리도 아플라 그러고 배도 고프고..ㅜ" 혼자 궁시렁거리며 그와중에도 추월을 계속했다.(쟤들이 못타나? 내가 잘타나? ㅋ)
드디어 첫번째 넘던 고개가 내리막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가자~..허리를 폈다,숙였다 반복하며 신나게 내려왔다.거의 다 왔다는 기분 때문인가 발에 힘이 들어갔다. 드디어 처음에 졸면서 오던 평지 길을 다시 들어섰다.나의 추월은 계속됐고 속도계는 평속 35 이상 나오고 있었다. 신기하네..ㅋ
☞【6시간 16분 29】
[마라톤]
사이클을 자봉에게 주고 런백을 찾아 안에 있던 주먹밥을 먼저 먹었다.양말이 다 젖어 벗고 뛸까 생각하다 어차피 또 젖을 것같아 그냥 젖은 채로 운동화를 신었다.고글도 벗어버리고 모자만 쓰고 포도당 한알 물고 뛰어나갔다. 의외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상하네,,,좀 힘들다가 슬슬 풀려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며 발이 가는대로 달려 본다. 5Km 표시가 보일 때 시간이 대략 24분 정도였다.잉?...이러면 빠른 건데.근데 몸은 아직 괜찮다.
런 표시가 1km마다 되있어 속도확인이 수월했다.흠...발걸음이 잘 안죽네.. 혹서기 훈련 때문? 날씨때문인가? 비가 와서? 아님 뭘 잘못 먹었나?ㅋ..아~ 어쩌면 옥타코사놀? 포도당?,,,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하면서 가다보니 첫번째 반환점(12.5Km)이 나왔다.
반환점 화장실에 작은거 보러 들어갔다 큰거까지 해결하고 나왔다.ㅋ...시원해서 그런지 발걸음이 더 가벼워진거 같았다. 얼굴 아는 한국선수들에 화이팅도 외쳐주며 2랩중 1랩을 돌았다.시간을 보니 1시간 57분...뛴거리는 22km가 조금 넘었으니 걷지만 않으면 sub-4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보급소에 이것 저것 주워먹으며 "걷지말고 뛰자"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집중했다. 3시간대...3시간대...
☞【3시간 48분 57】
[골인, 감격, 감동...]
골인지점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 2백미터 전부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갑자기 깊은 외로움이 밀려들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울컥이는 마음을 가담듬고 옷과 레이스 벨트를 정리하고 주위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골인 후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11시간 40분 25】
• 에필로그
올 초에 얼떨결에 IM JAPAN 소식을 듣고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운동에 대한 열정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도있겠다는 생각을 했다.11년째 해온 운동이 매번 단순하게 반복되는 듯한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여 약간의 경제적인 부담이 되더라도 한번 해보자는 결정을 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선택을 했고 그에 따른 대략적인 훈련 및 대회참가 수 를 결정했다. 다행히 큰 무리없이 진행됐고 어느 정도 목표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많은 양의 훈련은 아니었지만 회사와 가정 그리고 운동의 균형을 맞춰가며 운동량에 맞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만족스럽게 목표치를 이루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음 접수할 당시, 막연하게나마 점차 사그러들고 있는 운동 열정을 다시 갖을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대회를 끝내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외적인 기록성장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열정이 다시 생겼다는 것에 어느 정도 의미를 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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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던 회원님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던 것같습니다.
무한한 감사드리고 정모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갸들이 형님을 못 따라온거예요~~~훌륭하셔요^^ 그동안 얼굴도 몸도 반쪽이셨는데...ㅋ
반은 아닌데.ㅋ ..낼 보자고~
멋지게 해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년에 킹코스 함께하시죠~.
축하드려요...
준호도 완주 축하~..내년에도 계속 ..고~
다시한번축하드리고요 열정을 되찾았으니 다시 시작하죠...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고, 한번 쫒아가도록 노력해보께. 내년에도 열심히~^^;
시간만 돼면 훅 가고싶습니다..
더 좋은데로 찾아보자고..
해내실줄 알았습니다. 아니 믿었읍니다 축하드립니다^^*
항상 믿어줘서 고마워~..맥주한잔 쏴야 되는데..날잡자..ㅋ
낼 점심때 ㅋ~
축하 추카 열정 되찾은 것 ㅎㅎ 새내기 후배 육성에도 열정을 내 주시길...
열정을 나눠주도록 노력해야지..ㅋ
일본열도에 멋진 안산트라이를 잘 선보였군요.축하드리고 수고 하셨습니다.!!열번째 완주도 축하 드립니다.
안트가 일본넘 여럿 주겼슴돠..ㅋ
10회완주 기념을 해외 원정가서 좋은성과로 여유있게 이뤄낸 원성아 축하한다,
후기글은 완전249 실력이다,,
유신이가 갔음 더 잘했을 텐데..땡큐!..내년에도 잘해보자~.
홀로 해외원정가서 안전하게 좋은기록으로 무사회 10회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해..^^후기글도 멋 쪄^^원성아 우리 훗가이도 다시한번 함께 갈까..^^~~~~
고맙다..홋가이도 말고 딴데 같이가자..유럽쪽으로~^^. 덕성이 올라야 할텐데..ㅋ
글 읽느라 화장실에서....ㅠㅠ 엉덩이아파
축하드리고.열정 대단하십니다.화이팅♥♥♥
해네셧습니다.훗가지않을줄알았습니다``축하드리고네년엔같이할수있으려나 ㅋ~~~